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파업으로 판매 반토막…유동성 위기로 공장 운영비용까지 걱정
한국GM 노동조합이 집행부와 사측간 도출한 임금·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부결시켰다. 이미 노조 파업으로 11월 판매량이 반토막이 난 상태에서 노사 갈등 지속이 불가피해지면서 앞으로의 경영정상화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GM지부에 따르면, 조합원 7364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날까지 이틀간 진행한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찬성 3322명(45.1%), 반대 3965명(53.8%)으로 부결됐다.
한국GM 노사가 24차례 교섭을 거쳐 마련한 이번 잠정합의안에는 회사 측이 내년 초까지 조합원 1인당 성과급과 격려금으로 총 4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노조는 부평2공장에 신차 생산 물량을 배정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노사는 현재 생산하는 차종의 생산 일정에 대해 시장 수요를 고려해 최대한 연장한다는 내용으로 합의했다.
사측이 제시했던 2년 주기 임금협상은 노조의 반발로 합의에서 제외하고 기존 1년을 유지키로 했다.
김성갑 노조 지부장은 전날 투표 시작과 함께 성명을 내고 “(잠정합의안은) 조합원들의 기대치와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현실적인 한계와 현장의 누적된 피로 등을 고려했을 때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으나 부결을 막지는 못했다.
잠정합의안 도출 이후 주말까지 노조 내 현 집행부와 노선을 달리하는 강성 현장조직(계파)들이 부결 운동을 하면서 조합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지난 5개월 간의 노사 교섭을 거쳐 도출된 한국GM의 올 임단협은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GM 노조는 지난 7월 22일 임단협 협상을 시작한 뒤 총 15일간 부분파업을 벌였고 이에 따라 2만5000대 수준의 생산 차질이 생겼다.
노조 집행부는 오는 2일 교섭대표 회의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며, 이후 쟁의대책위원회를 열어 추가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이미 10월 말부터 지난달까지 14차례에 달하는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2만대 이상의 생산 손실을 초래한 상태다.
이로 인해 한국GM의 11월 판매는 45.6% 감소한 2만1384대에 그쳤다. 특히 미국 수출이 본격화된 트레일블레이저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며 수출 감소율은 53.7%에 달했다.
근로자들 역시 그동안의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이 인당 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력사들의 피해도 극심해 일부 협력사들은 도산 위기까지 내몰린 상태다. 한국GM 협력사 단체인 협신회는 지난달 한국GM 부평공장 앞에서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노조가 더 나은 2차 잠정합의안을 이끌어내기 위해 파업을 무기로 삼을 경우 상황은 더 악화된다.
회사측은 노조 파업이 지속될 경우 경영정상화 계획에 심각한 차질이 생길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11월 파업에 따른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인지라 노조가 더 큰 것을 요구하더라도 해줄 게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임단협 부결로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려던 계획이 모두 불투명해졌다”면서 “당장 수출 대금이 안 들어오면 공장 운영 자체에 문제가 생기는 구조에서 11월 실적이 반토막이 났고, 노조가 임단협까지 부결시켰으니 암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