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팬덤 보다 더 강했던 반트럼프 결집
편 가르기 정치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원인
한국 차기 대선도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 유력
'반문연대' 명분은 충분, 야권단일화가 관건
미국 대선 결과는 바이든 후보의 승리가 아닌 '반트럼프 진영'의 승리였다는 게 지배적인 평가다. 팬덤과 '샤이 트럼프'가 합쳐진 지지층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대 최대득표수(7,118만표)를 안겼지만, 반트럼프 결집력(7,561만표)은 그보다 더 강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편 가르기 정치로 인한 분열과 갈등, 사회적 피로도가 누적된 결과였다.
주목되는 것은 미 대선의 결과가 오는 2022년 열릴 우리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그간 미국 대선은 우리 선거에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쳤었다. 주요 공약을 비롯해 캠페인 형식, SNS를 활용한 선거운동, 후보 이미지 메이킹 등에서 영감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지난 대선 오바마를 벤치마킹한 문재인 후보나 트럼프에 비유된 홍준표 후보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현재 국내정치에서 극단적 대립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미국의 정치상황과 유사하다는 평가다. 피아를 나누고 다수의 위치를 점하는 집권세력의 정략적 '편 가르기'가 원인이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들어 친조국과 반조국, 토착왜구와 주사파, 임대인과 임차인, 의사와 간호사 등 국민 사이 갈등과 대립이 양산됐었다.
이는 필연적으로 친문 팬덤에 기반한 지지세력 결집으로 이어졌고, 그 반작용도 비례해서 커졌다는 분석이다. 배종찬 인사이트K 대표는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역대 대통령 집권 4년차와 비교했을 때 문 대통령 지지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역으로 지지하지 않는 계층도 50% 이상으로 강하게 결집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2022년 대선은 '문재인 대 반문재인' 형태가 될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원희룡 제주도지사, 김태호 의원 등 야권 대선주자들 사이에서는 '반문재인'을 고리로 한 연대를 타전하고 있다. 현 정권에 반대하는 국민들의 표를 모을 수 있다면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미국과 선거제도가 달라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출마한 것과 달리 우리의 경우 문 대통령이 후보로 나서지 않기 때문에 그 농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친문세력의 강세 △문 대통령의 계승하는 대선후보 △'반문재인' 세력의 일치단결 등의 조건이 만족됐을 때 '문재인 대 반문재인' 구도에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본다.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친문진영이 세력과 지지율을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음 대선후보도 자기들 위주로 만들 것"이라며 "이낙연 대표나 이재명 지사 모두 그 뜻에서는 벗어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은 퇴임하지만 문재인을 계승하겠다는 후보들이 친문세력을 등에 업고 나설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에 반문연대가 형성될 명분은 일단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전제조건은 야권의 지도자급 인사들이 기득권과 욕심을 내려놓고 희생하겠다는 마음으로 모여야 한다"며 "모두가 (대선은)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중심에 서려고 하면 연대는 이뤄질 수 없다.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한다는 생각으로 상호간에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