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문제 관련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
국가 대 국가 아닌 '개인 행복' 측면서 관계 모색하려는 듯
문재인 대통령의 15일 '75주년 광복절 경축사'는 대일(對日) 메시지의 기조가 변화했다는 게 특징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파장과 맞물린 지난해에는 경축사의 상당량을 일본의 과거 성찰 촉구 등 비판 메시지로 채웠지만, 올해는 '대화를 통한 원만한 해결'에 방점이 찍혔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으로 인한 경제 선방,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독립적 성과 창출 등의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제75주년 광복절 경축식' 경축사에서 '헌법 10조의 시대 실현'이라는 정부의 목표를 밝히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반면 '일본' 언급 횟수는 지난해(12번)보다 적은 8번에 그쳤다.
문 대통령은 일제 강제징용 기업에 대한 배상청구 소송과 관련해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존중하며 피해자들이 동의할 수 있는 원만한 해결 방안을 일본 정부와 협의해 왔고, 지금도 협의의 문을 활짝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언제든 일본 정부와 마주 앉을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제징용 피해자인 이춘식 할아버지를 언급하며 "우리는 한 개인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 결코 나라에 손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동시에 3권분립에 기초한 민주주의, 인류의 보편적 가치와 국제법의 원칙을 지켜가기 위해 일본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며 "한 사람의 인권을 존중하는 일본과 한국, 공동의 노력이 양국 국민 간 우호와 미래 협력의 다리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는 전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위해 '피해자 중심주의 해법'을 언급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문 대통령은 전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에서 영상 축사를 통해 "정부는 (피해) 할머니들이 '괜찮다'고 하실 때까지 할머니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일 기조를 '극일(克日)'이 아닌 '협력'으로 변화시켜 국가 대 국가가 아닌 개인의 행복을 찾는 방향으로 한일 관계의 출구를 찾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를 오히려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로의 도약 기회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의 경축사와 관련해 미래통합당은 배준영 대변인 구두논평을 통해 "말로만 믿음을 외치지 말고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헤아려 믿음을 되찾는 정치로 돌아가길 촉구한다"며 "지금의 대한민국은 일제 강점기의 억압과 공포 시대를 견뎌내고, 애국애족 정신으로 살아가는 5000만 대한민국 국민들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다. 우리는 이 위대한 유산을 성실히 이어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정부와 국민 간의 신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