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 관련 예산 대폭 증액
"국경 없는 전염병…남북 협력 매우 중요"
일각서 송환시설 완공에 의구심 제기돼
내년도 통일부 예산이 3.6% 증액된 1조4749억원으로 확정됐다. 보건·의료 등 남북협력 관련 예산이 크게 늘어난 반면 탈북민·북한 인권 관련 예산은 삭감됐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와 관련한 대북지원 의사를 거듭 밝혀온 통일부가 남북 대화 물꼬를 보건·의료 협력으로 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일부가 3일 배포한 '2021년 통일부 예산·기금 주요내용'에 따르면, 예산 총액은 1조4749억원으로 △일반회계 2294억원 △남북협력기금 1조2456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전체 예산에서 가장 크게 늘어난 분야는 남북협력기금의 민생협력지원 분야로 지난해보다 620억원 증액된 5130억 9200만원이 편성됐다. 통일부는 △코로나19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보건·의료 및 농축산 협력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경이 없는 전염병은 남북 간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한반도의 생명·안전 공동체 기반을 조성하는 데 중점을 두고 (예산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탈북민 예산 삭감…"탈북민 감소 영향"
"완공 송환시설, '비밀 북송' 루트될 수도"
일반회계 부분에선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관련 예산이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됐다. 구체적으론 △정착금 지급 △종합관리시스템 구축·운영에서 각각 54억 5600만원, 9억 7400만원이 줄었다.
통일부는 탈북민 수 감소 등의 영향으로 관련 예산을 삭감했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여파가 본격화된 올해 2~3분기 탈북민 수는 총 6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546명)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북한과 껄끄러운 상황을 피하고자 탈북민을 적극 수용하지 않은 영향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일각에선 통일부가 지난해 북한 선원 '강제북송 논란'을 염두에 두고 예산 자료를 통해 '대북송환시설 완공'을 어물쩍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납북피해자문제 해결 및 인도적 송환업무 지원' 예산은 3억 8000만원 감액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인도적 송환 관련 임시 수용시설' 완공이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해 10월 말 서해 지역에 대북송환 관련 임시 대기시설 건립을 위해 4억원 가량을 투입한 바 있다. 해당 시설은 2층 규모의 철골구조 시설로 전해진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통일부가 (예산안 자료에) 완공 내역을 포함시켜 어물쩍 넘어가려 한 것 같다"며 "'인도적 송환 시설'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강제추방을 위해 언론에 노출되지 않도록 해당 시설에서 비밀스럽게 (북송)처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11월 북한 선원 강제북송 당시,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대대장으로부터 문자메시지 직보를 받아 논란을 빚은 바 있다며 "관할·책임의 문제가 생기지 않게 통일부가 인도적 송환을 명분으로 북송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송환 시설이 "군부대 내에 위치해 있다"며 "이번 달에 완공될 것이다. 완공이 거의 임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송환 시설과 관련해 "서해 지역에서 선박을 타고 남하한 북한 주민들 중 북측으로 돌아가길 희망하는 사람에 대해 조사 후 판문점 인계 전까지 임시 대기할 시설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예산 주체는 통일부가 맞다"면서도 운영 주체와 관련해선 "이번에 완공되는 만큼 국방 당국, 기재부 예산 당국과 삼자 협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해당 시설이 "기본적으로 합동정보조사를 마친 뒤 대기하는 공간"이라며 "군도 통일부도 (운영주체에) 포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