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배민 ‘B마트’ 이어 연내 요기요도 '요마트'로 시장 진출
편의점 "소포장 및 1시간 내 배송 등 수익모델 동일, 가맹점 타격 우려"
배달앱 "1인가구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사회적 흐름"
1인 가구를 겨냥한 유통업계 안팎의 배달 서비스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배민라이더스를 거느린 배달의민족이 외식업에 이어 ‘B마트’로 ‘초소량 바로배달’ 서비스에 돌입한 가운데, 요기요도 비슷한 형태의 마트 신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배달앱 업계의 이 같은 행보에 직접적인 경쟁 관계인 편의점 업계는 바짝 긴장 중이다. 1인 가구라는 주요 타깃층과 가공식품, 신선식품 등 취급 품목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가맹점의 새로운 수익 창출 모델로 떠오른 배달 서비스가 자칫 배달 앱 시장 쪽으로 기울어질 경우 가맹점 매출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배달앱 업계는 플랫폼 사업의 확장은 단순 ‘골목 상권 침해’와 직접적으로 연결 짓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미래먹거리 확보차원에서 필연적이라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배달 업계 ‘서비스 확장’…음식에서 생필품으로
배달의민족은 지난해 11월 초소량 바로배달 서비스 ‘B마트’를 정식 론칭했다. 배민 앱을 통해 주문을 받으면 서울 도심에 위치한 배민 물류센터에서 상품을 픽업해 배민 라이더가 최종 배송한다.
B마트의 가장 큰 특징은 소량 주문 배달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1~2인 가구에 특화돼 박스 단위의 배송이 아닌 낱개 주문이 가능하다. 최소 주문 금액도 편의점 절반 수준인 5000원으로 책정했다. B마트는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매달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민은 B마트 운영에 상당한 인적·물적 자원을 투입하고 있다. 지난해 말 15개였던 도심형 물류센터는 현재 두 배 수준인 31곳까지 늘어났다. 배송 지역도 초기 서울 잠실에서 현재는 인천 남부·경기 수원·성남·일산·부천까지 확대됐다.
취급 상품 수도 초기 300여개에서 현재 5000여개로 급격하게 늘고 있다. PB(자체브랜드) 제품 종류는 지난 6월 출시 당시 3종에서 현재 10여종으로 늘었다. 제품도 즉석밥, 만두, 빵 등에서 HMR(가정간편식)까지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요기요도 시장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요기요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DHK)는 최근 ‘요마트’ 신사업본부 구축에 들어갔다. 가정간편식(HMR), 신선식품, 생필품 등 B마트와 다루는 상품 영역이 동일하다. 연내 사업을 개시한다는 계획이다.
요기요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소비자가 주문하면 요기요플러스 라이더가 직접 배달을 하며, 제품은 모두 직매입해 판매한다.
◇ 배달 앱 업계 생필품 배달…편의점 미래 먹거리 침해?
편의점 업계는 배송 경쟁력 확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단 기간에 점포가 늘면서 상권이 겹쳤고, 점포당 매출이 크게 쪼그라들면서 최근엔 배달 서비스에 눈을 돌리고 있다. 배달 앱 업계와 제휴를 맺고 편의점 상품을 집 앞까지 가져다 주는 것을 기본으로 서비스를 확장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배달앱 업체들이 자체 물류센터를 구축하고 상품을 직매입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반경을 넓히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1시간 내 배송을 지향한다는 점과 소포장 상품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편의점 배달과 배달앱 업체의 수익 모델이 유사하다.
기존 쿠팡,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계도 편의점과 같은 상품을 취급·판매하고 있지만 타깃층과 배송 시간 측면에서 구분된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계는 빨라도 다음날 새벽 배송을 기본으로 하고 있고, 대량구매가 목적인 사람들이 이용한다는 점에서 편의점과 배달 서비스 모델이 다르다”며 “반면 배달앱 업계는 물건을 소량으로 구매하고 당일에 빨리 받아보고자 하는 고객을 타깃으로 한다는 점에서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달앱 업계가 직접 물류센터를 짓고 상품을 직매입해 취급하는 움직임을 직접적으로 막을 권리는 없지만, 아무래도 가맹점 매출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 걱정된다”며 “현재만 하더라도 배달앱 업계의 무료배송 프로모션과 할인 쿠폰 마케팅은 이겨낼 방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현재 대부분의 편의점들이 배송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배달앱에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자체적으로 배송 서비스를 구축할 경우 배송 인력 수급과 관리 등 다양한 문제가 파생될 수 있다”며 “향후 다양한 플랫폼과의 제휴를 통해 특정 배달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달앱 업계는 즉시배송인 ‘퀵커머스’ 사업 확대는 당연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 업계 배달 매출을 위협하고자 하는 차원이 아닌 당연한 사회적 흐름이라는게 이들의 주장이다.
현재 1인가구가 크게 늘면서 물건을 조금씩 자주 구입하고자 하는 니즈가 커졌고,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기업으로써 당연하다는 것이다.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갈수록 고객들이 가격보다는 시간에 최우선의 가치를 두고 있고, 기업들도 다양한 상품을 빠르게 전달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이전부터 지속돼 왔다”며 “비단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품목 뿐 아니라 더욱 다양한 상품을 빠른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는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기존 대형마트나 백화점 등 전통 유통사에서도 ‘퀵커머스’ 개념으로 즉시배송 서비스를 많이 도입하고 있는 추세”라며 “기존 편의점 업체들의 배송 서비스 또한 우리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향후에도 편의점과의 협력은 이어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현재 1인가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산업계와 사회 지형도 자체가 크게 바뀌었고, 기업 입장에서는 이러한 흐름에 맞춰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할 의무가 있고 존속이 달린 문제”라며 “단순히 골목상권 침해 문제 논의를 떠나 1인가구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차원으로 봐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