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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스포츠-프로야구] ‘양보다 질’… 돈 씀씀이 달라진 2020 KBO리그


입력 2020.12.31 00:00 수정 2020.12.30 21:04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지난해 주춤했던 FA 몸값, NC 우승으로 다시 불붙어

반드시 필요한 포지션에 선수 보강하려는 움직임

거액 몸값을 자랑하는 FA. 이 중 최형우만 계약을 완료했다. ⓒ 뉴시스

2020 KBO리그가 개막 직전 코로나19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와 직면했으나 무관중 경기 등 상황에 알맞은 적절한 대처로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올 시즌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한 팀은 NC 다이노스였다. NC는 시즌 초반부터 연승 행진을 내달리며 선두 자리를 꿰찼고 단 한 번도 경쟁팀들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은 채 정규 시즌을 1위로 마무리,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냈다.


NC의 강력함은 한국시리즈에서도 계속됐다. NC는 지난해 우승팀 두산을 상대로 6차전 승부 끝에 시리즈 전적 4승 2패로 창단 첫 우승에 도달했다.


NC의 우승은 KBO리그에 많은 이야기를 남겼고 나머지 구단들의 향후 전략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FA 시장에서의 적극적인 대처다.


2013년 1군에 첫 발을 디딘 NC는 “야구 자체가 목적인 구단을 만들고 싶다”라는 김택진 구단의 말대로 성적과 인기,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지난 8년간 열정을 쏟았다.


특히 신생구단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트레이드는 물론 FA 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실제로 NC는 2016년 박석민을 영입하며 당시 역대 최고액인 4년간 96억 원의 대형 계약을 체결했고 2019년에는 '안방마님' 양의지에게 4년간 125억 원을 투자, 결국 우승의 토대를 쌓았다는 분석이다.


‘투자가 곧 성공’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은 NC뿐만이 아니다. 오랜 기간 무관에 머물렀던 두산은 2015년 장원준(4년 80억 원)을 영입하며 좌완 선발의 퍼즐을 맞췄고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 2017년 최형우에게 사상 첫 100억 원의 ‘대박’을 안긴 KIA 역시 적절한 투자로 우승까지 이른 대표적인 사례다.


그 결과 지난해 얼어붙었던 FA 시장은 불과 1년 만에 활황으로 돌아서며 선수들 몸값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에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 중 즉시전력감으로 평가받는 선수들 대부분이 예년에 비해 크게 높아진 거액 계약을 품에 안고 있는 중이다.


4+3년 85억 원 계약을 품은 두산 허경민. ⓒ 두산 베어스

2021년 FA 시장은 허경민이 KBO리그 FA 역사상 최장 기간인 7년(4+3년)에 85억 원(최초 4년 65억 원)으로 두산에 잔류하며 뜨거운 문을 열어 제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SK가 9년 만에 외부 영입에 나서며 최주환과 4년간 42억 원에 계약했고, 두산 왕조의 또 다른 밑거름이었던 오재일도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삼성과 4년 50억 원으로 잭팟을 터뜨렸다. 또한 성공적인 지난 4년을 보냈던 KIA 최형우도 예상보다 훨씬 높은 3년간 47억 원을 보장받기에 이르렀다.


아직까지 계약에 이르지 못한 선수들 중에서도 만만치 않은 액수에 사인할 선수들이 상당하다. 이대호를 비롯해 양현종(해외 진출 실패 시), 유희관, 이용찬 등이 대표적이다.


2012년 이후 FA 시장 총 지출액(30일 현재). ⓒ 데일리안 스포츠

KBO리그의 FA 시장은 2012년 넥센(현 키움)으로 복귀하며 4년간 50억 원의 계약을 맺은 이택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몸값 거품 시대에 접어들었다.


2014년 롯데에 잔류했던 강민호가 당시 역대 최고액인 4년간 75억 원에 계약하더니 이듬해에는 KIA 윤석민이 4년간 90억 원, 2016년에는 박석민의 96억 원, 그리고 2017년 해외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이대호가 무려 150억 원의 계약을 따냈다. 따라서 지금까지 100억대 계약을 따낸 선수만 5명(이대호, 양의지, 김현수, 최정, 최형우)에 달한다.


FA 시장의 계약 총액도 매년 증가 추세였다. 2012년 선수 17명이 계약하며 272억 5000만 원의 합산 액수를 이끌어낸 FA 시장은 2014년 523억 5000만 원으로 크게 오르더니 이듬해 688억 9000만 원, 그리고 2016년 역대 최고액인 766억 2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후에도 2년 연속 600억 원대 계약을 발생시켰고, 2019년 495억 원으로 하락하더니 지난해 407억 2000만 원으로 냉각기를 맞이하는 듯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벌써 313억 원의 계약 총액이 집계된 KBO리그 FA 시장은 남은 선수들이 계약을 완료할 경우 최소 500억 원 이상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2년 이후 각 구단 FA 시장 지출액(30일 현재). ⓒ 데일리안 스포츠

두산과 NC, KIA가 확실한 투자로 성적을 낸 사례라면 그렇지 못한 팀들도 있다. 바로 지난 10년간 가장 많은 돈을 쓴 롯데와 한화다. 롯데는 2012년부터 이번 FA시장까지 771억 7000만 원을 투자했으나 우승은 고사하고 단 두 차례 포스트시즌 진출에 그쳤고, 662억 원을 쓴 한화 역시 쏟아 부은 돈에 비해 효과가 미미했다.


롯데, 한화의 실패와 NC 성공이 남기는 의미는 다름 아닌 ‘효율적인 투자’다. NC는 보강이 꼭 필요했던 포지션인 3루수(박석민)와 포수(양의지)를 품었던 반면, 롯데와 한화는 퍼즐 맞추기가 아닌 선수층을 두텁게 만드는데 주력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례는 이번 FA 시장서 SK, 삼성의 영입 정책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SK는 내야수 보강이 시급했고, 삼성 역시 확실한 4번 타자의 목마름이 컸기 때문이다. 들불처럼 번져나간 FA 몸값 상승의 분위기가 새해에 어떤 계약 소식을 들려줄지 야구팬들의 눈과 귀가 스토브 리그로 향하고 있다.

김윤일 기자 (eunic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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