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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정의란 무엇인가, 영화 ‘안티고네’


입력 2020.11.26 15:06 수정 2020.11.26 15:06        데스크 (desk@dailian.co.kr)

그리스 3대 비극 작가 소포클레스는 ‘안티고네’를 통해 테베 왕가의 비극적인 운명을 그렸다. 오이디푸스 왕의 딸인 안티고네는 정의의 화신으로 황야를 방랑하던 오이디푸스를 끝까지 봉양하였고 권력다툼으로 죽음을 당한 오빠 폴리네케이스의 시신을 묻어주다가 삼촌 크레온 왕이 만든 법을 어겨 사형에 처하게 된다. 또한 안티고네를 사랑한 크레온의 아들 하이몬이 자살하자 크레온의 부인 역시 목숨을 끊게 된다는 비극을 그리고 있다. 부당한 국가의 법에 대응한 안티고네의 행동은 그 이후 정의에 대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게 되었다.


최근 개봉한 영화 ‘안티고네’는 이민자 가족의 가족애를 그린 작품이다. 알제리에서 캐나다 몬트리올에 정착한 안티고네에게 비극이 벌어진다. 단속 중이던 경찰에 둘째 오빠 폴리네케이스가 붙잡히고 그걸 말리던 큰오빠는 경찰의 총에 맞고 사망한다. 경찰을 폭행해 수감된 폴리네케이스가 추방될 위기에 처하자 안티고네는 오빠를 대신해 감옥에 들어간다. 가족을 지키려는 그의 행동에 대중들은 열광하고 저항의 아이콘까지 되지만 결국 캐나다를 떠나게 되는 위기에 처한다.


영화는 두 개의 모티브를 접목시켰다. 하나는 신화 ‘안티고네’이고 또 다른 하나는 2008년 캐나다 총격사건이다. 소피 데라스페 감독은 몬트리올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사망한 온두라스 출신의 18세 난민 사건을 기반으로 신화 속 절대 권력으로 표현되는 크레온 왕을 사법제도로 치환하여 현대의 안티고네를 탄생시켰다. 이민자 소녀 안티고네와 캐나다 소년 하이몬의 연대의식에 초점을 맞췄고 난민 문제를 엮어 과감하고 현대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실제로 가난한 불법 이민자 가족의 삶은 캐나다 국민들의 삶과는 다르다. 새로운 곳에서 삶의 터전을 만들었지만 온전한 삶을 살지 못하는 또 다른 계층이다. 이민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 이유는 폴리네케이스처럼 갱조직에 가입되어 있거나 총기를 사용하는 등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든다는 인식 때문이다. 영화는 안티고네 가족의 삶을 통해 인종차별, 이민자에 대한 과도한 공권력 행사 등 난민 문제를 오롯이 보여준다.


안티고네는 법정에서 ‘전 언제든 다시 법을 어길 거예요, 오빠를 도우라고 제 심장이 시켜요.’라고 말한다. 과연 정의란 무엇일까.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에서는 양심이라는 자연법과 왕의 명령이라는 실정법 사이에서 양심을 택해 시련을 겪게 되는 비극을 보여줬다. 영화에서는 가족을 위해 자신이 유죄라며 말하며 알제리로 추방될지라도 확고한 신념에 따라 용감하게 행동하는 안티고네의 정의를 그리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자연법보다 실증법과 명령이 높은 위치에 있다. 똑같이 양심을 따른 안티고네의 행동은 달라진 환경 속에서 더 강열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자신의 무죄 입증이나 시민권 획득보다 오로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그 가치만을 추구하는 모습에서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SNS시대의 대중들과의 연대와 소통도 강조된다. 난민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 탓에 SNS에서는 사실과 다르게 진실이 왜곡되며 안티고네를 위험에 빠뜨린다. 하지만 점차 자신이 생각한 정의를 바탕으로 법이라는 거대한 사회 시스템에 홀로 맞서는 모습에 안티고네는 영웅이 되어간다. SNS는 여론이 안티고네에게 유리하도록 바뀌는 작용을 하고 더 나아가 SNS시대의 연대라는 새로운 가능성과 나아갈 길도 제시한다.


인간은 누구나 양심을 갖고 태어난다. 실정법과 양심의 법, 두 가지 법을 두고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대립은 활시위처럼 팽팽하다. 오늘도 온갖 법의 규제 속에서 살아야 하는 현대인에게 묻는다. 악법도 법이라고 생각하는가. 법과 양심이 가리키는 방향이 다를 때 당신은 어느 편에 설 것인가. ‘안티고네’는 정의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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