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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수해복구 자력갱생 선언한 이유는?


입력 2020.08.14 14:48 수정 2020.08.14 14:4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김정은 코로나 방역 강조하며 "외부지원 허용말라"

인명 피해 언급 않고 재산 피해 내역만 공개

北 방역정책으로 외부지원 위한 사전답사 어려워

1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1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북한이 사상 최악의 홍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그 어떤 외부지원도 허용하지 말라"며 수해복구 자력갱생을 선언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전날 중앙당 본부청사에서 제7기 16차 정치국회의를 열고 폭우 피해에 대한 신속한 복구를 촉구하며 이같이 밝혔다.


김 위원장은 "세계적인 악성 비루스(바이러스) 전파 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큰물(홍수) 피해와 관련한 그 어떤 외부적 지원도 허용하지 말며 국경을 더욱 철통같이 닫아 매고 방역사업을 엄격히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신속한 수해복구와 코로나19 방역 중 방역에 우선순위를 두겠다는 뜻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은 "지금 우리 국가는 세계 보건 위기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한 방역전을 힘 있게 벌리는 것과 함께 예상치 않게 들이닥친 자연재해라는 두 개의 도전과 싸워야 할 난관에 직면해 있다"며 "당과 정부는 이 두 개의 위기를 동시에 극복하기 위한 올바른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피해지역 주민들과 피해 복구에 동원되는 사람들 속에서 방역 규정을 어기는 현상이 절대로 나타나지 않도록 교양사업을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이번 회의를 통해 재산 피해 규모도 공개했다. 공공건물 630여 동을 포함해 △3만9296정보(약 390㎢)의 농경지 △살림집(주택) 1만6680여 세대가 파괴 또는 침수됐다. 인명 피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집과 가산을 잃고 임시 거처지에 의탁해 생활하고 있는 수재민들의 형편과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당이 그들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며 인민들의 고생을 덜어주기 위해 그들 곁으로 더 다가가야 한다"고 말했다.


집중호우 피해로 황해북도 일대가 물에 잠긴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TV 갈무리 집중호우 피해로 황해북도 일대가 물에 잠긴 모습(자료사진). ⓒ조선중앙TV 갈무리
韓 대북구상 차질 빚을 듯
北, 우호국·민간 지원은 수용할 수도


북한이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수해복구 지원을 받지 않기로 함에 따라 인도지원을 통해 북한과 접촉면을 넓히려던 한국 정부 구상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조혜실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 수해피해에 대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정부는 자연재해 등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인도적 협력은 일관되게 추진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북한 수용여부와 무관하게 인도 지원 원칙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 정부와 유엔·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는 북한이 초유의 홍수 피해를 입었다고 보고 인도 지원 가능성을 피력해왔다. 유엔은 지난 11일 수해복구 관련 대북 인도 지원을 위해 북한 당국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거부 선언으로 국제기구와의 접촉 역시 사실상 무위로 돌아갔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북한의 고강도 방역 정책이 외부지원 수용의 걸림돌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통상 국제사회 지원을 받기 위해선 피해 규모 파악을 위한 사전답사가 이뤄져야 한다. 북한은 지난 2007년 대규모 홍수 피해를 입었을 당시에도 유엔 지원을 받기 위해 사전 답사를 40차례 허용한 바 있다. 이번 수해복구 지원 역시 피해 규모 산정을 위해 같은 절차가 필요하지만, 북한이 해외 입국자에게 최대 40일간의 자가격리 기간을 부여하고 있어 조사 진행 자체가 여의치 않은 상황으로 평가된다.


이날 김 위원장이 외부지원에 선을 그은 만큼, 북한은 자체 복구 사업 등을 통해 그간 견지해온 자력갱생 노선을 재확인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북한이 민간차원의 인도지원 물품은 수용하고 있어 '우회 지원'을 용인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최근 우호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중국·러시아의 지원 역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는 평가다.


한편 이번 회의를 통해 개성지역에 내려졌던 봉쇄령은 3주 만에 해제됐다. 해당지역에는 개성 출신 탈북민의 월북 사건으로 코로나19 관련 특별경보와 봉쇄령이 내려진 상태였다.


조선중앙통신은 "최전연(최전방)지역에서 발생한 비상사건으로 7월 24일부터 실시하였던 개성시를 비롯한 전연지역봉쇄를 전문방역기관의 과학적인 검증과 담보에 따라 해제할 것을 결정했다"고 전했다.


1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14일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날 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16차 정치국 회의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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