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주자 발굴·정권 탈환 '판' 깔았다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 차출론도 '솔솔'
원외지만 '압도적인' 존재감·영향력
조직력·동물적 정치 감각, 유일무이
"2022년 대선 승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
보수 야권의 '킹 메이커'를 자임한 김무성 전 미래통합당(現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21일 포럼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세미나 직후 자신의 칠순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만찬 자리에서 밝힌 각오다.
'마포포럼' 창업주인 김 전 의원은 지난 6월 17일 포럼 창립식 때도 "보수 진영이 어떤 대권주자를 내놓아야 할지 치열하게 토론할 것"이라며 정권 탈환 의지를 불태웠다.
집권 여당의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역임한 김 전 의원은 한때 28주 연속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기록했던 적이 있는 만큼, 그에게 '킹 메이커'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하지만 일단 그는 대선 후보 발굴 및 정권 탈환을 위한 '판 깔기'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오는 8일에는 마포포럼 세미나에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초청해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및 차기 대선에 관한 구상 등에 대한 이야기를 청취하기로 했다. 이후엔 야권 잠룡으로 분류되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원희룡 제주지사, 홍준표 무소속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을 연사로 부른다는 계획이다.
포럼 세미나도 격주에 한번에서 주 1회로 늘리기로 했다. 원외 인사가 대부분인 보수 야권 잠룡들이 본격적으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장(場)을 만들어 정권 교체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마포포럼은 전·현직 의원 40여 명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60여 명으로 불어나면서 야권 최대 모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놓고 당 안팎에선 '김무성 차출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야권에서 가장 유력한 부산시장 후보였던 김세연 전 의원이 불출마를 못 박으면서 출마를 희망하는 인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여권에 맞설 수 있는 압도적인 인물이 없다는 우려가 팽배한 상황이다.
김 전 의원은 부산시장 출마에 대해 손사래를 치고 있지만 주변으로부터 "출마하라"는 압박을 거세게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에선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과 김해영 전 최고위원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김 전 의원은 21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원외에 머물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부산에서 내리 6선을 한 김 전 의원은 지역 정가는 물론이고 여의도 중앙 정치권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정국에서 어김없이 '김무성의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는 터져 나온다.
2022년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권주자 발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 전 의원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보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YS(김영삼 전 대통령)가 '정치는 세(勢)'라는 말을 남겼듯, 대권까지 바라봤던 김 전 의원의 '세 규합' 능력은 차기 대권주자에겐 매력적인 요소다. 게다가 정치권에서 30년 넘도록 산전수전을 다 겪으며 쌓아온 김 전 의원의 '동물적 정치 감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야권 잠룡들이 '그'와 손을 잡으려고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전 의원은 2016년 11월 23일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 "보수 재탄생의 밀알", 2018년 6월 15일 6·13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때 "새로운 보수 정당 재건"이라는 '역할'을 제시했다. 올 6월 마포포럼을 만들 땐 '킹 메이커'를 자임했다.
김 전 의원은 평소 "권력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말을 즐겨 쓴다. 권력은 손에 쥔 모래와 같아서 움켜쥘수록 허망하게 빠져나간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막기 위해 대통령이 국방·외교 등 외치를 담당하고, 국무총리가 내치를 맡는 '분권형 개헌'의 필요성을 종종 주장해왔다. 김 전 의원은 보수 재집권을 위해 자신이 가진 영향력을 나누고 있다. 나눌수록 커지는 권력의 역설처럼, 자신의 영향력을 나누고 있는 김 전 의원에게 '김무성의 시간'이 오고 있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