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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금융 그림자①] '뉴딜펀드·이자제한법'…여권 용트림에 금융당국도 당혹


입력 2020.08.13 06:00 수정 2020.08.12 20:5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포퓰리즘정책 밀어붙여 금융시장 혼란 가중에 '금융성장판' 짓눌러

자본시장법 넘나들고 금융상식 뛰어넘는 발상에 금융권 우려 커져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뉴시스

관제펀드 추진부터 대출금리 상한선 제한까지 금융권을 향한 정치권의 입김이 거세지고 있다. 시장논리에 맡겨야할 금융시장에 정치권이 '감놔라 배놔라'할수록 우리 금융 수준은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중심을 잡아야할 금융당국마저 정치권에 휘둘리며 고질적인 병폐였던 관치금융이 정치금융으로 퇴보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지금, 업계에 미치는 파장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올해 여당의 총선 압승 이후를 기해 금융권에 '정치금융'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등장한 연 3%대 수익률을 내건 원금보장(추구) '뉴딜펀드'가 대표적이다. 정치권이 앞서서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사업에 투입되는 160조원의 재원 가운데 10% 정도를 이 펀드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밝히며 금융당국마저 당혹케하고 있다.


여당 지도부가 자본시장의 심장인 여의도 한국거래소까지 찾아와 뉴딜펀드를 띄우자 시장은 요동쳤다. 당장 금융권에선 어떻게 원금에 수익률까지 보장할 것인지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이에 여당이 "원금 보장이 아닌 원금 보장형"이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결국 투자손실이 나거나 수익률이 저조할 경우 혈세로 메워주겠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살 수밖에 없었다.


금융권에선 "불완전 금융 이벤트"는 얘기까지 나왔다. 뉴딜펀드를 설명하며 언급한 '원금 보장'이나 '원금 보장형'이라는 표현은 금융감독원이 지적하는 불완전 판매의 전형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자본시장법 제55조는 금융투자업자들이 손실의 보전이나 이익의 보장을 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금융상식을 넘어 현행법 위에서 관제펀드를 밀어붙이고 있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펀드 투자의 목적은 첫째도 둘째도 수익성인데, 정부가 이를 담보해준다면 안할 사람이 있겠나"라며 "시장논리에 정치논리가 끼어들면 반드시 뒤탈이 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사 관계자는 "국내 펀드시장에 얼마나 큰 혼란을 일으킬지 걱정"이라고 했다. 금융권에선 정부여당이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민심 이반을 선심성 금융정책으로 달래며 무리수를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당이 추진 중인 '연 10% 이자제한법'도 정치금융의 또 다른 사례다. 여권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7일 등록대부업체의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민주당 의원들에게 보내자 의원들이 서둘러 법안을 마련해 대부업 금리를 내리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파격적인 이자율 제한정책이 실행될 경우, 신용도가 낮은 서민들이 아예 제도권 금융에서 돈 빌릴 기회를 잃을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이미 대부업의 최고금리는 2002년 대부업법 제정 이후 ▶2010년 44% ▶2011년 39% ▶2014년 34.9% ▶2017년 27.9% ▶2018년 24% 등으로 꾸준히 인하하는 추세다.


시장 관계자들은 "빚을 지고 힘겨워하는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줘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업 금리를 정치논리에 따라 강제로 10%선으로 낮추면, 이 마저 이용할 수 없는 취약계층이 사채시장으로 내몰리는 또 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최고금리를 10%로 잡겠다는 건 개인신용 6등급 이하는 불법 사금융으로 보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교통정리를 해줘야할 금융당국마저 정치권의 입김에 갈피를 못 잡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위원회는 "뉴딜펀드는 금융투자시장에 새로운 투자 기회와 활력을 제공하고 국민들께 안정적인 재산 증식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손병두 부위원장)"고도 했다. 여당의 대부업 법정금리 인하 추진에 대해서도 공개적인 언급을 아끼며 신중한 분위기다. 금융권에선 "말리는 시누이가 더 원망스럽다"며 정치금융에 휘둘리는 금융당국을 향한 원성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에 금융사들은 거대 여당이 독주하는 상황에서 어떤 정책과 법안이 또 다시 들이닥칠지 몰라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있다. 현재 여당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한 금융 관련 법안을 줄줄이 본회의에 올리겠다는 입장이다. 대부분 금융사를 옥죄는 포퓰리즘 성격이 짙은 법안들이다. '금융사=악덕 자본가'라는 공식을 내세워 인기를 끌어보겠다는 정치권의 움직임이 확대될수록 금융 성장판은 짓눌릴 수밖에 없다.


여기에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을 포함한 금융공기업들은 정치논리에 따라 지방으로 이삿짐을 싸야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 총선 공약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약속한 민주당은 현재 부처이관을 추진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등 지방이전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졸속정책이라는 지적에도 표계산에 따라 언제든 바둑판 돌 옮겨지듯 끌려갈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이재명 지사가 대부업 금리를 10%로 내리자고 했으니 다른 대선주자는 7%로 낮추자고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면서 "일부 정치인들이 금융을 모르고 관련 정책을 펴는 건 어느정도 이해해도 금융사 사장까지 지낸 분들까지 시장논리와 어긋난 주장을 펼 수 있는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금융사들은 어떻게하면 휘둘리지 않을지 고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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