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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경제 1년③] 금융수장에 '시장'은 없었다…더 강해진 관피아·정피아


입력 2020.12.17 05:00 수정 2020.12.16 16:36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은행‧손보‧생보 '3대 금융협회장'에 서울보증까지 관료‧정치인 독식

세월호 사태 이후 '民출신 흐름'에 역주행…"노골적 돌려막기" 비판

서울 여의도 금융가 모습. ⓒ데일리안


올 한해 금융권은 관피아(관료+마피아)‧정피아(정치인+마피아) 논란으로 뜨거웠다. 한국거래소와 SGI서울보증 수장으로 관료 출신이 낙점된데 이어 은행연합회와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등 3대 금융협회장 자리까지 관피아가 휩쓸어갔다. 세월호 사태 이후 관피아 근절에 나서며 민간협회장이 상당 부분 업계 몫이 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역주행이 시작됐다는 지적이다.


실제 은행연합회와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금융투자협회, 여신금융협회, 저축은행중앙회 등 6대 금융협회 중 수장이 민간 출신은 나재철 금투협회장이 유일하다.


금융권 최대 유관단체인 은행연합회 수장은 관료 출신인 김광수 회장에게 돌아갔다. 김 회장은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해 기획재정부(옛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과정,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 국장 등을 지냈다. 기획재정부 출신이 은행연합회장을 맡는 것은 2014년 세월호 사태 이후 6년만이다.


손해보험협회장에는 금융위원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지난 11월 임기를 마치고 직행했다. 지난 10년 간 손보협회 회장 자리는 세월호 사태로 관피아 근절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2014년을 제외하고는 줄곧 관료 출신이 차지했다. 금융권에선 "임기까지 짜맞춘 노골적 돌려막기 인사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생명보험협회는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 통합정부추진위원회 자문위 부단장을 지낸 '정피아'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지난 9일 취임했다. 정 회장은 19대 의원 시절인 2014년부터 2년 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2018년 12월부터는 보험연수원장으로 재임했다. 정치인 출신 생보협회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장 자리뿐만 아니라 공적 성격의 금융기관장 자리도 금융관료 출신 몫이었다. 한국거래소 이사장 자리에는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내정돼 18일 취임한다. 거래소 노조는 이번 인사를 "정부에 의한 관피아 인사"라며 반대 투쟁과 함께 출근 저지 시위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SGI서울보증의 신임 사장 자리도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자리했다. 유 내정자는 행정고시(29회) 출신으로 지난 6월까지 금감원 수석부원장을 지냈다.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관피아 논란이 거세게 일면서 '민간협회장은 민간출신에 맡긴다'는 추세가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실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만 해도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 장남식 전 손해보험협회장 등이 모두 업계 출신이었다.


'관피아 방지법' 무용지물…촛불정부 자처한 文정부서 더 기승


세월호 참사가 터진 2014년 12월 이른바 '관피아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허술한 법령 탓에 관피아는 촛불정부를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관피아 방지법에 따라 관료 출신은 퇴임 뒤 3년간 유관기관 재취업 때 인사혁신처의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모호한 기준으로 업무 관련성을 판단하다 보니 관피아를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금융권에선 거세진 당국 규제와 정치외풍 앞에 업계를 보호해줄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상황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규제와 정치권의 외압을 견디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힘이 있는 전직 관료들이 필요하고 협회에서도 이들에게 손짓하게 됐다는 것이다. 현직에서 물러난 관료 입장에서도 고액 연봉의 자리를 제공받는 '윈윈'이다.


금융시장의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치인까지 명함을 돌리는 곳으로 금융권 협회장 자리가 전락했다는 지적과 함께 이대로 가면 금융시장이 정부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금융협회 한 관계자는 "요즘 주변에서 우리에게 민간협회인지 정부기관인지 묻는 분들이 있는데, 진짜 모르고 묻는 것인지 비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금융정의연대는 "금융권의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관치금융을 중단하고 관피아 대신 민간 전문가를 회장으로 선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관피아들이 금융권으로부터 자리를 챙겨 받는 대신 정부 로비 활동을 벌여 해결사가 되는 부당한 거래는 금융소비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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