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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의 신화창조①] '품질경영'으로 에디슨·포드와 어깨 나란히


입력 2020.10.19 06:00 수정 2020.10.16 17:04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품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현대·기아차 '톱 5'로 올린 경영철학

전세계 종횡무진 누비며 현장경영...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으로 생산망 조기 구축

현대자동차그룹의 정의선 회장 체제로 전환된 가운데 아들에게 총수 자리를 물려주고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선 정몽구 명예회장의 업적이 재조명받고 있다. 정 명예회장은 자동차 업계 후발주자로의 한계를 품질경영과 공격적 해외시장 진출로 극복하고 세계 5위 자동차그룹을 일군 도전의 승부사로 불린다.<편집자 주>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 2016년 10월 18일 중국 창저우 현대차 공장 준공식에서 첫 번째 생산 모델인 '위에나'에 기념 사인을 하고 있다.ⓒ현대차그룹

2000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을 이끌게 된 정 명예회장은 당시 10개 계열사와 자산 34조400억원에 불과했던 그룹을 2019년말 현재 543개 계열사와 총 234조7060억원의 자산을 보유한 거대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정 명예회장의 취임 당시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세계 자동차산업에서 전례가 없는 최단 기간 내에 전 세계 10개국에 완성차 생산시설을 갖추고 매년 700만대 이상을 판매하는 글로벌 5위권의 자동차 메이커로 자리 잡았다.


‘품질경영’, ‘현장경영’, ‘뚝심경영’은 정 명예회장의 경영 스타일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용어들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짧은 시간 동안 세계 최상위 기업으로 올려놓는 고속 성장을 추구하면서도 항상 ‘품질’을 챙길 것을 강조했다. 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 품질은 큰 인정을 받지 못했던 현대·기아차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JD파워에 품질관련 컨설팅을 받는 등 백방의 노력을 기울였다.


매년 초 시무식 때나 상·하반기 해외법인장 회의, 해외 공장 현지점검 때마다 정 명예회장은 최고의 품질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최선의 가치라며, 고객을 최우선에 두고 최고 품질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계속해서 강조해 왔다.


현대·기아차가 미국시장에서 이전까지 유례없던 ‘10년 10만 마일’ 보증 카드를 내놓고 시장에 큰 충격을 던진 것은 지금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된다. 품질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당시 보증 정책은 현대·기아차가 미국 시장에서 단숨에 상위 브랜드로 도약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같은 노력의 결과 현대·기아차는 국내외 주요 시장조사기관의 품질조사에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고 있으며, 이는 소비자 신뢰 제고로 이어져 세계 시장에서 양적 확대 뿐 아니라 브랜드파워 강화에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이 2016년 8월 3일 현대차 러시아공장을 방문해 크레타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해외로 시장을 넓히는 데는 정 명예회장의 ‘뚝심경영’이 큰 힘을 발휘했다.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파워가 지금보다 미약한 시기에는 해외공장 건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무성했지만 정 명예회장이 뚝심으로 밀어붙인 결과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유례가 없는 빠른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다.


미국과 유럽, 중국 등 주요 시장은 물론, 브라질, 멕시코, 러시아, 인도 등 신흥 시장까지 세계 곳곳에 빠른 속도로 생산기기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정 회장 체제 하에서 현대·기아차가 개발한 표준공장 건설 시스템이 꼽힌다. 전세계 공장에서 균일한 고품질의 생산공장을 건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기에 시장이 필요로 하는 시점에 신속한 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다.


세계 곳곳을 발로 뛰며 현대·기아차 거점의 생산품질과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현장경영’ 역시 정몽구 리더십의 특징 중 하나였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글로벌 자동차시장 위축 당시 여러 차례 유럽을 찾아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유럽에서 길을 찾으면 글로벌 시장의 어려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며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일본 업체들이 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고 반격에 나서 2012년에는 미국을 찾아 “경쟁업체들의 물량공세나 할인공세에 연연하지 말고 지금까지 현대·기아차가 지속해온 ‘제값 받기’ 정책을 통한 경영 내실화 강화로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2016년에는 러시아, 슬로바키아, 체코, 미국, 중국 등 한 달여 사이에 5개국을 오가는 강행군을 펼치며 왕성한 열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당시 회장)이 2016년 8월 4일 현대차 체코공장을 방문해 현지 공장에서 생산된 투싼의 품질을 점검하고 있다.ⓒ현대자동차그룹

정몽구 명예회장의 혁신 리더십과 경영철학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인정받았다. 2004년에는 ‘비즈니스 위크)’로부터 최고 경영자상을 받았고, 2005년에는 ‘오토모티브뉴스’로부터 자동차 부문 아시아 최고 CEO로 선정됐다.


2009년에는 미국 ‘코리아 소사이어티’ 밴 플리트상,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세계 100대 최고 경영자상을 수상했다.


올해 7월에는 세계 자동차산업 최고의 권위에 빛나는 ‘자동차 명예의 전당(Automotive Hall of Fame)’에 한국인 최초로 헌액되기도 했다. 이로써 정 명예회장은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1967년 헌액),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1969년 헌액), 벤츠 창립자 칼 벤츠(1984년 헌액)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당시 미국 자동차 명예의 전당 측은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을 성공의 반열에 올린 업계의 리더로, 기아차의 성공적 회생, 글로벌 생산기지 확대, 고효율 사업구조 구축 등 수 많은 성과는 자동차산업의 전설적 인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며 정몽구 명예회장의 헌액 사실을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정몽구 명예회장은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하는 경영인 중 한 사람이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라며 “정 명예회장의 강력한 리더십과 뚝심이 없었다면 국내 자동차 산업 수준은 지금보다 한참 떨어져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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