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만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기억해야
바이든 신정부와의 충돌 지점들
북한인권 문제가 바이든 정부와의 갈등의 씨앗
지난 12월 15일(현지시간)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워싱턴특파원들과 가진 화상 간담회에서 조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하면 조속한 시일 내에 문재인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당면과제라고 밝혔다. 어느 나라보다 빨리 만나야 체면이 설 것 같다는 조급함이 보이는 대목이다.
빨리 만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2017년 1월 출범한 트럼프 대통령은 빨리 만나는 것이 좋았다. 외교안보 사안에 대해 거의 지식이 없었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누가 먼저 생각을 심어주는가가 중요했다. 취임 첫해 2월 아베 수상은 영국에 이어 두 번째로 빨리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다. 50년 전에 있었던 일본인 납치 문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얼마나 잘 설명했는지, 그해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문제를 전세계 앞에서 언급했다. 우리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번이라도 천안함 폭침 사건을 언급한 적이 있었을까 궁금하다.
그리고 그해 4월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역사적으로 한국이 중국의 일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사실이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17. 4. 12)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을 통해 알려졌다.
그런데 조 바이든 당선인의 경우 36년간의 상원의원과 외교위원장 활동 그리고 오바마 정부 8년간 부통령으로서 중동문제, 한반도 문제를 다뤘다. 그래서 섣불리 그에게 자국의 외교안보정책 방향을 설득시키려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 오히려 바이든 신정부의 마음을 얻는 전략이 필요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갈등을 기억해야
우리 대통령은 그해 7월 30일 첫 정상회담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 과정을 보면, 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동안 내내 한미정상회담 이후 발표내용이 청와대와 백악관이 달랐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탄핵 후 대통령으로 취임하자 가장 먼저 처리한 외교안보 현안이 사드 배치에 대한 문제였다. 촛불혁명에 답하겠다며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사드 배치 문제를 재검토 한 것이다. 한미동맹에 기초한 결정을 뒤엎은 것이다. 당연히 트럼프 정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미 국방부 대변인이 나서서 사드 배치과정에서 매우 투명하게 이루어졌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워싱턴에서의 불편한 분위기를 감지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정상회담 한달을 남겨두고 워싱턴 방문해 사드 문제 해명하고, 이 문제를 정상회담에 올리지 않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해야 했다. 또 워싱턴 D.C.에 도착한 우리 대통령은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의회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사드 배치는 문제없다고 열심히 의원들에게 해명해야 했다. 그 결과 논란은 수그러들었지만, 첫 단추에서 어긋난 트럼프의 마음은 그때부터 얼어붙었고, 이후 내내 냉담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
바이든 신정부와의 충돌 지점들
바이든 신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구별되는 한반도 정책의 핵심은 한미일 3각 공조와 북한 인권문제다. 그런데 이 지점이 문재인 정부에게 불편한 부분이다. 죽창가를 부르며 한일간 외교 문제를 국내정치 영역으로 끌어들여 활용했던 문 정부로서는 바이든 정부의 한미일 3각 공조체제 요구에 대해 난처할 수밖에 없다. 이미 박지원 국정원장과 김진표 의원이 스가 총리를 만나 한일관계 변화를 시도했지만, 강제징용공 문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변화된 태도 없이는 해결 난망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12월 14일 조 바이든 당선이 확정되던 날, 대한민국 국회는 일명 대북전단금지법을 절대다수 여당의 힘으로 통과시켰다. 6월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쓰레기들(탈북자들을 지칭)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한지 6개월 만이다.
북한인권 문제가 바이든 정부와의 갈등의 씨앗
미 의회는 한국을 미국무부 연례인권보고서에 인권감시대상국에 포함시키겠다고 경고까지 나선 상황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 의회의 움직임이 ‘트럼프 정부 말기’의 모습이 아니라 ‘바이든 신정부 출범의 워밍업’ 상황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코로나19 등 국내문제로 한반도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 있지만, 외교안보정책 검토가 끝나고 나면 바이든 신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북한 관련 3대 인권 유린 사건(귀순어부 2명 강제 추방, 해수부 공무원 피격 및 시신 소각 사건, 대북전단방지법 통과)을 거론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아니면 가치를 달리하는 문재인 정부와 굳이 1년 정도를 낯붉히며 지낼 필요 있을까 고민할지도 모른다. 미국의 신정부가 들어서 한미관계가 새롭게 공고하게 되기는커녕 북한 눈치보다 한미공조체제가 허물어질 수 있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누군가는 이것을 노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비판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을 막아야 한다. 그래서 뭉쳐야 한다.
글/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