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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LGU+ ‘일상비일상의틈’서 놀다가 ‘인셉션’ 당했다


입력 2020.10.15 14:46 수정 2020.10.15 14:47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기존 통신사 매장처럼 ‘강매’ 대신 ‘소통’ 선택

건물 나서는 순간 “LGU+ 괜찮네” 생각 들도록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건물 전경.ⓒ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건물 전경.ⓒ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LG유플러스가 ‘인셉션’과 같은 영리한 마케팅 전략을 썼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인셉션’은 잠들어 꿈꾸는 사이 특정한 생각이 머릿속에 심어지는 내용을 그렸다. 대놓고 이 생각을 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꿈속에서 특정 정보를 반복해 주입함으로써 자연스레 그 생각이 본인의 생각이라고 믿어지게끔 만드는 것이다.


15일 서울 강남역 11번 출구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을 찾았다. 건물 입구 어디에서도 큼지막한 LG유플러스 로고를 찾아볼 수 없었다. 방문객들도 이곳이 LG유플러스 매장인지 알아채지 못할 정도다.


하지만 실컷 놀고 건물을 나설 때쯤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심어져 있다. “LG유플러스 괜찮네. 한번 바꿔볼까?”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1층 전경.ⓒ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1층 전경.ⓒ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새 지저귀는 소리와 싱그러운 풀 내음이 오감을 자극한다. 빌딩숲인 강남 한복판에 이런 ‘힐링’ 공간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다.


천장과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사이니지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마법 천장처럼 5분마다 날씨 정보를 수집해 비가 오면 잔잔한 빗소리와 함께 비를 내려준다.


놀이동산 에버랜드의 놀이기구 ‘아마존 익스프레스’ 캐스트로 활동한 유명 유튜버 ‘윤쭈꾸’가 활기차게 방문객들을 맞는다. 직원(유플러)들도 매장에 심어진 풀들과 어울리는 정글 콘셉트의 유니폼을 입고 있다.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1층에 마련된 유튜브 체험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1층에 마련된 유튜브 체험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기존 통신사 매장처럼 귀찮고 불편하게 말 거는 사람이 없으니 천천히 더 둘러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꼭 뭘 사거나 상담받을 일이 있어야 가는 게 아니라, 강남역에 볼일이 있어 들렀다가 친구가 늦어 시간을 때울 겸 들어왔는데 의외로 볼거리가 많아 잘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법 하다.


1층은 앉아서 편히 쉴 수 있는 공간과 최신 스마트폰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존과 방문객이 직접 1인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돼서 유튜브 영상을 촬영해볼 수 있는 유튜브존 등으로 꾸며졌다. 레트로 열풍에 맞춰 ‘향수’를 자극하는 옛 감성의 물품을 구매할 수 있는 매대도 있다.


‘우리 이런 첨단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 있는데, 한번 볼래?’라는 자만심이 싹 빠졌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직접 체험해보고 편히 쉬며 놀다 갈 ‘틈’을 주는, 이름과 어울리는 공간이다.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2층 카페 ‘글라스하우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2층 카페 ‘글라스하우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2층으로 올라가면 카페가 있다. ‘서퍼’들의 성지로 알려진 강원도 고성에 있는 카페 ‘글라스하우스’를 그대로 축소해 옮겨 놨다. 사이니지에는 LG유플러스 네트워크를 활용해 실시간 고성 바다 풍경을 생중계하고 있다.


앞에 서서 발걸음을 움직이면 시선에 따라 좌우로 바다 풍경도 달라진다. LG유플러스 통신사 할인을 받으면 커피값도 반값이다. 서운하지 않도록 다른 통신사와 알뜰폰 고객에게도 20% 할인을 제공한다.


3층은 ‘나만 알고 싶은 책’ 독립출판 서적을 파는 ‘스토리지 북앤필름’이 입점해 있다. 따뜻한 빛의 조명과 함께 테이블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하면서 책도 읽고 수다도 떨 수 있다.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3층 독립출판 서점 ‘스토리지 북앤필름’.ⓒ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3층 독립출판 서점 ‘스토리지 북앤필름’.ⓒ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4층으로 올라가면 알만한 MZ세대는 다 아는 ‘시현하다’가 있다. 증명사진용으로는 다소 비싼 촬영비도 LG유플러스 고객은 50% 할인된다. 예약하지 않은 방문객들도 별도로 마련된 포토존에서 자유롭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한 직원은 “손님들 사진을 찍어드리다가 촬영의 달인이 됐다”며 “원하는 손님들에게는 직접 사진도 찍어드리고,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받은 분들에게는 사진을 스티커로 인쇄해서 선물로 드리는 등 여러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5층은 이곳에서 유일하게 LG유플러스의 냄새가 나는 곳이다. 이곳에서조차 상품을 적극적으로 ‘푸시’하지 않는다. 기존 체험 매장과 달리 불편한 매대에서 체험하지 않고 대여한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를 아무 곳에서나 편히 써볼 수 있다.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4층 포토 스튜디오 ‘시현하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4층 포토 스튜디오 ‘시현하다’.ⓒ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LG유플러스는 강남 노른자 땅에, 돈이 만만찮게 들 것 같은 이런 공간을 왜 마련했을까? 하는 질문이 생긴다.


김새라 LG유플러스 마케팅그룹장은 “지금까지 해온 마케팅 방식은 ‘우리 이런 제품 있으니 사주세요’라는 어떻게 보면 ‘강매’와 같은 방식이었고, 고객들이 이에 전혀 공감하지 않는다는 걸 절실히 느꼈다”고 답했다.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5층 클라우드게임 체험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5층 클라우드게임 체험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강매 대신 LG유플러스가 선택한 방식은 ‘소통’이다. 고객 목소리를 듣고 ‘찾아오고 싶은 공간’으로 꾸민 것이다. 입점한 브랜드들도 이를 철저히 고려해 ‘뻔하지 않은, 의의성이 있는 것’들로 선택했다.


김 그룹장은 “이곳은 단기적으로 가입자 얼마를 데려오려고 만든 곳이 아닌, 향후 5년을 보고 마련한 공간”이라며 “고객과의 관계 형성을 위한 첫 단추로, 지금의 LG유플러스 고객은 계속 사용할 이유를 만들고 미래 고객은 LG유플러스로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5층 ‘넷플연가’ 콘텐츠 체험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서울 강남 LG유플러스 복합문화공간 ‘일상비일상의틈’ 5층 ‘넷플연가’ 콘텐츠 체험존.ⓒ데일리안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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