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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지는 코로나 충격에 시중은행 유동성까지 '위태'


입력 2020.08.25 06:00 수정 2020.08.24 17:1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규제 마지노선 넘나드는 LCR…100% 하한 곳곳서 붕괴

정부 금융지원 압박 후폭풍…자금 공급 역할 제동 우려

국내 4대 시중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 유동성커버리지비율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의 현금 유동성이 메말라 가면서 최근 들어서는 줄곧 규제 마지노선마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정부의 금융지원 압박까지 더해지면서 대형 은행들까지 안정성에 흠집이 난 모습이다. 이에 은행들의 자금 공급 여력에 제동이 걸리면서 향후 서민들의 자금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올해 2분기 평균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은 100.3%로 전 분기(105.8%)보다 5.5%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LCR은 국채 등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의 최소 의무보유비율로, 순현금유출액 대비 유동성이 높은 자산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은행 건전성 지표다.


아울러 LCR은 금융위기 시 자금인출 사태 등 심각한 유동성 악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은행이 당국의 지원 없이 30일 간 자체적으로 견딜 수 있도록 대비하기 위해 정한 규제다. 즉, 은행의 LCR이 낮아졌다는 것은 그 만큼 유동성 위기에 취약해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최근 상당수 은행들에서 LCR 규제 하한선을 밑도는 사례가 포착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은행들을 상대로 100% 이상의 LCR 유지를 의무화하고 있다. 전반적인 평균만 놓고 보면 은행들이 턱걸이 수준일지라도 금융당국의 요구치를 준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실상은 사뭇 다른 모양새다.


실제로 조사 대상 기간 국민은행의 LCR은 98.6%로 전 분기(104.7%) 대비 6.1%포인트 하락하며 100%를 밑돌았다. 신한은행 역시 106.4%에서 98.8%로, 우리은행은 104.5%에서 99.9%로 각각 7.6%포인트와 4.6%포인트씩 LCR이 낮아졌다. 하나은행도 LCR이 107.6%에서 103.7%로 3.9%포인트 떨어지긴 했지만, 홀로 100%를 넘기며 전체 평균을 끌어올린 모양새다.


다만 이 같은 은행들의 LCR은 지난 2분기 중 평균값으로, 올해 상반기 말 시점으로는 모두 100%를 채운 상태다. 결국 분기 회계결산 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을 넘기는데 성공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종종 이를 충족하지 못한 채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측면은 금융당국이 코로나19를 계기로 은행을 상대로 한 LCR 규제를 다소 느슨하게 시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LCR 악화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제재를 피할 수 있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코로나19 이후 은행의 LCR 의무 준수 비율을 85%까지 낮춰 적용 중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한시적인 조치다. LCR 규제는 다음 달이면 다시 원래 기준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 때문에 은행들로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처지다. 더욱이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와중 대형 시중은행에서 유동성 위축이 감지되고 있는 현실은 불안감을 더 확대시키는 대목이다.


은행들의 유동성이 이처럼 쪼그라든 배경에는 정부의 압박이 자리하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에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에 대한 은행들의 적극적인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유동성 전반에 빨간 불이 켜진 것이다. 여기에 정부가 주문한 채권·증권시장안정펀드를 조성하는데 은행의 출자 부담이 커지면서 LCR 부담은 한층 가중되는 형국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장기화로 향후 취약계층의 대출 수요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염려는 더 커지고 있다. 은행들 입장에선 지금처럼 빠르게 대출이 불어나면 LCR 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즉, 유동성 규제가 은행의 자금 공급 역할에 부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추가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LCR 규제가 은행들의 대출을 위축시키며 시장의 자금줄을 막는 부작용을 낳지 않도록 금융당국의 유연한 대응이 필요하다"며 "특히 최근 시중은행들의 유동성 악화는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 속에서 정부의 금융지원에 적극 동참한 결과이기도 한 만큼, 전향적인 규제 적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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