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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과 민주당, 어디 가서 민주화 운동했다고 말하지 말라


입력 2020.12.10 09:00 수정 2020.12.10 08:23        데스크 (desk@dailian.co.kr)

3공, 5공 때의 거수기가 기립기로...당신들은 이러려고 투쟁했나?

군부독재, 일당독재만이 독재는 아니며 다수결 독재도 똑같이 나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지난 8일 전체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처리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석을 둘러싸고 강력히 항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대한민국이 어지럽다. 그들은 이러려고 소위 민주화 운동을 하고 집권했나 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여의도 국회에서는 소위 경제3법을 포함, 내용은 물론 제목조차 생경한 수많은 법안들이 일사천리 통과되고 있다. 국회의원들과 국회는 법을 만들고 그 법안을 심의하라고 국민들이 대표로 보낸 사람들이고 기관이다.


그러나 그들은 그 법들이 왜 필요하고 왜 만드는지 제대로 설명하고 반대 의견을 들어서 수정하거나 보완을 해야 국회의원으로서 월급 값을 하는 것일 터인데, 그럴 생각은 처음부터 없이 무조건 탕탕탕 의사봉 두드릴 궁리만 한다. 그들이 젊은 시절 비난하고 조롱했던 3공, 5공 여당 의원들의 거수기(擧手機) 소리는 듣기 싫었는지 기립기(起立機)로 변신해서 그러고 있다.


내용을 필자와 같은 사람들만 모르는 게 아니라, 그 법안에 묻지마 찬성으로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오는 부품들을 조립하는 공장의 공원들처럼 영혼은 없고 몸만 움직이는 집권당 의원들과 그 아류들(민주당 탈당 및 출당 의원들과 범여권 정당 소속들)도 사실은 뭐가 뭔지도 모르고 투표를 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 7월말에 졸속 입안돼 야당 반대를 무시하고 강행 처리된 임대차 3법이 이런 과정을 거쳐 법으로 확정되고, 뭐가 그리 급했는지 다음날 국무회의를 통과해 바로 시행됨으로써 오늘날 대혼란과 고통을 주고 있는 교훈을 그들은 까맣게 잊고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다.


사실은 그들이 그것을 교훈으로 생각해본 적도 없다. 잘못한 일을 잘못했다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장관들은 물론 대통령까지 “효과가 곧 나타날 것이니 성장통이라 생각하고 조금만 인내해 달라”고 국민을 호도(糊塗,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흐지부지 덮어 버림)하고 있다.


전세 아파트의 씨가 마르고 있고, 있다 한들 전세값이 수천만원씩 더 올랐는데, 어떻게 참으라는 말인가? 그런 전세 생활을 대통령과 장관들은 해보기나 했는가? 기껏해야 1억원 안팎 전세에 다음 갱신 때 많아도 500~1000만원 인상되던 시절에 임차인 경험들을 했더라도 했을 것이다.


그나마 그 시절엔 그 돈도 저축이 돼 곧 집을 사는 종자돈으로 쓰였다. 그래서 그들이 지금은 강남에 좋은 아파트 1~2채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세 사는 30~40대 국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다. 적당히만 오르면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되는, 장점이 많은 한국의 전세 제도를 임대차 3법은 무너뜨리면서 전세가와 매매가를 동시에 폭등시키고 있는 것이다.


24번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장관을 교체하면서 그녀보다 더한 ‘반(反) 시장주의자’를 새 장관으로 앉혔다. 국민과 야당, 언론의 지적과 대안을 경청하려 하지 않고 도시빈민운동 같은 이상적, 이념적 이론과 실천에 치우친 586(50대 나이,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패거리에 얹혀서 가고 있는 대통령 문재인의 모습이다.


그는 얹혀서 가고 있기도 하지만, 그 자신의 ‘고집’과 ‘철학’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인상도 준다. 그러면서 국민 앞에 나와 그것을 소상히 설명하고 설득하려고는 하지 않는다. 수줍은 성격 때문이기도 하고, 자신이 관철하고자 하는 정책에 관해 국민들이 알아듣고 수긍하도록 할 자신이 없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기자회견을 싫어해서 박근혜보다 못하다는 필자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의 지적과 비판을 받아서인지 그는 최근 부쩍 청와대 수석, 보좌관 회의 발언 형식을 빌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과는 짧고 애매모호하게, 공수처 설치는 역사적 소명(召命)인 양 힘주어서 장황하게 한 그 말씀 말이다.


