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으로 2만5000대 생산차질...올해 흑자전환 목표 '물거품'
GM 본사에 부정적 신호...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입지 흔들려
사측 제시한 2년 단위 교섭, 노조 반발로 무산 아쉬워
한국GM이 올해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을 18일 최종 타결함으로써 한동안 파업 리스크 없이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노조 파업으로 생산차질이 발생하며 연말까지 교섭을 끌어오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GM 노조는 전날부터 이틀간 진행한 2020년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 조합원 7304명 중 54.1%에 해당하는 3948명이 찬성함으로써 이를 가결시켰다.
잠정합의안 타결로 올해 임단협을 내년까지 끌고 가는 ‘파국’은 면하게 됐다. 그동안 노조의 부분파업과 잔업·특근 거부로 불거진 생산차질도 정상화되고 미국향 트레일블레이저 수출물량 생산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환경도 마련됐다.
노조 파업으로 인해 불거졌던 한국 철수설도 한동안 잠잠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GM 관계자는 “노사간 2020년 임단협을 연내 최종 마무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 경영정상화 계획을 지속 수행해 나가고 더욱 강력한 새해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올해 코로나19로 심각한 생산차질이 빚어진 상태에서도 노사가 합심해 극복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다. 오히려 노조는 파업으로 회사를 압박하며 심각한 생산차질을 안겼다. 올해 흑자전환을 꾀했던 회사의 경영목표도 물거품이 됐다.
노사는 지난 7월 22일 첫 상견례를 가졌으나 무려 5개월 가까이 교섭을 끌어왔다. 그 사이 노조는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총 15일간 파업을 벌였고 잔업과 특근도 거부했다. 이로 인한 생산차질은 2만5000대에 달한다. 앞서 코로나19에 따른 가동중단으로 입은 피해까지 더하면 올해 8만5000대의 생산차질을 입었다.
노조 파업으로 한국GM의 11월 판매는 반토막이 났고, 회사 운영비를 감당하기 힘들 상황에 몰릴 정도로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 연간 경영실적은 적자가 불가피하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적자 행진을 7년으로 연장하게 됐다.
무엇보다 한국GM은 내년에도 똑같은 홍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절망적이다. 한국GM 노조는 적자행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2016년부터 올해까지 연례 파업을 벌여왔다. 군산공장 폐쇄와 함께 한국 철수 위기에 내몰린 2018년만 예외였다. 직장이 사라질 위기에 내몰리고도 파업이라는 악습의 고리를 끊지 못한 것이다.
특히 한국GM은 이달 초 마련한 1차 잠정합의안이 노조 찬반투표에서 부결된 이후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사측이 노조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을 전부 취하하라는 요구를 수용했다.
지난해 파업 과정에서 노조가 벌인 폭력사태에 면죄부를 주면서 앞으로 노조로 하여금 앞으로 파업 과정에서 어떤 행위를 저지르건 처벌받지 않는다는 확신을 갖도록 했다. 이는 앞으로의 임단협 교섭 과정에서 두고두고 사측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
사측이 매년 반복되는 소모전을 피하기 위해 내놓은 ‘2년 단위 교섭’ 카드가 무산된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상급단체인 금속노조 지침을 앞세운 노조의 반발에 밀려 결국 새해에도 노조와 지지부진한 줄다리기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는 이번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에서도 43.8%의 조합원이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주력 사업장인 부평공장에서는 찬성률이 49.4%로 절반에 못 미쳤다. 내년 교섭도 쉽지 않을 것임을 보여주는 숫자다.
가장 큰 문제는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본사에 한국GM이 안정적인 생산을 보장하는 공장이 아니라는 부정적 시그널을 줬다는 점이다.
GM은 지난 2018년 산업은행의 자금 지원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한국GM에 대한 신차 2종 투입 등 정상화 지원 방안을 제시한 상태지만 적기 공급을 보장할 수 없는 공장을 글로벌 생산기지로 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GM은 이미 올해 노조 파업 과정에서 이같은 점을 경고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의 경영상황을 보면 애초에 사측이 내놓을 수 있는 한계가 명확한 데도, 노조 파업으로 회사는 심각한 생산차질을 떠안고 노조 조합원들도 막대한 임금 손실을 입고, 글로벌 GM 내 입지조차 흔들리는, 서로에게 상처만 남긴 결말을 맞았다”면서 “사측이 업계 최초로 내놓은 2년 단위 교섭이 무산된 부분에 아쉬움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