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제재 면제 관련 4가지 개선
감염병 인도지원 신속처리키로
코로나19 관련 인도지원 가능성
'외부지원 거부' 北, 수용 '미지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제재 면제 문턱을 낮췄다.
이르면 내년 상반기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상용화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이번 조치로 관련 대북 인도 지원이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엔이 30일(현지시각) 공개한 '대북제재 이행 지원 안내서'에 따르면, 대북제재위는 대북 인도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민간단체와 관련한 4가지 개선 사안을 새롭게 반영했다.
4가지 개선 사안은 △제재 면제 승인 유효 기간 확대(6개월→9개월) △구호품 운송 횟수 확대(1회→3회) △제재 면제 신청 절차 간소화 △제재 면제 관련 정보 공유 확대 등이다.
이번 개선안에는 자연재해·감염병과 관련한 인도 지원을 신속처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최근 대북제재위가 코로나19 대응 등 '긴급 수요'에 대해 지체 없는 승인을 이어왔다는 점에서 기존 입장을 명문화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당국자는 "코로나19 대응 등 긴급한 수요가 있는 품목에 대한 (대북제재위의 승인)절차가 굉장히 짧아졌다"며 국내 민간단체가 신청 2~3일 만에 승인받은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해당 당국자는 이번 개선안에 "자연재해·감염병 등의 경우 신속면제 절차를 밟겠다고 명시돼있다"며 향후 코로나19 관련 인도 지원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이번 개선 조치가 미국 제안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향후 한미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등 관련 인도 지원에 적극성을 띨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캘리 크래프트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이번 개정안이 미국 제안으로 이뤄졌다"며 "인도주의 지원 단체들의 대북 지원이 더 쉽고 빨라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은 해당 단체들이 북한 주민들의 생명을 살리는 활동을 지속하기 위한 혁신적인 방법을 찾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번 개선안이 향후 미국의 대북 인도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느냐는 질문에 "미국 측의 전반적 입장을 반영하는지는 제 판단에서 벗어난다"면서도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된 이후 미국은 물론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인도 지원, 제재 면제 관련 이야기가 나왔다. 제재가 인도적 위기 상황에 신속 대응하는 데 제약 요인이 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국제사회가 가지고 있는 공감대가 결과(개선안)로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식량·경제 악화시 지원 수용 가능성"
"코로나19 백신개발도 영향 미칠 듯"
코로나19 관련 인도 지원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지만, 최종 성사 여부는 북한에 달려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현재 김정은 국무위원장 지시에 따라 방역 총력전을 바탕으로 외부 지원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통일부가 지난해 추진했던 대북 쌀지원의 경우 북한 '무응답'으로 1년 넘게 공전하다 사실상 무산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누적된 코로나19 여파로 북한이 '빗장'을 풀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은 통일연구원 '2021 한반도 연례 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코로나19 백신이 개발될 경우 북한 태도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외부로부터 백신을 지원받아 코로나19 대응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할 경우 북한이 보건의료 협력을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돼 북한주민들의 식량 문제와 경제 악화가 심화될 경우 북한 당국이 주민들의 민심 이반·동요·불만을 방지하기 위해 대북지원을 수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올해 북한 식량 생산량은 80여만t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상황도 녹록지 않다. 대북제재의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와 자연재해가 겹쳐 일반 북한주민들이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에 봉착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