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신한은행, 키코 피해기업 보상안 의결…타 은행에 영향 미칠 듯
산은 '기존 입장 변함없다' 고수…"국책은행이 사회적책임 외면" 비판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와 관련해 난색을 표해온 시중은행들이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권고 1년여 만에 입장을 바꿔 피해구제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향후 입장변화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씨티-신한, 피해기업 보상안 의결…타 은행에도 영향 미칠듯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지난 15일 이사회를 열고 키코 관련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보상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씨티은행도 이보다 하루 전 이사회를 통해 키코 피해기업 일부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지난해 12월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키코 기업 대상 배상결정을 내린지 대략 1년 만이다.
이로 인해 키코 관련 피해구제를 진행했거나 구제를 결정한 은행은 6곳(신한·우리·산업·하나·대구·씨티은행) 중 우리은행을 포함해 총 3곳으로 늘게 됐다. 이들 은행이 어느 기업에 얼마를 보상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두 은행은 이번 결정과과 관련해 “분쟁과 관련한 법률적 책임은 없으나 금융회사로서 사회적 역할과 최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 현실 등을 감안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미리 약속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도록 설계한 파생상품으로, 환율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나면 고객 손실이 크게 불어날 위험성이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환율이 급등하면서 키코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이 대규모 손해를 봤다. 해당 기업들은 불공정한 계약으로 사기를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지난 2018년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취임 전 금융위원장 직속 금융행정혁신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 당시 “키코 사건 재조사 및 피해기업 지원방안을 모색하라”고 권고했던 윤 원장은 원장 취임 후 피해 입증이 가능한 4개 기업을 분조위 안건으로 올려 손실액의 15~41%를 배상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이후 수 차례의 배상안 연기와 협의체 구성 등을 거치며 난항을 거듭해 오다 이번 결정으로 분위기가 급반전됐다.
산은 '기존 입장 변함없다' 고수…"국책은행이 사회적책임 외면" 비판
한편 이번 두 은행의 지급 결정을 계기로 다른 은행들도 그 뒤를 이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가장 배상금액이 큰 신한은행 등이 입장을 바꾸면서 배임 관련 우려가 사라진 데다 협의체를 통해 키코 관련 논의를 이어가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과 대구은행도 금감원의 분쟁조정안 수용 여부를 두고 수 차례에 걸쳐 기한 연장을 요청하는 등 신중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반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금감원 분조위 결정 수용 불가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 외환파생상품인 키코 불완전판매를 두고 법리적 다툼 여지가 있기 때문에 강제력 없는 자율조정을 통한 배상은 물론이고 보상 역시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0월 열린 국정감사 등에서도 이에 대해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직접 확인해 봤지만 산업은행은 불완전판매를 한 사례가 없다"며 "저희(산업은행)가 보기에 투기성이라는 점도 많이 발견했다. 저희가 배상해주면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하는 것이라 신중한 판단 아래 분조위 결정을 따르지 않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사회적 책임 측면에서 보상금 지급을 결정하고 있는 반면 국책은행인 산은이 되려 이같은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키코 공대위 측은 "산업은행도 상술한 대 피해기업 배상에 응해야 한다"며 "은행협의체에 즉시 가입해서 국내에 있는 모든 외국은행들과 시중은행들 앞에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