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 디지털 전환 대책 발표…2030년까지 강소·중견기업 20만개 창출
산업부 “산술적으로 1년에 1만개 육성”…업계 ”현실 고려하지 못한 대책”
정부가 디지털 무역 확대에 강소·중견기업 비중을 높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오는 2030년까지 20만개 강소·중견 수출기업을 배출하겠다는 청사진이다. 기존 10만 수출기업과 더불어 1년에 1만개씩 강소·중견 수출기업 10만개를 만들겠다는게 정부 구상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신중한 반응이다. 그동안 강소·중견기업들 수출이 정체된 원인을 해결하기보다 생색내기에 급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강소·중견기업 수출이 디지털 전환에서 어떤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비대면 시대, 디지털 수출경쟁력 선점하겠다
정부는 13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제3차 확대무역전략조정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발표한 ‘무역 디지털 전환 대책’은 한국 무역의 대대적 전환과 무역구조 혁신을 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디지털 무역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관심이 높아진 분야다. 기존 대기업 중심의 수출구조를 벗어나 중소기업도 수출 기회를 넓힐 수 있는 기회로 받아들여 진다.
정부는 디지털 무역으로 향후 무역규모 2조 달러, 수출 중소기업 20만개 창출을 하겠다는 목포를 내놨다. 이를 위해 내년 3대 B2B(기업과 기업거래) 플랫폼을 기능적으로 통합하고 입점기업 확대를 통한 대형화, 아마존·알리바바 등과 전략적 협력에 나선다.
또 업종별 온라인 전시플랫폼을 마케팅 허브로 전자·바이오 등 7대 산업 전시회에 세계적 수준의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거래) 전시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2030년 20만 수출 중소기업 양성이다. 정부는 매년 1만개 기업을 발굴, 온라인을 활용한 다각적 마케팅, 총 200억원 규모의 신속 자금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는 내수 중소기업이 수출기업으로 전환하는데 마케팅, 기업 매칭 등 가교 역할을 담당한다.
이밖에 전자무역체계 개편, 통관·인증 전자화, 비대면 금융·법률 서비스 신설 등 내년까지 수출 전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물류·R&D·인력 등 오프라인 지원기능 연계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수출 중소기업은 2016년 9만개 돌파 후 5년간 10만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우리 무역이 10만 수출기업, 무역 1조 달러를 넘어 20만, 2조 달러 시대로 재도약하기 위해서는 구조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 장관은 이어 “무역의 디지털화,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경제 확산을 계기로 새로운 수출기업과 시장을 창출하고 품목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소외된 강소·중견기업들…어디서 10만개를 찾을까
정부의 무역 디지털화는 글로벌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다.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이 발빠른 조치인 셈이다. 그럼에도 이번 디지털 전환 대책은 시장에서 그다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정책에서 소외된 강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당근’을 제시했는데도 반응이 시원치 않은 것이다.
우선 정부의 ‘연간 1만개 수출기업 창출’ 달성 가능 여부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출 수는 지난 2016년 9만2000개로 첫 9만개 기업 돌파 이후 4째 9만개 중반에서 정체돼 있다. 지난해 수출 중소기업 수는 9만5000개다. 4년 동안 3000개 밖에 키우지 못했다.
연간 1만개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확실하고 지속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특히 강소·중견기업들은 매번 정부 정책에서 필요할때만 부르고 정작 중요한 대책에서는 소외됐다는 박탈감이 크다.
이번 정책 역시 강소·중견기업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수출 시스템에서 기반을 닦아달라’는 정부 요구로 비춰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수출이 증가하고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누계기준 온라인 수출 증감률은 전체 108.1%인데 중소기업은 153.1%로 전체 증감률보다 높다.
산업부 관계자는 “글로벌 온라인 시장 확대는 내수에 의존하는 중소기업이 저비용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라며 “(연간 1만개 수출기업 창출이)쉽지는 않겠지만 최근 일부 중소기업의 온라인 수출 사례를 볼 때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56만8000개 제조 중소기업 중 순수 내수기업을 제외한 30만개 기업이 수출 잠재력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 된다”며 “이 중 기존 10만개 수출기업을 포함해 신규 10만개 기업을 수출 주력군으로 육성할 경우 무역규모의 획기적 확대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설명대로라면 수출 잠재력을 보유한 30만개 중소기업 가운데 90% 이상을 수출기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4년 간 고작 3000개 기업만 증가한 것은 정부의 수출 대책이 일관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 수출은 판로 개척과 금전적 부담이 가장 크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매칭해주더라도 나머지 부분은 기업들 몫”이라며 “몇 번 성과가 나왔다고 이를 통계에 넣기도 애매하다. 어디에서 연간 1만개 기업을 창출한다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소기업, 특히 강소·중견기업은 대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 중진공, 코트라, 무협 등에서 추진하는 B2B 플랫폼도 형식적인 수준”이라며 “이미 수출하려는 강소·중견기업들은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를 통해 해외 시장을 노리고 있다. 정부의 시장 파악이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