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공매도 종목 지정 방안 검토"…'기울어진 운동장' 조정 기대
금융위는 공식입장은 없이 "제도보완에 만전" 거론하며 신중한 입장
금융감독원이 국정감사에서 '홍콩식 공배도 지정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실제 국내시장에 도입될지 주목된다. 시장에선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평가를 받는 공매도 제도가 어떤 방향으로든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홍콩 사례 분석을 통해 공매도 가능 종목을 일정 기준에 따라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윤석헌 금감원장이 홍콩식 공매도 제도를 언급한 이후 관련 제도의 국내 도입 여부를 검토해왔다.
특히 금감원은 홍콩을 비롯한 해외 사례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소형주에 대한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금감원이 벤치마킹한 홍콩의 경우 시가총액이 30억홍콩달러(약 4700억원) 이상이면서 12개월 회전율(주식 보유자가 바뀌는 비율)이 60% 이상인 종목 등을 공매도 가능 종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국내 시장에서도 소형주의 경우 시세 장악이 용이하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기 때문에 공매도 제한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는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실제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선 "공매도로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며 공매도 제도 개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공매도 비중을 보면 외국인이 59.1% 기관이 40.1%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 반면 개인투자자 비중은 1%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를 '외국인과 기관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지적하는 배경이다.
하지만 정책 결정권을 쥔 금융위원회는 신중한 입장이다. 무엇보다 공매도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공매도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섣부른 결정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매도 일부 제한이 이뤄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등 국내 자본시장에 부정적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홍콩식 공매도 검토…금감원 '해볼만하다'는데 금융위 '못 미덥다'
금융위는 아직까지 금감원의 '홍콩식 공매도' 검토 방안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다만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14일 금융리스크 대응반회의에서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위해 불법공매도 처벌 강화, 개인투자자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보완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2일 국감에서 불법 공매도 제재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당국의 시장에 개입에 따른 부작용 우려를 나타냈다. 은 위원장은 "외국인을 보호하거나 숨기는 건 아니고 현장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다. 금융위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부분도 있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감원은 홍콩식 공매도가 '해볼만하다'는 것인데 반해 금융위는 '그래도 못 미덥다'는 조심스러운 표정"이라며 "최종 결정을 하는 금융위 입장에서는 보수적이고 안정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 실제 시장 도입까지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융위가 공매도 사안에서 '글로벌 기준'을 유독 강조하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홍콩식은 글로벌 기준에 맞지 않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올해 3월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폭락하자 6개월간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를 시행한데 이어 8월 말에는 이를 내년 3월 15일까지 6개월 추가 연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