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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계성의 여정] 서슬퍼런 민주당 시대, 진중권이 고맙다


입력 2020.08.10 07:00 수정 2020.08.10 05:10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자료사진)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이 언론들을 상대로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MBC의 '검언유착' 보도 전 한 위원장이 보도 내용을 사전에 인지했을 것이라는 의혹제기가 악의적이라면서다. 한 위원장이 방송과 통신을 관장하는 등 언론보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라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민주당도 최근 언론을 향해 날을 바짝 세우는 형국이다. 부동산 관련 언론보도를 팩트체크하고 악의적 보도에 대한 대응차원에서 이른바 신속대응팀을 구성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언론보도 탓으로 돌리고, 정권에 부담이 되는 기사를 작성하지 못하게 하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의 시작이 '가짜뉴스' 때문이라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민주당의 대언론 압박은 처음이 아니다. 2018년 가짜뉴스 TF를 만들어 형사고발을 해왔고 지난해 조국 사태 때에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당직자들 입에서는 "언론이 아니라 기자를 고소해야 한다. 그래야 기사를 못쓴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심지어 지난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하의 칼럼을 썼던 임미리 교수를 고소했다가 논란이 되자 취하한 일도 있었다.


정청래 의원은 나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해 언론개혁을 하겠다고 한다. 언론에 문제가 있다면 다층적이고 복합적일텐데 손해배상액수를 높이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이 놀랍다. 세금을 많이 때리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는 주장 만큼이나 어이가 없다. 언론개혁이라는 미명하게 실은 '재갈 물리기'를 하겠다는 의도와 다름 없다.


민주당을 비판하는 입장에서는 꽤나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지방정부와 사법부, 국회까지 장악한 문민정부 이래 가장 강력한 권력의 '엄포'다. 얼마나 대단한지 취재윤리를 위반한 기자를 상대로 강요미수죄를 적용해 구속시키는 마당이다. 역사상 단 한 차례만 발동됐던 '수사지휘권'까지 동원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면, 권부의 핵심인물과 관련이 없었더라면, 과연 이렇게까지 끌고갈 사안이었을까 의문이다. 검언유착 했다던 한동훈 검사장의 '공모' 증거는 정작 나오지도 않았다.


진보진영 인사들도 압박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한상혁 위원장의 '권언유착' 의혹을 폭로한 민변 출신 권경애 변호사는 "입을 다물라는 직접적인 경고와 압박도 꽤 여러차례 있었다"며 "나 하나쯤 사회적으로 매장하는 것은 일도 아니겠구나 하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했다. "이명박근혜 시절에도 없던 압박과 공포였다"고도 했다. 진보진영의 꽤나 다수인사들이 정권의 문제를 알고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


이처럼 엄혹한 상황에서 목소리를 내준 인물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검언유착 프레임에 맞서 '권언유착' 의혹을 제기해 지금까지 끌고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 '침묵의 나선이론'을 깨는 효과가 크다. '이런 의심을 하는 사람이 나 하나뿐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은 다수의 목소리와 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진중권 없으면 기사 어떻게 쓸래" "진중권이 뭐라고 그리 받아쓰냐"라는 비아냥은 그만큼 진 전 교수의 발언이 아프다는 의미다.


문제는 서슬퍼런 여권의 압박이 앞으로는 더욱 심해질 것이란 점이다. 임기 말에 접어든 문재인 정부의 권력누수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다수 지식인과 비판자들의 목소리는 더 위축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밤이 깊어 갈수록 새벽이 가까워 온다. 문빠들이 금과 옥조로 여기는 김어준의 명언도 있지 않은가. "쫄지말자 씨바."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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