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웅, '친일파 파묘' 광복절 기념사로 이념 논쟁 불붙여
민주당 인사들, 옹호 나서…이낙연 "그 정도 말할 수 있어"
통합당 "김원웅, 과거 김정은 '위인' 지칭…증오의 굿판 벌여"
진중권 "지지율 떨어진 민주당의 프레임 잔머리…무시하라"
'친일파 묘지 파묘', '친일 청산' 등을 주장한 김원웅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두고 정치권에 해묵은 이념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김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며 공세를 가하자 통합당도 맞받아치며 설전이 오갔고,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는 통합당을 향해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니 토착왜구 프레임을 짜는 것에 말려들지 말라"고 조언을 건넸다.
민주당 당대표 경선에 출마한 이낙연 의원은 17일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광복회장으로서 그런 정도의 문제의식은 말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이 의원은 "친일 잔재 청산을 충분히 못한 채로 지금까지 왔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것"이라며 "그것을 차분하게 따져보지 않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또 웬일인가"라며 통합당에 화살을 겨눴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같은 방송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게 지금 정치권의 문제"라며 "친일 청산이 제대로 안 된 것은 분명하고, 친일에 대해 우리가 제대로 된 역사의식을 갖고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고 평가했다.
통합당은 김원웅 회장의 역사관에 의구심을 제기하며 민주당에 응수했다.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심각한 것은 민주당의 대권주자와 일부 의원들이 김원웅 회장의 잘못된 역사관을 비호하며 통합당을 비난하고 나선 것"이라며 "잘못된 역사관, 오도된 역사인식은 위험한 교훈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했다.
통합당은 김 회장이 이승만 대통령을 친일파와 결탁한 인사로, 6·25 전쟁영웅 백선엽 장군은 '사형감'으로, 애국가의 작곡가 안익태 선생을 '민족반역자'로 규정한 부분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울러 김 회장이 지난 2018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위인'으로 칭송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사실도 규탄의 대상이 됐다.
최 원내대변인은 "역사적 사실에 눈 감고 친일파로 매도한 김 회장의 역사적 결론은 '김정은 위인론'"이라며 "빈약한 역사인식, 편향된 역사는 대한민국을 북한 같은 봉건왕조 3대 세습 국가로 후퇴시키고 북핵위협에 굴복하는 나라로 만들 뿐이다. 김 회장을 옹호하고 나선 민주당 인사들은 김원웅식 역사관에 동조하는 것인가, 애국가를 바꿔야 하는가"라고 꼬집었다.
김은혜 대변인도 "온 국민의 광복절을 분열의 도가니로 만든 김 회장의 발언은 의도적인 노림수가 있었다"며 "그의 발언 직후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고 있다. '증오의 굿판'을 벌여 다시 이 나라를 정쟁의 제단에 바치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한편 김 회장의 기념사를 '지지율이 떨어지니 다시 토착왜구 프레이밍을 깔겠다는 의도'라 규정했던 진중권 전 동양대 명예교수도 이날 재차 목소리를 냈다.
진 전 교수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원웅 회장의 발언이 담긴 기사를 링크하며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가 비상상황에 처했는데 나라를 두 쪽 내느라 여념이 없다. 정권이 퇴행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이제 디지털 대한민국을 아예 해방전후사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 극우 국가주의 기세가 꺾여 숨 좀 돌리나 했더니, 새로 극우 민족주의의 굿판이 벌어지는 것"이라며 "통합당은 그냥 무시하라, 프레임을 깔려고 잔머리를 굴리는 중이니까"라며 "이념시비에 말려들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