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욱, 검찰청법·법원조직법 개정안 발의 의도 짐작 가능
모든 판‧검사들 참정권 획일적으로 제한은 과잉 입법 소지
국민 만들어준 거여(巨與),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 아니다
최근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대표발의한 검찰청법과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두고 논란이다. 선거법에서는 공무원이 공직선거에 출마하려면 선거일전 90일까지 사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현직 검사나 법관의 경우에는 다른 공무원과 달리 1년 전에 사직해야 출마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사‧기소와 재판의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 이유이다. 국민의 힘 등 일각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출마를 막기 위한 법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발의자인 최강욱 의원은 이를 부인하면서도 ‘현직 공무원이 대선주자로 언급되고 정치적 행보가 거듭되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을 보면 입법 의도가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우리나라 민주주의는 선거제도의 발전과 함께 성장해 왔다. 그간 선거법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참정권과 선거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정되었다. 선거권 연령을 낮추고, 입후보 자격을 완화하고, 출마에 따른 비용부담을 줄이는 등 선거에 참여하는 문턱을 낮춰왔다. 벽보 등 몇 가지 방법으로만 가능했던 선거운동도 법에서 금지하거나 제한한 방법 이외의 방법으로는 모두 가능하도록 확대되었다. 최근 선거법 개정으로 말과 전화로 하는 선거운동은 상시적으로 가능하게 까지 되었다. 이처럼 선거법은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과 선거환경의 변화에 맞도록 개선되어왔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개선되어 나아갈 것이다. 일단 위 개정안은 이런 큰 흐름과 어긋나 보인다.
검찰권과 사법권이 정치적으로 편향됨이 없이 엄정 중립적으로, 법과 양심에 따라 행사되어야 한다는데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런 제도적 장치를 강화하는 것 또한 당연히 필요하다. 정치적 중립의무는 판‧검사뿐만 아니라 사실상 모든 공무원에게 부과된 의무이다. 이를 확보한다는 이유로 유독 판‧검사들만의 입후보 자격을 특별히 더 제한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 다른 공무원들과 비교해 형평성에서 어긋나지는 않는지 의문이다. 오로지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면 선거법을 개정하여 중립의무 위반으로 처벌받은 공무원의 입후보를 엄격히 제한하는 방안 등도 있을 것이다. 또한 정치적으로 편향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모든 판‧검사들의 참정권을 획일적으로 제한하는 것은 과잉입법의 소지도 있다. 입법도 되기 전에 위헌성에 휩싸인 이유이다.
97년에 개정된 검찰청법과 경찰청법에서는 검찰총장과 경찰청장의 ‘직무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퇴직일로부터 2년 이내에는 정당의 발기인이 되거나 당원이 될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각각 위헌 결정을 하였다. 검찰청법에 대하여는 ‘과거의 특정신분만을 이유로 한 개별적 기본권 제한으로 그 차별의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참정권(선거권과 피선거권) 등 우월적 지위를 갖는 기본권을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되어 침해하고 있다’고 판시하였다(97헌마26). 경찰청법에 대하여는 ‘다른 공무원과 경찰청장 사이에는 차별을 정당화할 만한 본질적인 차이가 존재하지 아니하므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것이 위헌결정의 주된 이유였다(99헌마135).
이번에 발의된 검찰청법과 법원조직법의 개정안과 위헌 결정된 위 두 법조문을 비교해 볼 때, 특정 공무원(들)의 참정권을 상대적으로 더 제한한다는 본질적인 내용에서는 유사해 보인다. 개정안이 상정되어 심의하게 된다면 헌법재판소의 이런 결정에 저촉되지는 않는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불가피한 것인지 여부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지난 정기국회에서 여야 간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각종 쟁점 법안들이 일방적으로 통과된 데서 보듯 국회 의석구조상 여권이 마음만 먹으면 어떤 법이든지 통과시킬 수 있다. 하지만 국민들이 만들어준 거여(巨與)는 여권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뜻은 아닐 것이다. 권력기관 개혁의 상징으로 내세워 밀어붙인 공수처법에 대한 여론조사(리얼미터, 12월11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 응답자의 54.2%가 부정적으로 답하였듯이 국민들의 평가는 냉정하다. 국회의원의 입법권은 국민들이 잠시 맡겨놓은 것일 뿐이다.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행사해야 한다.
글/이기선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