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SC제일은행 이어 타 은행들도 희망퇴직 2000명 이상 단행
지점 통폐합도 가속화…비용효율 극대화 등 몸집 줄이기 가속도
은행권이 연말·연초를 맞아 대규모 희망퇴직(특별퇴직)을 실시한다.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희망퇴직으로 2000여명이 은행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금융 확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까지 맞물려 언택트(비대면) 시대가 가속화되면서 오프라인 영업점 축소로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말 희망퇴직을 통해 내보낸 직원 수는 1762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 연말과 내년 초에도 2000명이 넘는 뱅커들이 은행을 떠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은 만 56세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과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이다. 아직 규모가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올해는 지난해보다 퇴직금이 상향돼 신청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370명이 명예퇴직을 신청해 356명의 직원이 회사를 나갔다.
NH농협은행은 명예 퇴직자에게 월 평균임금의 최대 39개월 치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는 작년(28개월치)에 비해 약 1년 치 월급을 더 얹어주는 셈이다.
SC제일은행도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상무보 이하 전 직급 중 만 10년 이상 근무한 만 55세(1965년 이전 출생)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SC제일은행은 특별퇴직 직원에게는 최대 38개월 치 임금과 자녀 학자금 2000만원을 지급한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인력 구조조정이 이뤄질 전망이다. KB국민은행 경우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지난해 12월에 희망퇴직을 단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에도 이번 달에 신청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KB국민은행에서는 희망퇴직으로 462명이 짐을 쌌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하나은행 역시 이번 달 또는 내년 1월 중 희망퇴직 접수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이들 3곳 은행에서 내보낸 직원 수는 944명 정도다.
은행들의 희망퇴직은 몇 년 전부터 정례화된 추세다. 모바일뱅킹 등 비대면 거래 활성화와 디지털 전환에 따라 점포와 관련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초저금리 기조에 따른 수익성 둔화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다.
실제 2015년 5093개였던 5대 은행의 국내 점포 수는 올해 상반기 말 4564개로 줄었다. 올해 은행권 신입행원 채용규모도 2000명 가량으로 지난해(2779명)에 비해 30% 감소했다.
다만 희망퇴직 규모는 갈수록 경기가 나빠지면서 재취업이 여의치 않은데다 주 52시간 근무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등의 시행으로 근무 여건이 개선되면서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5대 은행의 희망퇴직 규모는 2017년 4940명에서 2018년 2150명, 2019년 1762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비대면 거래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금융당국의 은행 점포 폐쇄절차 강화 등으로 은행들이 지점 통폐합을 서두르고 있어 예년보다 희망퇴직으로 짐을 싸는 은행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은행은 이번달 21일 행당동, 판교경제밸리, 동대구 등 전국 총 22개 지점을 통폐합하고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같은 날 각각 19곳, 6곳의 영업점을 없앨 예정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화와 코로나19 사태로 오프라인 영업점 축소가 불가피하면서 인력 및 점포 통폐합이 불가피해졌다”며 “초저금리 기조 속 대내외 경제여건 불확실성 확대 등으로 경영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