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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방탄 국감'…청와대, 끝내 국회 무시


입력 2020.11.05 02:55 수정 2020.11.05 05:34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일주일 연기했는데 또 기습 불출석 통보

라임·옵티머스 관련 '수사 중'이라며 회피

추·윤 갈등 "둘이서 잘 해결" 무책임 답변

당헌 수정 입장 묻자 與 의원들이 철통방어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운영위원회의 청와대 대통령비서실·국가안보실·대통령경호처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국정운영의 컨트롤 타워인 청와대가 국민적 의구심이 있는 주요 현안에 대해 답변을 회피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 176석 거대여당의 힘에 야당의 의혹제기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4일 국회 운영위원회 청와대 감사를 끝으로 마무리된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맹탕' '방탄'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청와대 국정감사는 증인출석부터 진통이 컸다. 국회가 국감일정을 일주일 연기하며 배려했으나, 청와대는 이날 끝내 김종호 민정수석을 출석시키지 않았다.


김 수석 외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몸수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유연상 경호처장과 노규덕 평화기획비서관 등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지난주와 마찬가지로 국감 전날 기습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식이었다. 국민의힘은 "국회를 무시한 처사"라고 반발했다.


내용도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크게 부족했다는 평가다. 먼저 청와대 인사가 연루된 라임·옵티머스 의혹에 대해서는 '수사 중'이라며 철저히 답변을 회피했다.


김모 전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은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3700여만 원의 이익을 챙긴 혐의로 재판 중이며, 이모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은 옵티머스 사태로 남편이 구속수감 중이며 본인도 옵티머스 지분을 가진 상태로 발탁돼 의구심을 자아낸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라임과 옵티머스에 각각 청와대 행정관들이 연루된 진상을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의가 나왔지만 노영민 비서실장은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인사배경과 검증부실을 지적하는 질문에는 "검증은 수사가 아니어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고, "인사에 관한 사항은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뇌물수수 등 예민한 질문에는 "수사 중인 사안이라 말할 수 없다"고 피해갔다. 당연히 대국민 사과나 유감표명은 없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이른바 '추윤갈등'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의가 이어졌지만 노 실장은 고장난 카세트처럼 "검찰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의 중앙행정기관"이라는 정부조직법 내용만 되풀이해 읽었다. 그러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서 해결해야할 사안이다. 법무부와 검찰이 각각 할 일이 있고 협조할 일은 하고"라며 원론적인 얘기만 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추 장관과 윤 총장에 대해 국민들이 지겨워할 정도로 설전이 왔다갔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 사람을 임명했는데, 임명한 장관 둘이 싸우고 있으면 (문 대통령이) 초치해서 화해를 시키든 새로운 사람을 구하든 해야하지 않나. (추 장관 임명부터) 10개월을 끌고 있는데 대통령의 영이 서겠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지만, 시원한 답변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문재인 당헌' 수정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철통방어에 나섰다. 민주당이 수정하기로 한 '무공천' 당헌은 2015년 새정치연합 대표 시절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관철시킨 안이다.


국민의힘 김정재 의원은 "비록 정당의 일이지만 대통령의 입장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같은 질문이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은 기다렸다는 듯 "질문 같은 질문을 하라" "지금 민주당 국정감사를 하느냐" "비서실장은 답변을 할 필요가 없다"며 일제히 목소리를 높여 의사진행을 방해했다.


우여곡절 끝에 답변에 나선 노 실장은 "대통령이 정당 내부 활동과 결정에 대해서, 특히 선거와 관련된 사안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며 결국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정계성 기자 (minjk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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