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변곡점…8차 당대회·연합훈련
변곡점 '관리'하면 협상 골든타임 가능성
미국 신행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향후 남북미 관계를 결정지을 변곡점과 골든타임에 대한 다양한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무철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 부연구위원은 1일 통일연구원 '2021 한반도 연례 정세전망' 기자간담회에서 북한 제8차 당대회와 한미연합훈련이 각각 예정된 내년 1월, 3월이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내년 1월과 3월을 남북관계 전개 양상을 결정하는 시기로 본다"며 "8차 당대회의 북한 메시지와 한미 양국이 3월 연합훈련에 어떤 조치를 취하느냐에 따라 (한반도 정세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후에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며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북한이 어떤 메시지를 1월에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북한이 당대회를 계기로 대미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발언 수위에 따라 한미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 전환이 연합훈련 중단과 북한의 핵실험 중단이 맞물려 이뤄졌다"며 "연합훈련에 대한 한미 양국의 선택이 2021년을 좌우할 것"이라고도 했다. 북한이 연합훈련을 대표적 적대시 정책으로 간주해온 상황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할 경우 북한 반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5~9월 골든타임…이후엔 韓 대선국면"
연초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으로 이어질 경우, 남북미 협상이 골든타임을 맞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안보 인선과 대북정책 재검토에 반년가량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내년 봄까지 한반도 정세가 '관리'된다면 남북미가 관계 진전의 '결정적 기회'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5~9월은 남북미가 평화협상을 재개하고 합의를 끌어낼 적기"라며 "이 시기에 도쿄올림픽도 있다. 여기서 종전선언 또는 평화선언도 추진 가능하다"고 말했다.
홍 실장은 "새로운 미국 정부가 대북정책을 어느 정도 구상하고 한국 정부도 나름 (국정) 동력을 가지고 있는 시간적 중첩지대를 5~9월로 본다"며 "9월 이후 연말로 진입할수록 한국이 대선 국면에 접어든다. 남북관계를 추진하는 데 있어 정치적 부담이 일정 부분 생길 수 있고, (국정) 동력이 상당 부분 떨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해당 기간에 "도쿄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형성돼있다"며 "신경 안 쓰면 아무런 무대도 안 되겠지만, 대북정책과 관련해 낮은 수준이나마 조율된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다면 (한반도 정세 전환의) 작은 모멘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확정된 길 단정적으로 얘기 못해"
한반도 안팎의 여건이 녹록지 않은 만큼,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남북관계는 한 번 단절되면 돌이키기 쉽지 않다"며 "금강산 관광은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개성공단 역시 폐쇄 이후 복원하지 못했다. 남북연락사무소 폭파도 사실상 '공든탑'을 무너뜨린 것과 같아 다시 회복하려면 많은 공력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 원장은 대외적 여건과 관련해 "미중 개입으로 정전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한국전쟁이 결국 끝맺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한반도가) 미중 패권·전략경쟁으로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며 "남북관계나 한반도 문제에 (미중 관계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밝혔다.
그는 향후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선 "긴 호흡으로 시간을 보낼 여유는 없다"면서도 "통제 불가능한 변수가 작동하기 때문에 '확정된 길'을 단정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 기존 관성·타성에서 벗어나 발상을 전환해 결실을 거둬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접어든 듯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