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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대중문화⑥] “코로나 시대, 우리는 생존했는가”


입력 2020.12.31 00:00 수정 2020.12.30 21:12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류지윤 기자

대중문화예술계, 2020 코로나19로 침체된 분위기

"버텨야 한다"는 일념으로 보낸 한 해

올해 대중문화예술계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침체한 분위기 속에서 한 해를 보냈다. 공연예술을 비롯해 음악·방송·영화 산업 등 모든 분야에 있어서 정신적인 어려움은 물론,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닥치면서 현실적인 고통도 함께 떠안아야 했다. 그럼에도 각 분야의 관계자들은 ‘버텨야 한다’는 일념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여느 때보다 힘겨웠을 한 해를 보낸 업계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 “대중음악, 예술분야에서 소외…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 윤동환 부회장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일깨워 준 건 가장 취약한 부분을 여과 없이 보여준 부분이다. 위기 상황 시에 민관이 얼마나 협조 및 소통이 되지 않는지 알 수 있었다. 또 대중음악 분야의 실태 조사 및 지원이 예술 분야에서 상당히 소외받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협회는 올해 2월부터 대중음악 공연 취소로 인한 피해 규모를 파악했고, 더불어 피해를 입은 대중음악 산업계에 필요한 대책을 논의하는 세미나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이와 관련해 윤 부회장은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에 당장 큰 성과를 얻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대중음악 산업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그 문제점들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기관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는 점은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위기 상황 시에 지금보다는 더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자평했다.


윤 부회장은 레이블 엠와이뮤직의 대표이기도 하다. 레이블의 대표로서도 그는 “기대, 설렘, 불안, 실망, 좌절 등의 감정이 하루에도 수차례씩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였다. 그저 버티기를 바랐고, 그마저도 녹록치 않아 앞으로의 한, 두 달을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면서 “지금까지 상당 부분을 오프라인 시스템에 맞춰 진행해 오고 있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온라인을 통한 수익 구조가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느끼게 됐다”고 했다.


온라인을 통한 수익 구조는 소속 아티스트의 충성도 높은 팬덤을 보유한 대형 기획사를 중심으로 시도됐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는 라이브 콘서트 스트리밍 서비스 ‘비욘드 라이브’(Beyond LIVE)를 론칭하면서 코로나19로 취소된 해외 투어 콘서트의 공백을 채웠다. 이러한 시도는 새로운 디지털 공연 문화의 미래를 열었다는 평으로 이어졌다.


SM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비욘드 라이브’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온라인 공연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있었기 때문에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면서 “코로나19라는 시기적 영향으로 오프라인 콘서트의 대체제로서 작용하는 듯 비춰지지만, 나중에는 대체제가 아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자신했다.


ⓒCJ ENM, 에스앤코

◆ “공연계, 배우·스태프·관객의 희생과 노력 덕에 버텼다”


연극·뮤지컬계는 정부의 지침에 따라 거리두기 좌석제를 운영함에 따른 불가피한 손실을 떠안으면서도 꾸준히 무대를 이어왔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주요 제작사가 모여 대책을 마련하고, 공유하면서 연대의 힘을 고스란히 보여준 분야가 바로 뮤지컬계였다. 그 덕에 공연장 내에서의 확산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CJ ENM 공연사업본부 예주열 본부장은 “어려운 시기에 끝까지 공연을 멈추지 않고 이어가고자 하는 모든 배우와 스태프의 의지와 희생정신, 그리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끝까지 공연장을 지켜준 관객들을 보고 작품에 대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며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CJ ENM은 올해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 ‘어쩌면 해피엔딩’ ‘킹키부츠’ ‘베르테르’ 등의 공연을 무사히 올렸다. 이에 대해 예 본부장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모든 작품들이 선전해줬다. 외부적으로 어려운 상황만 아니었다면 충분히 잘 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고, 이를 통해 앞으로 사업 기획을 하는데 있어 더 공격적이고 활발하게 기획할 수 있다는 성과를 얻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전 세계의 공연장이 멈추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 내한 공연을 성사시킨 제작사 에스앤코 신동원 대표는 “이번 팬데믹은 공연을 올리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유례없는 시기였던 것 같다”면서 “배우와 스태프는 물론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분들과 공연장이 있는 지역 사회에까지, 공연장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철저한 방역 속에서 소중한 무대, 그리고 일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올해는 투어 공연들이 예정되어 있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데믹 상황이나 돌발 상황에 대비를 해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K방역’으로 전 세계 유일하게 공연되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 ‘캣츠’가 손꼽히며 해외에서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방역 노하우에 대한 자문을 요청 받기도 했다. 안전하게 공연을 올릴 수 있는 나라로 한국 공연 시장이 주목 받는 동시에 믿고 함께 한 출연진과 스태프, 관객 분들께 감사를 절실하게 느끼기도 한 해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신 대표는 “좌석 거리두기, 취소 및 재오픈으로 관객을 비롯해 공연 업계의 힘든 현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라이브 엔터테인먼트인 공연은 코로나19 속에서 더욱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종사하고 있는 공연 산업을 지키고 공연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공연예술의 감동을 안전하게 전하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공연 제작자로서의 앞으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CJ, 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최저 관객수 신음했지만 중소 영화·장기 상영·관객들 의식으로 희망 봤다”


