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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국에 "투쟁" 되읊는 민주노총…재계는 '한숨'


입력 2020.12.25 06:00 수정 2020.12.24 17:29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새 위원장에 '강경파' 양경수 당선…"거침없이 투쟁해 새시대 열 것"

코로나19 경영위기는 외면…산학계 "후진적·대립적 노사관계 못벗어나"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차기 위원장이 지난 10일 합동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차기 위원장에 강경투쟁을 공약으로 내건 양경수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이 선출되면서 민주노총의 강성화가 심화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가뜩이나 기업들의 경영환경 전반이 악화된 상황에서 산하 노동조합들의 '투쟁 만능주의'행보로 경영환경이 더욱 악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전날 차기 위원장, 수석 부위원장, 사무총장 등 지도부 선출을 위한 결선 투표 결과를 공개했다.


양경수 후보 조는 총 투표수 약 53만표 가운데 55.7%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사회적 교섭을 공약으로 내걸고 결선에 오른 기호 1번 김상구 후보 조의 득표율은 44.3%에 그쳤다.


양 당선인은 당선 소감에서 "백만 조합원들은 거침없이 투쟁해 새 시대를 열라는 준엄한 명령을 저희에게 주었고 한 치도 어긋나지 않게 할 것"이라며 "투쟁을 자기 근본으로 삼는 노동운동이 왔음을 주지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양 당선인은 이어 "정권과 자본은 '낯선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고, 그동안의 관행과 제도, 기억은 모두 잊기를 경고한다"며 내년 11월 3일 대대적인 총파업을 예고했다.


양 당선인을 지켜보는 업계는 시름이 깊어지는 분위기다. '대화'보다는 '투쟁'에 무게를 둔 지도부가 들어서면서 민주노총 산하의 산업별 노조들도 강성투쟁 노선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소속인 기아자동차 노조, 한국GM 노조는 올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성과금 지불과 처우개선을 요구하며 부분파업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사측은 상당한 생산 손실을 입었고 협력업체들도 생존 위기에 내몰렸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회의실에서 열린 민주노총 총파업 총력투쟁 선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밖에 현대삼호중공업, 현대제철 등 산업현장 곳곳에서도 쟁의행위를 예고하고 있다. 여론은 올해 노사 협상 타결이 어렵게 이뤄졌더라도 내년 또다시 연례행사처럼 노사갈등과 파업이 반복될 것이라는 냉소 섞인 전망을 내놓는다.


아울러 민주노총은 노조법 개정,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관련해서도 노동계의 요구를 강화하기 위해 대정부 투쟁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방침이다.


그간 정부가 노동계의 눈치를 보는 듯 한 행보를 지속해온 점에 비춰 재계의 경영악화 호소를 외면하고 민주노총의 요구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학계는 민주노총이 과거 투쟁위주의 후진적·대립적인 노사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법질서보다 집단의 힘과 정서에 호소하는 악습을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노사상생을 통한 기업의 도약을 추구하고 있지만 한국 노사는 아직도 1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다"며 "기업과 자본가를 악의세력으로 간주하는 구시대적 사고방식과 투쟁 만능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장기표 전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노동자를 피압박민중으로 보는 시대착오적 세계관이 문제"라며 "그러면서도 저임금 내지 실업상태의 빈곤층의 어려움은 무시한채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기에만 급급한 위선도 극치에 다다랐다"고 지적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 정책실장은 "한국이 첨단산업의 세계 공장이 되기 위해서는 노사 관계 개선이 필수적"이라며 "정부가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을 위해 노사 간 대화 창구를 강화하고, 주한외국기업들의 노사애로 해소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배운 기자 (lbw@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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