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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 보유 현금 30조 돌파…'풍요 속 빈곤' 딜레마


입력 2020.09.22 06:00 수정 2020.09.21 17:37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올해만 10조 가까이 급증…코로나19發 리스크 대비 강화

제로금리 속 '갈 곳 잃은 돈' 역효과도…투자처 찾기 난항

국내 4대 금융그룹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금융그룹들이 보유한 현금 자산이 올해 들어서만 10조원 가까이 불어나며 30조원을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기본적으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로 금융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되지만, 제로금리 시대가 현실화하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역효과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저금리 기조 심화로 금융권의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는 가운데 쌓여가는 현금을 둘러싼 금융그룹들의 고민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있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들이 갖고 있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총 33조9177억원으로 지난해 말(24조3611억원)보다 39.2%(9조5566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그룹별로 보면 우선 신한금융의 현금성 자산이 유일하게 10조원을 넘기며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신한금융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같은 기간 7조3394억원에서 10조2713억원으로 39.9%(2조9319억원)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다른 금융그룹들도 다소 속도에 차이는 있었지만 마찬가지 흐름을 나타냈다. 우리금융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8386억원에서 9조4376억원으로 38.0%(2조5990억원) 증가했다. 이밖에 KB금융 역시 5조7538억원에서 7조7494억원으로, 하나금융도 4조4293억원에서 6조4594억원으로 각각 34.7%(1조9956억원)와 45.8%(2조301억원)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이처럼 대형 금융그룹들로 하여금 현금 자산 확보에 열을 올리게 만들고 있는 요인으로는 코로나19가 꼽힌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국내외 가릴 것 없이 금융권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갑작스런 리스크가 발생할 위험이 커지자, 이에 대한 완충 장치로 현금을 늘리는 모양새다.


아울러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락한 금리 역시 금융사의 현금 보유량 확대를 부추기는 모습이다. 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금융사가 현금을 굴릴 만한 투자처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즉, 외부 환경의 변화로 대기성 자금이 늘어나게 되면서 의도한 것 이상으로 현금이 쌓이고 있는 측면도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 역풍에 우리나라는 올해 처음으로 기준금리 0%대 시대를 맞이한 실정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우리나라의 기준금리가 0%대까지 떨어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어 한은이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를 결정하면서 현재 기준금리는 0.50%로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지나치게 많은 자산을 현금으로 들고 있는 현실은 마냥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현금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 만큼 투자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자산이 확대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는 투자 수익률에 마이너스 요소일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그룹들의 자산운용 효율성은 올해 들어 눈에 띄게 악화된 현실이다. 조사 대상 금융그룹들의 올해 상반기 총자산순이익률(ROA)은 평균 0.58%로 전년 동기(0.73%) 대비 0.15%포인트 떨어졌다. ROA는 기업의 일정 기간 순이익을 총 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수치로, 금융사의 경우 보유 자산을 대출이나 유가증권 등에 운용해 얼마만큼의 순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주는 수익성 지표다.


금융그룹별로 봐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우리금융의 ROA는 같은 기간 0.72%에서 0.41%로 0.31%포인트 낮아졌다. KB금융 역시 0.76%에서 0.64%로, 신한금융도 0.82%에서 0.65%로 각각 0.12%포인트와 0.17%포인트씩 ROA가 하락했다. 하나금융의 ROA만 0.62%에서 0.63%로 소폭(0.01%포인트) 오른 정도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가 통상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 때 현금을 쌓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하면, 최근 금융그룹들의 현금 확대는 코로나19에 따른 대비 차원으로 해석된다"며 "다만, 자산운용 측면에서 수익률에 지나친 압박을 주지 않도록 적절한 수준의 현금 보유 비율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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