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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조한가…문대통령 '공개 격노'에 담긴 속내


입력 2020.08.18 13:56 수정 2020.08.18 14:38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국가에 명백한 도전"…특정 집단에 이례적 경고

야당 공세 차단·지지층 결집 위한 다목적 분노 해석

전문가들 "불안할수록 격노…국민적 반감 일으킬 것"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청와대 집무실에서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통화하고 있다.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의 공개적인 격노가 잦아지고 있다. 야당의 발언을 문제 삼아 직접 대응에 나선지 약 한달 만인 지난 16일 광화문 집회를 강행한 사랑제일교회 등을 겨냥, "국가방역시스템에 대한 명백한 도전"이라고 격분했다. SNS 경고에 이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관련 지시를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시간이다. 그만큼 엄중한 상황으로 판단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의 반응은 다소 차갑다. 문 대통령의 격노가 코로나19 재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취지지만, "툭하면 분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이 자신의 감정을 굳이 드러내는 것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읽히면서다.


실제 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한 이래 공개적으로 수차례 화를 냈다. 대체로 공식 회의 발언이나 SNS 메시지, 청와대 브리핑을 통해 이 감정이 전달됐다. 언론의 기사화를 염두에 둔 것으로, 정부의 추진 정책이 비판에 직면했을 때나 상대 진영을 비판할 때 주로 분노를 드러냈다.


대표적으로 대통령 기록관 설립 추진 논란이 꼽힌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정부가 172억원을 들여 문 대통령 개별 기록관을 추진하는 것이 논란이 되자, "지시한 적도 없고 원하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당시 청와대는 '문 대통령이 불같이 화를 냈다'는 내용도 공개했다. 하지만 관련 예산이 문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이 책임 회피 차원에서 감정을 이용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야당을 향해 분노를 드러낸 것도 여러차례다. 자유한국당(미래통합당)의 일부 의원들이 지난해 5·18광주민주화운동 폄훼 발언을 하자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또 지난 7월 20일에는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에 '적과 내통하는 사람'이라고 한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를 향해 "아무리 야당이라도 그렇게 말하느냐.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의 분노에 '정치적 이유'가 담겨 있다고 본다. 정치적 공격을 차단함과 동시에 국정 철학·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내기 위한 것, 임기 말로 갈수록 느슨해지는 내부 분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목적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18일 통화에서 "대통령이 국정 철학이나 정책을 한치의 흔들림없이 단호하고 원칙대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출하기 위해 분노 장면을 노출한다"며 "또한 이슈에 따라 참모들, 여당, 지지그룹에서 동요가 있을 수 있는데, 이런 부분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홍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정치적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공격·압박하거나, 참모진의 충성심 강화를 위해 분노를 드러낸다"면서 "다양한 목적이 내포돼 있다"고 풀이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임기 말 대통령의 대표적인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지율 하락은 곧 레임덕 전조 증상이라는 점에서 분노가 '초조함'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류 교수는 "대통령이 자주 격노하고, 이를 자주 드러내는 건 임기 말이 다 돼간다는 방증"이라며 "아무리 좋은 정책을 마련했더라도 임기 동안 주변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에 정책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한데 그게 불가능하다보니 국민, 야당, 여당마저도 이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일이 많아진다. 대통령이 뜻대로 안되니까 화를 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은 감정중립적인 대통령을 원하는 데 대통령의 분노 이미지가 꾸준히 누적되면 결국 대통령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붕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리더십 전문가인 한 정치권 관계자도 통화에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근 '심리적 지지선'인 40% 아래로 하락한 걸 언급하며 "대통령이 예민하고 불안·초조하다는 반증"이라며 "분노하는 모습이 단기적으로는 결집 효과가 있더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국민적 불안과 반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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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이디스 2020.08.18  07:01
    똥싸는 사람은 따로 있는데 그걸 보고 화내면 불안예민 초초라니....피해자 코스프레는 언제까지 할것인가 진심 코로나땜에 스트레스 최고치로 사는중 코로나땜에 반년만에 취직해서 신났는데 회사가 광화문이라 낼부터 재택하라고 연락옴 정말 조만간 짤릴까봐 불안하고 화나고 짜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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