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빠르게 시장 확대, 연간 거래액 12조원 넘어설 듯
배민, 요기요, 배달통 3강 체제 흔들…후발주자 잇따른 시장 진출로 경쟁 가열
빠른 배송, 수수료 할인 등 공격적 마케팅…하반기엔 지자체도 공공앱도 가세
3차 산업인 외식업이 ICT 기술을 만나 4차 산업으로 진화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한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최근 몇 년간 해마다 두 배씩 성장하며 경쟁이 한층 가열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에는 이커머스에 이어 인터넷 포털 그리고 지방자치단체까지 시장에 진출하며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이에 국내 외식 문화를 뒤바꾼 배달앱 시장의 변화와 해외로 뻗어나가는 국내 배달앱의 성과 그리고 신기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업들의 활약상을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올 초부터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로 대부분 산업이 침체에 빠졌지만 오히려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며 성장하는 시장이 있다. 바로 배달 음식시장이다. 감염 우려에 집밖을 나서는 소비자가 줄면서 외식 수요는 배달 음식 시장으로 옮겨갔다. 다수 소비자들이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대형마트 대신 온라인 장보기로 이동한 것과 같은 이치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모바일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2조3543억원에서 2018년 4조7730억원, 2019년 9조877억원으로 매년 두 배 가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코로나 사태로 5개월 만에 6조원을 돌파했다. 이대로라면 올해 연간 거래액은 1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국내 배달앱 시장은 1위인 배달의민족을 비롯해 요기요, 배달통 등이 전체 시장의 99% 이상을 차지해 왔다. 하지만 지난 6월에는 쿠팡 이츠가 배달통을 제치고 3위에 오르면서 그동안 유지됐던 3강 체제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커머스 업체인 위메프와 서울,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시장 진출을 예고하면서 무한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새롭게 생겨난 시장임에도 이토록 빠르게 후발주자들이 생겨난 것은 배달앱 시장이 대표적인 온라인 플랫폼 산업이기 때문이다.
플랫폼만 준비되면 어떤 상품을 온라인 시장에 올리느냐에 따라 업종 간 진출이 쉽다. 별다른 경계선이 없기 때문이다. 음식점 점주와 소비자들을 이어주면 배달앱으로, 유통기업과 소비자를 이어주면 온라인 마켓으로 언제든 시장의 경계를 이동할 수 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공배달앱까지 진출할 정도로 시장 진입 장벽이 낮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한다.
배달앱 업계 한 관계자는 “ICT 업계에서는 사업간 경계선이 모호한 ‘빅 블러(Big Blur)’ 현상이 일반적”이라며 “플랫폼은 일단 구축되고 나면 그 위에서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은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 되면서 향후 빅블러 현상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발주자들의 잇따른 시장 진출…업체 간 차별화 전략도 제각각
수년간 이어져온 배달앱 3강 체제가 올해 처음으로 변화를 맞으면서 후발주자들의 도전도 거세다. 이들의 경쟁은 자신들의 앱에 얼마나 많은 음식점들을 입점시키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의 유입을 늘리느냐의 싸움이다. 그렇다 보니 저마다 광고비, 입점비, 중개수수료를 낮추거나 아예 면제하는 등 파격적인 혜택을 내세우며 공격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쿠팡 이츠는 음식점주들과 배달 라이더, 소비자 등을 대상으로 혜택을 강화하고 있다. 음식점주들에게는 수수료를 할인해주고 라이더에게는 건당 추가비용을 지급하는 등 업계 최고 수준의 배달비를 지급하고 있다.
소비자 대상으로는 할인 쿠폰과 연예인 모델을 통한 대대적인 옥외광고 등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한 번에 한 주문’, ‘실시간 이동 경로 확인’ 등 빠른 배송 서비스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위메프오는 이르면 내달부터 중개수수료 0% 정책을 실시한다. 월 8800원(부가세 10% 포함)의 서버비용만 부담하면 별도의 광고비 없이 입점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기존 건당 5%의 수수료 요금 체계와 8800원의 정액 수수료 중 음식점주가 원하는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해 실질적인 수수료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4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위메프오는 1년이 지난 올 5월 기준 거래액이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263%, 입점 매장 수는 739% 증가했다.
서울‧경기도 등 지차제 공공앱도 가세…NHN페이코 행보 ‘주목’
플랫폼 사업을 운영해온 이커머스 업체 외에 하반기에는 서울, 경기도 등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배달앱도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경기도는 NHN페이코 컨소시엄, 화성·파주·오산시, 문화방송, 경기도주식회사와 함께 오는 10월부터 배달앱 서비스를 시작한다.
지역화폐 유통망과 데이터, 기술 등 공적 디지털 인프라 조성에 경기도가 투자하고, 앱 개발과 운영은 민간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기존 6~13%대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2%대로 낮추고 추가 광고료 면제, 여기에 지역화폐 할인 등 혜택을 제공해 음식점 가맹점과 소비자 모두가 윈-윈하는 상생 모델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16개 민간 배달 플랫폼과 손을 잡은 서울시는 오는 9월부터 공공배달앱 '제로배달 유니온' 서비스를 시작한다. 경기도와 마찬가지로 0~2% 수준으로 수수료를 낮추고 별도 입점비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경기도와 서울시 공공앱에 참여한 NHN페이코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여타 중소 배달앱과 비교해 자본은 물론 관련 기술과 인력 등 충분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