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가 7만800원으로 증권사 평균 목표가 2만9500원 훨씬 웃돌아
신주발행 할인율 적용 방식 때문, 제3자 배정도 주주권리 침해 우려
산업은행이 아시아나항공 지분 확보를 위한 유상증자의 가격 적정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기업가치와 무관하게 치솟은 주가 때문에 투입된 국민 세금이 제대로 회수되기 어려울 수 있어서다. 증권가에서는 올해들어 경영권 분쟁으로 한진칼 주가가 널뛰고 있는데 공교롭게 산은의 참여로 경영권 이슈가 해소되면 발행 수익률이 낮아질 수 밖에 없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코스피시장에서 한진칼은 전장과 동일한 7만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거래량은 45만3693주로 주가 움직임은 크지 않고 보합흐름을 보였다. 앞서 지난 16일 한진칼은 신주 707만2146주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는데 증자규모는 5000억원이고, 신주의 발행가액은 7만800원으로 책정한다고 밝혔다.
유가증권의 발행 및공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신주의 발행가액은 일정 기간의 주가를 가중 산술평균한 값에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인데 제3자 배정 방식의 증자일 경우에는 할인율은 10% 이내로 책정해야 한다.
하지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유상증자 방식을 제3자 배정으로 한다는 것에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익명을 전제로 한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유상증자는 기존 주주에게 우선권을 줘야하는데 제3자 배정 방식으로 하게 되면 주주의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3자 배정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할인율이 10%에서 정해지지만 아시아나 항공을 인수하는 한진칼 유증 할인율은 못해도 30% 이상은 되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한진칼의 최근 주가가 널뛰기를 하면서 기업가치에 맞지 않는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한진칼은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있을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타며 주가가 널뛰기를 했다.
지난 1년간 한진칼의 주가 추이를 보면 지난해 11월 22일 3만2250원에 거래됐다가 경영권 이슈가 불거진 올해 4월 20일 최고가인 11만1000원까지 뛰어올랐다. 하지만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 이슈가 지속되면서 주가 변동폭은 커졌다. 지난 9월 말 6만원대 후반으로 내려갔다가 지난 16일 산은의 유상증자 참여 여파로 9만55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 한진칼의 적정 주가를 3만원도 채 안되게 보고 있는데 유상증자 신주 발행가는 이보다 2배가 높다는 것에 우려가 크다. 산은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 추진을 위해 시장가보다 터무니없이 비싼 발행가로 무리수를 둘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진칼에 대한 적정주가를 제시한 증권사 4곳의 평균 주가는 2만9500원에 불과하다. 대신증권은 최근 목표주가를 기존 3만1000원을 유지하면서 항공업 수요 부진을 이유로 투자의견을 시장수익률로 하향조정했다. 유안타증권의 목표주가는 3만3000원, KTB투자증권은 3만원을 제시했다. IBK투자증권은 지난 9월에 제시한 2만4000원을 현재까지 적정주가로 보고 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상증자 이후 기존 주주들의 주당순이익(EPS) 희석 효과는 약 49.9%로 내년 추정 주당 순자산가치도 2만7348원에서 2만906원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상장사가 유상증자에 나서면 주식 수가 늘어남에 따라 주주가치 희석이 불가피하다"고 언급했다.
증권가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항공여객시장의 침체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0조원대에 육박하는 아시아나 항공 부채규모를 대한항공이 감당할 지 여부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선이 많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딜과 관련해서 한진칼 대주주 3자연합의 행보, 아시아나항공 감자 이슈가 남아있다"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무상 감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부담은 더욱 더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모펀드 KCGI가 제기한 한진칼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인이 용인하게되면 산은이 유증 참여는 무산된다. 이러게 되면 유상증자와 교환사채 인수 등으로 총 8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한 것도 도돌이표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산업은행의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 작업도 결국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산은의 무리수가 결국 아시아나 항공 매각 작업을 더 어렵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KCGI 측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코로나위기와 아시아나항공 잠재부실 부담을 고민하던 산업은행과 일부 정책당국이 항공업 통합과 실업우려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사회적 합의와 공정한 절차가 무시됨은 물론 국민의 혈세가 낭비되는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