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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어지는 경기 침체의 늪…부실채권 정리 나선 은행


입력 2020.09.30 06:00 수정 2020.09.29 14:04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4대銀 고정이하여신 4조1330억…1년 새 5351억↓

코로나發 경제 타격 심화…여신 관리 강화 본궤도

국내 4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고정이하여신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최근 1년 동안에만 부실채권을 5000억원 넘게 정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침체의 늪이 더욱 깊어지자 이에 미리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되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 같은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는 모습이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정부 주도로 이뤄진 정책 대출에 잠재된 부실 위험이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은행들은 여신 건전성 관리에 그 어느 때보다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국내 4대 은행들이 보유한 고정이하여신은 4조1330억원으로 전년 동기(4조6681억원) 대비 11.5%(5351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말로, 통상 부실채권을 분류할 때 잣대로 쓰인다. 금융사들은 대출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은행별로 봐도 일제히 이 같은 부실채권을 상당 폭 감축한 모습이었다. 우선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은 같은 기간 1조1434억원에서 9710억원으로 15.1%(1724억원) 감소했다. 우리은행 역시 1조274억원에서 9745억원으로, 국민은행은 1조2509억원에서 1조209억원으로 각각 5.1%(529억원)와 18.4%(2300억원)씩 고정이하여신을 줄이는데 성공했다. 신한은행도 고정이하여신이 1조2464억원에서 1조1666억원으로 11.5%(798억원) 축소됐다.


이러면서 은행들의 여신 건전성 지표도 개선세를 나타냈다. 올해 6월 말 4대 은행들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평균 0.44%로 1년 전(0.55%)보다 0.11%포인트 낮아졌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은행이 들고 있는 전체 여신에서 부실채권인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주는 지표다.


은행들의 해당 수치는 일제히 하강 곡선을 그렸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45%에서 0.33%로 0.12%포인트 떨어졌다. 하나은행의 고정이하여신비율도 0.47%에서 0.12%포인트 하락한 0.35%를 기록했다. 신한은행은 0.67%에서 0.53%로, 우리은행은 0.60%에서 0.53%로 각각 0.14%포인트와 0.07%포인트씩 고정이하여신비율이 낮아졌다.


이처럼 은행들이 본격적인 대출 관리 강화에 나서고 있는 배경에는 가시화하고 있는 코로나19 충격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경기 침체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불황의 골이 깊어질수록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많아질 수 있고, 자칫 이런 흐름이 생각보다 빨라질 경우 은행들도 부담이 커질 수 있어서다. 이렇게 리스크가 더 커지기 전에 미리 대출을 재정리해 두겠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3%까지 내린 상태다. 우리나라 경제가 역성장을 경험한 해는 1980년 석유파동(-1.6%)과 1998년 외환위기(-5.1%) 등 단 두 차례뿐이다. 올해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외환위기 이후 22년 만에 첫 사례가 된다.


문제는 상황이 이보다 더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은은 코로나19 재확산이 겨울까지 간다는 비관적 시나리오 하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2.2%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대인 올해 공식 전망치는 기본 시나리오에 근거한 수치다. 한은은 국내 경기가 점차 개선되겠지만, 그 속도는 당초 전망보다 더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출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지만, 최근 코로나19의 국내 감염이 다시 확산되면서 민간소비 회복이 제약될 것이란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대규모로 실행된 정책 대출 역시 은행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잠재적 요인이 되고 있다. 아직 대출이 이뤄진지 얼마 되지 않아 별다른 부실이 감지되고 있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코로나19에 큰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주요 대출 대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불안이 클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정부가 관련 금융 정책을 가동한 건 지난 4월의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전반의 충격으로 기업들, 특히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약한 소상공인들이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정부는 이들에 대한 은행의 정책성 자금 지원을 대폭 늘리라고 주문한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글로벌 보호 무역주의 기조가 더욱 공고해지고, 실물 경제까지 직접적 타격을 받으면서 수출과 내수에서 모두 당분간 성장 돌파구를 찾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더욱이 코로나19 정책 대출의 여신 건전성이 나빠질 개연성이 큰 만큼, 은행들로서는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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