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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새벽 열병식', 숨기려 했나 보여주려 했나


입력 2020.10.10 18:50 수정 2020.10.10 18:51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합참 "10일 새벽, 열병식 실시 정황 포착"

워싱턴 현지시각으론 오후 시간대

김정은·김여정 발언 주목해야 한다는 평가도

지난 2018년 9월 9일 북한 창건 70주년을 맞아 경축 열병식이 진행되는 모습. ⓒ노동신문

북한이 75주년을 맞은 노동당 창건일 기념 열병식을 새벽에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0일 합동참모본부는 "오늘(10일) 새벽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 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한미 정보당국은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해 정밀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합참이 정확한 시점에 대해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날 평양 김일성 광장에선 새벽 12시부터 오전 3시까지 대규모 군부대 행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새벽 군부대 행진이 열병식 본행사와 연관성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통상 오전 10시께 열병식을 진행해왔던 만큼, '새벽 열병식'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해당 시간대가 미국 현지시각으로 오후 시간대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 시간대에 맞춰 보란 듯이 열병식을 진행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은 열병식 개최 시점으로 추정되는 자정이 "워싱턴 현지시각으로 오후 1시 즈음"이라며 "미국이 지켜보기 좋은 시간에 열병식을 진행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정보 당국은 열병식 진행 시점에 촬영된 위성영상과 정찰기 등 첩보 자산을 활용해 수집한 정보 등을 바탕으로 열병식에 등장한 무기 종류와 제원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야간 시간대의 경우 정찰 자산이 확보한 영상 및 사진이 주간보다 흐릿할 수밖에 없어 북한 매체가 관련 보도를 내놓아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선 북한이 신무기의 구체적 면면을 최대한 감추기 위해 초유의 새벽 열병식을 진행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군 당국은 북한이 정주년(5년·10년 단위로 꺾이는 해)을 맞은 당 창건일을 기념하는 차원에서 열병식을 통해 성능이 개선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이동식 발사대(TEL) 등을 선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해왔다.


북한이 지난 2018년 9월 9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창건 70주년을 맞아 진행한 열병식 및 평양시 군중시위(자료사진). ⓒ노동신문
김정은 "특색있는 행사 준비하라"
美 독립기념일 참고해 열병식 진행 가능성


초유의 새벽 열병식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승인을 바탕으로 기획됐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실제로 김 위원장은 올해 8월 자신이 주재한 정치국 회의에서 "모든 경축 행사들을 최상의 수준에서 특색 있게 준비해 당 창건 75돌에 훌륭한 선물로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인 NK뉴스는 이날 평양 소식통을 인용한 보도에서 "9일에서 10일로 넘어가는 자정쯤 (평양 시내에서) 불꽃놀이 소리와 드론, 중기계를 비롯한 항공기 비행 소리가 들렸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 지시대로 '특색 있는 행사'가 불꽃놀이·드론 등을 활용해 진행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대외선전매체인 '메아리' 역시 지난 8일 보도에서 평양 시내 조명 축전 소식을 전하며 "당 창건 75돌을 맞으며 진행하게 될 경축 행사 장소들의 불 장식도 우리 식으로 더 밝고 훌륭히 완성하기 위해 아낌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었다.


7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전날 평양에서 당 창건 75주년을 경축하기 위한 '조명축전 빛의 조화-2020'이 개막했다고 보도했다(자료사진). ⓒ노동신문

일각에선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7월 담화에서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언급한 데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부부장은 해당 담화에서 "(미국의)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디브이디(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발언은 '북미 대화에 여지를 둔 발언'으로 해석돼왔지만, 북한이 화려한 축제 형식의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를 실제로 벤치마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지난 7월 4일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에서 불꽃놀이와 일부 첨단무기를 연출하는 모습들이 있었다"며 "그것을 상당히 흉내 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열병식 관련 보도를 이날 오후 늦게까지 내놓지 않았다. 이로 인해 이번 새벽 열병식 정황이 예행연습 등으로 뒤늦게 확인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생중계하지 않은 열병식에 대해 녹화 중계를 진행해온 만큼, 새벽 군부대 행진이 본행사가 맞는다면 늦어도 11일 중으론 조선중앙TV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이 보도될 것으로 보인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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