대통령 문재인은 이 발언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권력기관의 제도적 개혁을 드디어 완성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했다. 한국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열리는 역사적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이 야당 반대를 봉쇄하고 여당 의원들만 일어서서, 의안 통과를 급히 도둑질 하려다 의사봉이 바닥에 떨어지자 그것을 왼손으로 주워 간신히 두드리는 것인가?


문재인은 1975년 유신 정권이 잇따른 긴급조치들로 국민의 입과 귀를 틀어막고 있을 무렵 경희대 4학년생으로 총학생회 총무부장이었다. 그는 그해 4월 집회 때 구속돼 징역 8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고 풀려난 이른바 운동권 출신이다. 그가 독재에 항거해 민주화 운동을 한 사람이라면, 민주주의라는 말을 감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이번 의회 폭거와 같은 깡패질을 여당에 시킨 걸 반성해야만 한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축출하는 일도, 친문 집권 세력이 ‘꿈에도 그리는’ 공수처 설치를 밀어붙이는 일도 그의 분명한 의지와 지시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어제오늘 그가 청와대에서 한 천명(闡明)으로 명백해졌다. 윤석열 제거는 뜻한 바대로 순조롭게 추진되지 못할 것이며 공수처도 정권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필자는 지난 칼럼들에서 지적했다.


정치권 주변에서는 공수처가 문재인 보호를(감옥에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기에 그렇게 목을 맨다고 말하고 있지만, 필자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 아니, 정말 의도가 그런 것이라면 아주 잘못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정권이 바뀌면(현재 국민 여론으로는 바뀔 가능성이 그 반대보다 훨씬 많다) 공수처 아니라 공수처 할아버지가 있어도 감옥 갈 사람 가게 돼 있고, 명예형으로 망신 당할 사람 당하게 돼 있다. 왜? 국민과 야당과 언론과 감사원과 검찰과 법원이 살아 있으면 공수처 쯤이야 능히 압도하고 단죄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가 되면 친여 인사로 구성돼 있을 공수처는 형태도 없이 납작 엎드려 있게 될 것이다.


문재인과 민주당이 추진하는 공수처는 재집권을 전제로 재임 중과 퇴임 후를 위한 목적일 것이지만, 세상일은 그렇게 생각대로 되지 않기 쉽다. 벌써 윤석열 밀어내기와 공수처 강행, 부동산 실정 등으로 재집권이 매우 어려운 상황으로 가고 있지 않는가? 그러므로 모든 일을 순리적으로, 다수 국민과 언론이 동의하는 방향으로 진행해 가야만 탈이 없는 것이다.


공수처 관련 법안 깡패질 강행 처리를 이끈 민주당 4선의원 법사위원장 윤호중은 야당(국민의힘)이 독재라고 항의하자 “평생 독재의 꿀을 빨더니, 이제 와 상대 정당을 독재로 몰아가는 이런 행태야말로 정말 독선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자신의 잘못에 대한 지적에 상대(본인 또는 그 부모)의 과거사를 들먹여 역공하는 전형적인 ‘운동권’ 수법이다.


윤호중은 1984년에 일어난 유명한 유시민의 ‘서울대 프락치 사건’의 민간인 감금 폭행 사건으로 징역형을 선고 받은 사람이다. 민주화 운동을 한다는 학생으로서 독재정권 하수인들이나 저지르는 짓을 흉내 냈던 이력을 가진 의원이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그들이 싸운 세력 주변에 있었거나 투쟁하지 않고 가만히만 있었어도 ‘꿀을 빤’ 기득권자들로 비난한다.


국민의힘 5분발언 스타 윤희숙이 이런 위선의 윤호중에게 꿀맛 같은 카운터펀치를 날렸다.


“(윤호중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우리가 꿀을 좀 빨겠다는데, 옛날에 많이 빤 당신들이 방해할 순서가 아니다, 즉 ‘예전에 꿀을 빨 기회를 못 가진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도 정당하다’는 사고구조를 가졌다.”


독재는 군부 독재, 공산당 일당 독재만 있는 게 아니다. 다수 국민과 비판 언론, 반대 야당을 의석수로 억누르고 자기들 뜻대로 법을 만들고 정책을 펴는 다수결 독재도 독재라고 정치학 교과서에는 나와 있다. 그런 진짜 독재를 하면서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 운운하는 건 낯 뜨거운 일이다.


대통령 문재인과 윤호중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제 어디 가서 민주화 운동 했다고 말하지 말아야 한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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