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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취임 한달, 대통령부터 노조까지 '광폭 행보'


입력 2020.11.13 06:00 수정 2020.11.12 17:45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 속도…투자·제휴 강화

수소 생태계 구현에도 앞장…전기차는 전용 브랜드 런칭

재계 총수와 잇따른 회동·노조 지부장 오찬 등 '열린 소통'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 ⓒ현대자동차그룹

급변하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속 현대자동차그룹 운전대를 잡은 정의선 회장의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취임 당시 강조한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의 전환을 위해 핵심 성장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에 대한 과감한 투자 저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뿐만 아니라 정·재계 인사부터 노조까지 두루 만나며 '준비된 회장'으로서의 진면목을 여과없이 발휘하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취임 이후 그룹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 비전 이행을 위한 실행 속도를 빠르게 높이고 있다. 그는 첫 공식 일정인 수소경제위원회 참석을 시작으로 대통령과 총리, 재계 총수들은 물론 노조 지부장까지 면담하며 숨가쁜 한 달을 보냈다.


이 같은 '광폭 행보'는 현대차그룹이 내건 '미래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 전환과 맥락을 같이 한다. 현대차그룹은 고객의 삶에 최적화된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고 핵심 성장축인 자율주행, 전동화, 수소연료전지 분야와 함께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스마트시티 등에 대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미국의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협의 소식도 '미래 모빌리티' 사업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읽힌다. 이번 1조원대의 거래가 성사되면 현대차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로보틱스 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 회장은 핵심 사업 분야로 UAM과 로보틱스를 제시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임직원 타운홀 미팅에서"앞으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 30%가 PAV(플라잉카 등 개인용 비행체), 20%는 로보틱스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안에서 서비스를 주로하는 회사로 변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신임 회장이 지난해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대강당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과 셀카를 찍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지난 10일엔 커넥티드카(IT를 통한 차량 연결) 기술 보유업체 엔비디아와 협력을 확대키로 하며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커넥티드카는 자율주행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3월 세계 최고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앱티브와 합작해 자율주행 모빌리티기업 모셔널을 설립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으로서는 새로운 도전인 UAM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9월 인천공항공사, 현대건설 등과 한국형 UAM 사업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력을 계기로 현대차는 세계 최고 수준의 UAM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CES 2020'에서 현대차는 UAM 콘셉트인 'S-A1'을 선보이며 2028년 상용화를 제시했다.


정 회장은 수소 생태계 구현에도 앞장서고 있다. 그는 회장 등극 이후 첫 대외행보로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해 수소 인프라 동맹을 주도하는 등 의미 있는 행보를 보였다. 수소경제는 한국 경제의 미래 성장동력이자 현대차그룹이 전력을 다해 육성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기도 하다.


정부 역시 수소경제 관련 전략을 수립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전기차 개발·생산전략과 보조를 맞춰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현대차 울산공장을 직접 찾아"세계적인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앞으로 5년이 미래차 시장을 선도하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라며 2025년까지 전기차·수소차 등 그린 모빌리티에 20조원 이상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을 방문, 친환경 미래차 관련 설명을 들은 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영역의 성장 속도도 가파르다. 현대차그룹은 내년부터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를 적용한 전기차를 출시한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라인업 브랜드 '아이오닉(IONIQ)'을 런칭했다. 기아차도 CV(프로젝트명) 프로젝트로 전기차 신차를 공개할 예정이다.


새로운 전동화 기술로 급성장 중인 전기차 시장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앞서 정의선 회장은 지난 7월 '그린 뉴딜 대국민 보고대회'에서 "내년은 현대차그룹에 전기차 도약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며 미래 친환경 모빌리티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보였다.


정 회장은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사업영역 전환 뿐 아니라 경제계·노조와의 대화에도 적극 나서며 열린 소통을 주도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오른쪽)이 1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이동국 선수의 은퇴식에서 이 선수와 포옹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그는 지난달 26일 주요 그룹 총수 중 가장 먼저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빈소를 찾아 조문한 데 이어 28일 열린 비공개 영결식에도 참석했다.


지난 5일엔 이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비공개 만찬을 함께 하며 재계 총수들간 발전적이며 협력적인 관계를 다졌다.


특히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이상수 현대차 지부장과 오찬을 가지며 현대차그룹 총수로는 19년 만에 처음으로 노조 지부장과 만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이 같은 행보는 정 회장이 직접 강조한 소통과 자율을 기반으로 한 그룹 체질 개선과 창의적이고 열린 조직문화 구현을 직접 실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재 영입에서도 이 같은 신념은 이어졌다. 현대차그룹은디자인 기반의 브랜드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최고창조책임자(CCO)를 신설하고, 담당 임원에 지난 3월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재영입했다.


아울러 지난 1일에는 구단주로 있는 프로축구 전북 현대의 상징적인 선수인 이동국의 은퇴 경기가 열리는 전주월드컵경기장을 찾아 이동국에게 직접 감사를 전했다.


정 회장의 '광폭행보'는 재계 전반에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가야할 방향을 적기에 포착하고 '뉴 리더'로서 이를 차근차근히 이행하는 모습"이라며 "전방위적인 소통 능력도 정의선 체제 변화에서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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