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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직격탄 맞은 서비스업…밀려드는 대출에 은행 '진퇴양난'


입력 2020.09.14 05:00 수정 2020.09.11 12:28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銀 관련 대출 올해만 30조 급증하며 450조 돌파

부실 우려 확산에도 계속되는 정부 압박에 '속앓이'

국내 5대 은행 서비스업 대출 잔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들이 서비스 업종 기업에 내준 대출이 올해 들어서만 30조원 넘게 불어나며 단숨에 45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해당 은행들에서 늘어난 전체 대출 중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어디보다 큰 충격에 직면한 서비스업의 실태를 보여주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잠재적 위험이 큰 대출이 몸집을 키우면서 향후 건전성 관리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민간이 더욱 적극적인 금융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정부의 압박이 계속되면서 은행들은 진퇴양난에 빠진 모습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은행 등 국내 5개 은행들의 서비스업 기업 대출 잔액은 총 450조2947억원으로 지난해 말(419조3716억원)보다 7.4%(30조9231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다른 기업 대출과 가계 대출까지 더한 전체 대출이 같은 기간 1437조6048억원에서 1528조9745억원으로 6.4%(91조3697억원)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이 가운데 서비스 기업이 받아간 대출만 33.8%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국민은행의 서비스업 대출이 108조8684억원에서 122조4248억원으로 12.5%(13조5564억원) 늘며 최고를 유지했다. 하나은행은 서비스업 대출이 101조2506억원에서 100조1925억원으로 1.0%(1조581억원) 줄었지만, 여전히 100조원을 넘기며 국민은행 다음으로 액수가 컸다. 이어 농협은행은 89조2003억원에서 96조6억원으로, 신한은행은 69조7739억원에서 78조6981억원으로 각각 7.6%(6조8003억원)와 12.8%(8조9242억원)씩 관련 금액이 증가했다. 우리은행의 서비스업 대출 역시 50조2784억원에서 5.4%(2조7003억원) 늘어난 52조9787억원을 기록했다.


이처럼 은행들의 서비스업 대출이 급속도로 확대된 배경에는 정책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전반의 충격으로 기업들, 특히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소상공인들이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정부는 이들에 대한 은행의 정책성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라고 주문했다. 이에 지난 4월부터 은행들이 자영업자들에 대한 자금 공급에 적극 호응하는 모습이다.


이런 와중 서비스업 기업들의 대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것은 그 만큼 해당 업종이 코로나19에 큰 타격을 받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달 서비스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7에 머물렀다. BSI는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다는 뜻이다. 최근 서비스업 BSI는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올해 3~4월 보다는 다소 나아진 수치지만, 여전히 2016년 2월(64) 이후 54개월 만에 최저치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더욱이 국내 코로나19가 재확산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긴장감은 한층 커지고 있다. 방역조치 강화로 사회적 거리두기 수위가 높아질수록 고객들과 직접 만나 영업을 해야 하는 서비스업은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해서다. 재확산에 따른 부담이 가중되면서 서비스업의 여건이 코로나19 초기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19로 일자리가 악영향을 받고 있는 가운데 특히 대면 서비스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분석은 이런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지점이다. 고용이 위축된다는 것은 업황이 안 좋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조사국 박창현 과장과 유민정 조사역은 최근 발간한 '코로나19의 노동시장 수요·공급 충격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서 "고용에 대한 코로나19의 부정적 영향이 대면 서비스 업종에 집중되고 있다"며 "이런 흐름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들 입장에서도 이 같은 서비스업의 실태는 불안 요인일 수밖에 없다. 서비스업의 경영난은 관련 차주들의 빚 상환 여력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큰 탓이다. 코로나19 변수로 갑작스레 많은 서비스업 대출을 떠안게 된 은행들로서는 여신 건전성 악화를 염려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비스업은 코로나19의 가장 직접적인 악영향에 노출된 업종이고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취약한 자영업자들이 몰려 있는 영역인데다, 정책 대출의 힘을 빌려 사업을 버티고 있는 이들의 특수성까지 감안하면 여신 건전성 측면에서 우려가 크다"며 "은행들도 이런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정부의 금융 지원 방침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상 당장 대출 축소에 나설 수도 없어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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