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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안했나, 못했나’…식자재마트 규제 놓고 설왕설래


입력 2020.10.12 06:00 수정 2020.10.08 15:52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지난 10년간 규제 사슬에 묶인 대형마트 빈자리 채우며 빠르게 성장

해당 부처는 아직 실태조사 중…업계 “직무유기 해당”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식자재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의 모습.ⓒ데일리안 최승근기자

최근 국정감사에서 언급된 식자재마트 규제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마트는 신규 출점 제한은 물론 영업시간 제한과 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를 받는 반면 업태가 비슷한 식자재마트는 이 같은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이 식자재마트는 우후죽순 빠르게 증가하면서 골목상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6일 진행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식자재마트는 새로운 형태의 유형으로 급속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기존 법 규정과 다른 형태라 유통법상 강제할 수 있는 등록 규정이 없는 실정”이라며 “실태조사와 전문가 의견을 수렴해 입장을 정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성 장관의 발언에 대해 유통업계는 산업부가 유통산업발전법 주무부처로서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식자재마트는 각종 규제가 적용되고 있는 대형마트에 비해 규모만 조금 작을 뿐 취급 품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형마트는 보통 매장 면적이 3000㎡ 이상인 반면 중형마트로 분류되는 식자재마트는 3000㎡ 이하 규모다.


이 때문에 지난 10년 가까이 대형마트가 규제에 발목이 잡힌 사이 가장 큰 수혜를 본 업태로 꼽힌다. 반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 입장에서는 대형마트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일부 식자재마트의 경우 연매출이 1000억원이 넘을 정도로 거대해져 단순한 동네 마트 보다는 주변 상권을 흡수하는 기업형 마트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다. 하지만 이 같은 급속한 성장세에도 영업시간이나 의무휴업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 논리가 제대로 된 시장 조사 보다는 소상공인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포퓰리즘에 가까웠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식자재마트가 급속하게 세를 불린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주무부처가 아직도 실태조사도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주무부처가 이 같은 상황을 몰랐다는 것도, 알면서 하지 않았다는 것도 모두 직무유기에 해당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식자재마트가 기존 법 규정과 다른 형태라 유통법상 강제할 수 있는 등록 규정이 없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자재마트의 경우 이를 운영하는 사업자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다 보니 기존 대형 유통업체를 규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으로는 규제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그동안 법 개정 등을 통해 새로운 유통업태에 대한 규제를 신설해온 사례에 비춰보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와 여당은 복합쇼핑몰에 대해서도 대형마트와 동일한 의무휴업 등 규제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최근 시장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배달앱 등을 관리, 감독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온라인플랫폼법이라는 새로운 법안을 마련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는 최근 코로나 사태로 모바일 장보기 수요가 급증하면서 온라인 쇼핑에 주도권을 내준 상황이지만 여전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위협한다며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규제를 위한 규제 말고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에 맞는 정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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