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막말'에 길어지는 반쪽 법사위
공수처법 손쉽게 처리하려는 의도된 전략?
원하는 법 '일사천리' 진행하는 '뚝심' 화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반쪽' 진행이 길어지는 모양새다. 윤호중 법사위 위원장이 한 "유감과 사과의 말씀"에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재차 반발하면서다.
그러는 사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처리 시한은 다가오면서, '임대차3법' 강행 처리의 사례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윤 위원장의 막말을 이유로 보이콧을 선언한 야당 위원들이 상임위에 복귀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이를 핑계로 공수처법을 더욱 손쉽게 처리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야당 위원들의 보이콧이 윤 위원장의 의도된 전략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2일 윤호중 위원장은 자신이 국민의힘 법사위 간사 교체를 요구하고 '지라시' 등 발언으로 논란이 된 것에 대해 "유감과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야당 의원님들이 위원회에 바로 출석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윤 위원장은 "개인의 일로 위원회가 파행 운영되거나 정상 운영이 안 된다면 얼마든지 제가 희생을 해서 원하는 말씀을 해드릴 수 있다"며 "(어떤 발언에 대한 사과인지) 구체적 이야기를 다 드릴 것은 없다"고 했다.
윤 위원장은 지난달 26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국회 법사위 출석을 놓고 갈등을 빚다가,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그 양반이 찌라시 만들 때 버릇이 나오는 것 같아 유감스럽다"고 해 야당 의원들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아왔다.
이날 윤 위원장의 '사과 아닌 사과 같은' 사과에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더욱 반발했다. 이들은 브리핑을 통해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며 "야당 간사 교체 요구, 언론 모독, 보좌진 폄훼 등 세 가지에 대한 분명한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유감 표명 운운하는 것은 번지수를 잘못 짚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잘못한 쪽이 공식 사과하면 상대가 수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상식"이라며 "그래 놓고 윤 위원장과 여당은 오늘도 법사위 소위도 마음대로 정해 일방적으로 통보했다"고 토로했다.
'추윤갈등' 대리전에 활약한 윤호중
임대차3법 처리 때도 역할 '톡톡'
윤 위원장이 법사위 파행의 중심에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야당 의원들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국회 법사위가 '대리전'을 치르는 내내 윤 위원장의 일방적인 상임위 진행을 지적해왔다.
추 장관이 윤 총장에 대해 내린 직무정치 처분이 논란이 된 지난달 25일에는, 윤 총장의 국회 출석을 두고 갈등을 빚다 '법사위 전체회의를 개최한 뒤 15분 만에 산회를 선포하기도 했다.
상임위 재적위원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는 상임위를 개최해야 한다는 국회법에 따라 회의를 개최하긴 했지만, 한 번 산회하면 같은 날 전체회의를 소집할 수 없다는 국회법을 역이용해 사실상 윤 총장의 국회 출석을 막은 것이다.
윤 위원장은 이처럼 국회법을 재량껏 이용하며 지난 10월 대검찰청 국정감사 이후 윤 총장에게 단 한 번도 국회의 마이크를 내주지 않았다.
'임대차3법'이 민주당 단독으로 법사위를 통과할 때도 윤 위원장의 역할이 컸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상임위 법안 처리 과정 중 '소위원회 구성 및 심사', '축조심사', '전체회의 찬반토론'의 절차를 생략하며 회의를 일사천리로 진행했기 때문이다.
당시 법사위 회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법안심사소위를 구성해 올 테니 정회 해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윤호중 위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민의힘 소속의 한 법사위 위원은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이번 '지라시' 갈등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을 뜻을 밝혔다. 이 위원은 "윤호중 위원장이 야당을 야당이라고 생각했으면, 임대차법을 그렇게 통과시켰겠느냐"며 "공수처법도 임대차법처럼 야당 없이 처리하겠다면 해 보시라.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