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에 '친중 외교' 면전 비판한 바이든 유력
동맹 강조하며 반중 연대 참여 압박 여지 농후
문대통령 과거 "강대국 갈등 적잖은 부담" 토로
"한국, 불참 명분 찾기 어려운 상황 몰릴 수도"
"미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는 것은 좋은 베팅이 아니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이었던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바이든 후보의 발언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친중외교'가 가속화되는 것에 대한 사실상의 경고로 읽혔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하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중대 기로에 섰다는 평가다. 바이든 후보의 '동맹 존중' 기조를 볼 때도, 과거 발언에 비춰봤을 때도 대중 견제 강화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재인정부의 '선택의 시간'은 임박한 모양새다.
바이든 후보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못지 않게 대중(對中) 강경 입장을 밝혀 왔다. 그는 지난달 2차 후보 토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같은 '깡패'들과 어울리며 미국의 동맹을 멀어지게 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에 동맹 가치의 복원을 중시하는 바이든 후보가 군사·외교 반중 연합체 성격의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 다자 안보협력체)', 반중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중심으로 반중 연대에 대한 한국의 참여를 압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그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성 모호성'을 취해왔다. 정치와 안보 측면에서는 미국에,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과의 관계를 두루 유지하겠다는 기조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대북 정책인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실현을 위해서도 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미중 갈등이 심화되자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더욱 심해지는 자국 중심주의와 강대국 간 갈등이 우리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대외 경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중국의 존재를 무시할 수 없는 만큼 곤혹스러움을 드러낸 것이다.
미국과 일본·호주·인도 등 4개국의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만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것에 한계가 있는 만큼, 중장기적 시각에서 국익에 기초해 일관성이 있는 대외정책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외교가에서 흘러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 선임연구원은 6일 전략문화연구센터가 개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에 대응하는 글로벌 연합체를 구성해 미중 경쟁을 글로벌화할 것"이라며 "바이든 행정부가 동맹 간 협력을 강조하면서 미중 경쟁에 한국을 참여시키는데 더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창범 전략문화연구센터 고문도 같은 자리에서 "가치 동맹과 경제적 접근을 기반으로 한 인도·태평양 전략이 마련되면 인도·태평양의 네트워크화에 한국의 참여를 촉구하는 미국의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며 "그 경우에 우리나라가 참여하지 않을 명분을 찾기가 오히려 어려워지는 상황에 몰리게 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에서 "정부로서도 향후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보다 다 체계적으로 어느 쪽에 속할 것인가, 아무래도 바이든 행정부는 동맹관계를 중시하기 때문에 그러한 부분에 있어서 우리의 외교전략을 어떻게 세워 나가는가가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한 입장 표명은 자제하고 있다. 다만 청와대는 미국 대선을 전후로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 한미관계 발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에 대한 의지는 거듭 강조하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 '한미일 안보실장 협의'를 화상으로 열고, 미국 대선 상황과 관계없이 외교안보 협력이 공백 없이 진행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