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9' 진행했던 간판 앵커 황상무, 사의 표명
'검언유착' 오보 사태 당시 양승동 사장 사과 요구
"국민 수신료 운영 KBS, 이념으로 사실 왜곡 안돼
극단의 적대정치 편승해선 안돼…그게 존재 이유"
KBS 간판 프로그램 '뉴스 9'을 진행했던 황상무 앵커가 9일 사의를 표명했다.
황 앵커는 이날 KBS 사내 인터넷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오늘 제 인생의 절반 이상을 몸담았던 KBS를 떠나려고 한다"며 이같은 의사를 밝혔다.
그는 "더 이상 제가 머물 공간이 없어졌다"며 "보잘 것 없는 사람을 아껴주고 키워줬던 조직이기에 인사는 드리고 가는 게 도리라고 여겨 몇 자 적습니다"라고 글을 시작했다.
황 앵커는 "현대사회에 진리는 없고, 사실이 있을 뿐이다. 이익이 중첩되어 첨예하게 엇갈리는 다원 사회에서 한쪽에서 말하는 정의는 다른 쪽에서는 불의가 되고, 견강부회·곡학아세일 뿐"이라며 "이른바 진영논리만이 횡행하는 시대로, 그래서 언론은 사실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황 앵커는 "언론은 사실과 자신의 이념이 부딪힐 때, 과감히 이념을 버리고 사실을 택해야 한다. 제가 신입사원들에게 누누이 강조했던 말"이라며 "이는 KBS의 숙명이며, 이념으로 사실을 가리거나 왜곡하려 드는 순간 KBS 는 설 자리가 없다. 국민 수신료로 운영되는 회사가 한 쪽 진영에 서면, 나머지 절반의 국민을 적으로 돌리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황 앵커는 "최근 날마다 벌어지는 분노와 저주의 악다구니를 듣노라면 우리는 좌우 양손에 이념의 촛불을 들고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폭주기관차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며 "좌나 우, 진보나 보수라는 틀로서는 결코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황 앵커는 "KBS는 이런 극단의 적대정치에 편승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피흘려 쟁취한 이 땅의 민주주의를 자랑스럽게 여기듯이 선조들의 헌신과 선배들의 노고를 존중하고 평가해야 한다. 어렵고 힘든 길이지만 꿋꿋이 그 길을 걸어가야 하며, 그게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이날 사의를 표명한 황 앵커는 지난 1991년 KBS에 입사한 후 사회·정치·통일부 기자를 거쳐 2002년부터 2007년까지 'KBS 뉴스광장'의 진행자를 맡았으며, KBS 뉴욕 특파원으로 근무하다 2015년 1월부터 간판 뉴스 프로그램인 '뉴스9' 앵커로 활동했다.
지난 2018년 4월 양승동 KBS사장 취임 이후 '뉴스9' 앵커자리에서 물러난 뒤 라디오뉴스팀에서 근무해왔다.
황 앵커는 '뉴스9' 앵커로 근무하던 지난 2016년 'KBS기자협회 정상화 모임'에 참여해 'KBS기자협회'를 향해 "KBS기자협회가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편향돼 있다. 민주노총 산하 특정노조의 2중대라는 비판을 곱씹어야 한다"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7월에는 KBS의 검언유착 오보방송 사태의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KBS인 연대서명'을 통해 양승동 사장의 대국민사과를 촉구하는 데 앞장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