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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광우의 싫존주의] 미친 유동성의 시대, 금융위기가 두렵다


입력 2020.08.24 07:00 수정 2020.08.24 04:41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주저앉은 실물 경제 속 자산 시장은 인플레이션

빚으로 벌이는 위태로운 질주, 사라진 브레이크

시중 통화량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불어난 유동성을 둘러싼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시중 통화량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불어난 유동성을 둘러싼 부작용 우려가 커지고 있다.ⓒ픽사베이

말 그대로 미친 유동성의 시대다. 시중에 풀려 있는 돈, 즉 통화량은 사상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이 중 올해 들어 불어난 몫만 250조원이 넘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는 유래 없는 침체에 빠졌지만, 막상 시장엔 돈이 넘쳐나는 아이러니다.


실제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만에 최악까지 고꾸라졌다. 개인이 일해서 벌어들인 돈은 크게 줄었다는 소리다. 이에 서민들은 코로나19 이후 이전보다 훨씬 팍팍하고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 어디선가 주체 못할 돈이 흐르고 있다는 소식이 딴 나라 말처럼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도대체 그렇게 많다는 돈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에 있을까. 그 핵심은 결국 빚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은행 대출은 100조원 넘게 불었다. 은행 이외의 금융기관에서 나간 대출도 같은 기간 40조원에 육박하고 있다.


예전보다 싸진 이자는 빚 권하는 사회를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코로나19 이후 늪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대까지 끌어 내린 영향이다. 이자 부담이 줄어들자 사람들이 쉽게 대출에 손을 대고 있다는 의미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돈이 향하고 있는 방향이다. 불안한 경제 속에서도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주식 시장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도 남을 만큼 상승 곡선을 그리는 원동력이다. 실물 경제는 바닥을 치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빚잔치인 셈이다.


이런 자산 인플레이션은 우리들의 기억 속 어딘가에 자리하고 있는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게 한다. 고삐 풀린 대출과 이에 기반 한 부동산 버블의 악순환이 이어지다 결국 한 번에 무너져 내린 10여년 전 미국발 금융위기다.


실질적인 경제 회복 없이 유동성에 힘입어 급팽창한 자산 가치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이다. 그리고 이는 곧 금융위기를 뜻한다. 무리하게 돈을 빌려 주식과 부동산을 사들인 이들에겐 몰락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누군가는 위기 속에서도 돈을 벌고 있고, 나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은 모두를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몸을 싣게 하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 우리는 파국에 도달하지 않았다. 낭떠러지가 이미 눈앞에 다가오고 나서는 브레이크를 밟아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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