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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인터뷰] 배우 최리가 ‘산후조리원’을 통해 얻은 것들


입력 2020.12.06 02:00 수정 2020.12.05 22:38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UL엔터테인먼트

최리는 마냥 예쁘기 만한 배우가 아니다. 배우들에게 ‘마스크가 다양하다’는 건 엄청난 특권이다. 물론 이 다양한 마스크도 그들의 노력에서 비롯됐겠지만 말이다. 최리의 얼굴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동시에 묻어난다. 뚜렷한 이목구비 안에 아픔과 기쁨이 공존하고, 선과 악이 함께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 비교해도 묘하게 시선이 가는 배우다.


특히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최리는 ‘요미 엄마’, 20대 미혼모 이루다 역을 연기했다. 속옷 쇼핑몰 CEO이자 산후조리원을 흔들어 놓은 희대의 문제맘으로, 화려한 머리와 스타일리시한 타투를 한 채 조리원에 등장한다. 어리고, 상큼한 외모와는 달리 톡 쏘는 말투로 다른 산모들에 기죽지 않고 할 말은 다 하는 어린 산모다.


최리는 20대 미혼모라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설렘으로 부담감을 이겨냈다. 단순히 캐릭터에 따라 붙은 ‘20대 미혼모’라는 수식어에 사로잡히지 않고, 캐릭터의 당당한 성격에 집중해 매력적인 인물로 만들어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글이 재미있고, 한편으로는 슬펐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시청자분들이 내 역할을 통해 조금이나마 통쾌하고 시원하다고 느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되었죠. 철없이 보이는 루다지만 그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명확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그를 닮고 싶었어요”


ⓒUL엔터테인먼트

루다는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다. 극 초반 표면적으로는 당돌하고 아직은 준비가 덜 된 초보 엄마의 모습이지만, 극이 진행될수록 자신만의 소신과 철학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또 한 아이의 엄마로서도 가장 큰 변화를 보여주는 캐릭터 중의 한 명이다. 더구나 극의 후반엔 아픈 가정사까지 녹아 있었다.


“사실 저도 마지막 대본을 읽었을 때까지 루다의 가정사를 몰랐어요. 많이 놀랐죠. 입체적인 루다를 표현해야 하는데 어려움도 많았지만 시청자들이 많은 공감을 해주셨던 것 같아요. 그런 반응을 보면 제가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가 잘 전달된 게 아닐까요? 하하.”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엄마 역할을 맡은 최리는 엄지원, 박하선 등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쉽지 않은 캐릭터로 부담이 될 법도 하지만 오히려 그 ‘처음’이 지금의 최리와도 닮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또 함께 촬영하는 배우들의 도움도 컸다.


“아무래도 선배님들께 육아와 결혼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경험이 없는 저로선 흥미롭더라고요. 대화 주제 부분에 있어서 실제 조동모임 같았던 것 같기도 하고요. 언니들이 정말 잘 챙겨주셨어요. 촬영 전에 루다 소품 구입을 해야 했는데, 남대문 시장에 언니들과 함께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자주 만나면서 많은 이야기를 한 것 같아요. 이번 작품을 통해 든든한 언니들이 생긴 것 같아 행복합니다”


든든한 언니들을 얻은 것만큼, 이번 작품은 배우로서 최리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우 큰 수확이었다. 그는 “(루다를) 실제로 닮고 싶고,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또 대중들은 물론, 자신의 엄미와의 유대도 쌓을 수 있었다.


“예전에는 저를 채찍질하기만 했었다면 루다를 연기하면서 스스로의 감정을 조금 더 살펴볼 줄 알게 되었고, 나 자신을 많이 믿어주고 사랑하게 됐어요. 또 시청자들이 ‘기다렸던 캐릭터다’ ‘사이다 발언 덕분에 통쾌하다’ 등의 글을 SNS에 남겨주셨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개인적으로는 엄마의 말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산후조리원’을 통해서 ‘엄마의 삶을 돌이켜 볼 수 있어서 참 좋았다’라고 하시더라고요. 저 또한 드라마 덕분에 엄마의 젊은 시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고 함께 공감 할 수 있어서 감사한 시간이었죠”


그의 말대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산후조리원’은 케이블 TV임에도 4%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또 현실감 있는 스토리와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대한 호평이 방송 내내 쏟아졌다. 특히 최리는 이번 작품을 통해 대중들에게 그가 가진 연기 스펙트럼이 얼마나 넓은지 제대로 보여준 계기가 됐다.


ⓒUL엔터테인먼트

앞서 최리는 영화 ‘귀환’ ‘전학생’ ‘여고괴담 리부트: 모교’, 드라마 ‘도깨비’ ‘마녀의 법정’ ‘으라차차 와이키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등을 통해 매번 다른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왔다. 여러 차례 알려졌지만 최리는 대학시절 연기가 아닌 무용학도였다. 우연치 않은 기회로 연예계에 발을 들이게 된 그는 “배우 전향에 대한 후회는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아직 제가 ‘배우’라고 말을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배우의 길을 걷겠다고 하고 나서부터 나라는 사람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어요. 시행착오를 통해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그 또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싶습니다. 또 무용에서 배우로 전향한 부분도 좀 더 예술의 폭이 넓어진 것 이라는 생각입니다. 이후에 춤을 추면서도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고, 또 내가 생각하는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것이 소중해요”


우연치 않은 기회였지만, 최리는 이제 어엿한 5년차 배우로서 이름을 알렸다. 앞서 말했듯 자신을 채찍질하며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배우 최리가 만들어졌고, ‘산후조리원’을 통해 또 다른 최리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분명 5년의 시간 동안 그는 더 단단해졌고, 깊어졌다.


“연기 전공자도 아니었고 처음엔 피해만 끼치지 말자는 마음으로 작품에 임했어요. 늘 나를 채찍질 했고 몰아세우기만 했었던 것 같아요. 그 사이에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지만, 이 모든 과정은 시행착오이고 더 좋은 배우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내가 있었기에 루다를 연기 할 수 있었고 지금의 최리가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5년이 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싶어요.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는 게 두려움 보단 설렘으로 다가와요. 더욱 깊은 표현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5년을 정의 내린다면 나는 내 작품 모든 것을 사랑하고 자랑스럽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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