올해 영화, 극장 사업은 최악의 한해를 보냈다. 지난 9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현재까지 집계된 올해 극장 관객 수는 5840만명이다. 수도권의 경우 영화관이 오후 9시 이후 영업을 할 수 없는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연말까지 시행돼 큰 폭으로 관객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야말로 ‘버텨왔다’란 말을 실감한 2020년이었다. 그럼에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반도’ ‘담보’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도굴’ 등 히트작을 만들어냈다.


한 제작사 대표는 “전례 없는 상황에 개봉을 많이 고민했다. 대작들은 개봉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부담이 적은 손익분기점 100~200만인 영화들이 주로 관객과 만났다. 극장가가 위축된 시점에 중소 규모의 영화들은 경쟁작 없어 한 달 이상 스크린에 걸릴 수 있었다. 손익분기점이 낮기 때문에 장기간 개봉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춘 작품이 생각보다 많았다. 시국이 이렇다보니 의식과 생각이 담긴 영화는 부담스러워했고, 오락영화가 조금 더 좋은 반응을 얻었다. 지금은 모두가 극장에 가서 영화를 즐기는 지난해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극장에 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1020 세대들을 주 타겟층으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올해 코로나 확산으로 많은 영화들의 개봉이 연기되거나 OTT로 개봉하는 등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와 ‘담보’ ‘반도’ ‘오케이 마담’ 같은 영화들이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에 최선을 다해 안전한 관람환경을 지켜준 극장과 관객들의 노력에 힘입어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또한 모든 제작 현장도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 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는 많은 영화들이 관객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내년에 코로나 상황이 호전되면 관객들을 만날 준비를 마친 영화들이 개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코로나19 대응에 대해 “매출감소, 영화산업의 급격한 변화와 장기 침체 속에서 생존을 위한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 3월부터 직영관 영업중단, VOD 사업 종료 등 운영 효율화와 함께 임원 임급 반납, 임직원 자율 무급 휴가 시행, 비용 절감을 위해 힘써왔다. 또 영화관 운영 효율화 일환으로 사업을 재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극장·영화산업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지만, 영화나 극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문화적 경험 중요성이 여전히 유효하다면서 “영화관은 수년간 대중들의 사랑을 받아 온 문화 공간으로 대중의 선택을 받아왔다. 선명하고 큰 화면, 입체적인 사운드, 한 공간에서 여러 명의 관객과 작품을 관람하며 느낄 수 있는 공감대 형성 등 영화관만이 제공할 수 있는 경험이다”라며 “코로나19는 특별한 상황이기 때문에 영화관은 예상치 못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종식 이후 다양한 영화들이 제작되고 개봉된다면 관객들은 영화관을 다시 찾을 것이고, 영화 산업이 다시 활력을 얻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극장은 영화를 보는 것 이상의 차별화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사는 'SUPER S' 등 지금보다 더 진일보한 기술 특화관 및 서비스 제공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빠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채널A

◆ “방송가, 코로나19와 공존하는 환경 빠르게 정착해야”


방송가도 코로나19 공습에 부침을 겪어야 했다. 해외에서 국내로, 대면에서 비대면, 온택트 등 방송 제작과 편성 전반이 영향을 받았다. 철저한 방역과 마스크 착용으로 촬영을 이어갔지만 배우, 제작진, 보조출연자 사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며 방송 제작이 중단되기도 했다.


한 방송 작가는 “코로나19 정부 지침이 바뀔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했다. 제작이 중단될 뻔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방역과 싸워내며 프로그램을 안전하게 론칭 시켰다. 단면적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주변에 코로나19로 일거리를 잃은 스태프들이 많다. 이 스태프들은 유튜브가 활성화되면서 일터를 온라인으로 옮기기도 했다. 언제 다시 방송국으로 돌아올지는 기약이 없다”고 아쉬워했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내년에 새 드라마 편성을 기다리고 있다. 많은 드라마들이 코로나19로 많은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시청자들의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고민이 깊다. 지금으로써는 금전적인 수익을 얻기보단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드라마를 준비 중이다. 더 이상 상황이 악화되지 않고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드라마를 무사히 선보이고 싶은 마음 뿐이다. 항상 전제는 코로나19 종식이 아닌, 코로나19 완화다. 이젠 과거의 드라마 환경으로 돌아가지 못할 것이다. 이를 항상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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