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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3위 안철수, 이번에는 중도 표 갈라 먹지 않겠지


입력 2021.01.04 05:00 수정 2021.01.04 07:15        데스크 (desk@dailian.co.kr)

박원순에게 양보했던 시장 직 10년 만에 찾으려는 하향 지원

그의 지지 기반 중도 성향 표가 야권 후보 단일화 결정할 것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 시민들과 집권 민주당은 안철수에게 서울시장 직을 빚지고 있다.


전 서울시장 고(故) 박원순은 10년 전 당시 의사, 프로그래머,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 개발 벤처 기업인으로서 정치에 입문하고 있던 안철수가 50% 가까운 지지도를 한 순간에 포기해 버리는 극적인 양보를 받고 시장이 된 사람이었다.


필자는 반년 전 글(데일리안 [정기수 칼럼]-박원순, 그가 자살 전에 했어야만 할 세 가지 일)에서 박원순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2번 당선된 이후 3번째 선거에서는 안철수에게 진 빚도 갚고 꿈꾸던 대권 도전도 할 겸 출마하지 말았어야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가 양보하지 않은 바람에(박원순은 이미 안철수에게 후보 위치를 양보 받던 7년 전의 시민운동가가 아니고 집권 민주당의 차기 대선 후보군에 포함되는 ‘거물’로 성장해 있었다) 안철수는 2018년 그를 상대로 출마, 자유한국당 후보 김문수에게도 뒤지는 19.55% 득표에 그쳐 3위로 낙선했다.


안철수는 이미 그 1년 전에도 박근혜 탄핵으로 치러진 대선에 나서 역시 자유한국당 후보 홍준표(24.03%)에게 뒤지는 21.41% 득표로 3위에 그쳤다. 단 2번에 지나지 않긴 해도 안철수는 이 두 차례 큰 선거 이후 만년 3위 이미지, 그리고 선거 때마다 나오는 단골 출마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그가 떼어 놓은 당상(堂上)이던 시장 후보를 박원순에게 양보할 때 일반인들에게 비쳤던 신선한 비(非) 정치인 인상은 이미 퇴색했고, 오히려 ‘퇴물’ 정치인 같은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는 정계 입문 8년 동안 거의 1년에 한 번꼴로 창당-합당-탈당 행보를 보여 어느새 철새 정치인 뺨치는 변신을 어지러이 했다.


그는 시장 후보 양보로 박원순에게만 선(善)한 단체장 이미지와 확고한 정치적 입지를 선물했을 뿐 아니라 민주당에게도 엄청난 혜택을 누리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민주당은 박원순의 서울시로 인해 유무형의 정치적 이득을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시장 직 ‘자해(自害)’로 보궐선거를 부른 전 시장 오세훈의 판단 착오와 안철수의 또 다른 판단 착오가 훗날 민주당의 연전연승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당과 이 당 지지 시민들은 안철수에게 일종의 빚을 지고 있으며 안철수는 또 민주당에 비판적인 국민들에게 빚을 지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안철수가 지고 있는 빚은 단순한, 결과론적 비판 이상이다. 그는 지난 대선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3위를 함으로써 문재인 정부와 박원순 시정 3기 출범을 도왔다. 두 번 다 20% 내외 득표였는데, 그가 출마를 고집하지 않고 단일화를 했으면 산술적으로는 대통령 문재인(41.08%)이 없었고, 서울시장 박원순(52.79%)도 그처럼 압도적 당선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는 이 단일화 거부 또는 무시의 빚에도 불구하고 그 전에 박원순과 민주당이 자신에게 진 빚을 받기 위해 이번 보궐선거에 하향(下向) 지원을 했다. 1년 후 차기 대선 외에 다른 생각은 전혀 않는다고 하다 갑자기 서울시장 보선에 나가겠다고 마음을 바꿨다. 그는 아마도 정권 교체 여론이 높은 이번 타이밍에 승산이 더 높은 서울시장이 되는 게 낫고, 그 6년 후 65세이니 이때 대권에 도전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필자는 특별히 그의 과거 득표력 20% 안팎에 주목한다. 그가 주요 언론사들의 이번 신년 특집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로 1위를 기록한 수치도 20%대다. 안철수는 20% 이쪽저쪽 지지율로 혼자서는 당선이 어렵고 같은 편 다른 선수와 함께 동반 탈락할 수는 있는 인기를 보유한 선수인 것이다.


그가 갈라 먹고 있는 표는 진보 후보나 보수 후보가 이기는 데 필수적인 중도(中道) 성향의 것이다. 그가 단일 후보가 되던 그 단일 후보를 위해 물러나든 이 중도 성향 표는 한 사람에게 몰아져야만 한다는 계산이다.


안철수는 이 공식의 주인공이 될 준비가 돼 있는 사람인가? ‘중도 표를 이번에는 갈라 먹지 않겠지’ 하는 민심에 부응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이 달 내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 답은 안철수 혼자만 하는 게 아니고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함께 하도록 돼 있다.


이 당 비상대책위원장 김종인은 노욕(老慾)인지 개인적 감정에 의한 것인지 안철수를 탐탁지 않게 보는 모습이 언론에 자주 노출된다. 그러나 2021년 한국 정치의 양극은 친문(親文)과 반문(反文)으로 짜여 있고, 이 구도는 시간이 갈수록 더 굳어질 것이다.


친문과 반문 대결에서 반문을 상징하는 집단은 국민의힘이지만, 그 수적 비중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절반은 중도 우파 혹은 범(凡)보수이다. 이것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증명되는 현실이다.


이 중도 인구는 문재인 정권의 위선적 586 운동권 출신들에게는 염증(厭症)을 느끼면서도 국민의힘 같은 보수 정당을 지지하기까지에는 아직 이르지 못한, 그저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신봉자들로 자신을 자리매김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국민의힘은 이들 중도 지지자들의 뜻을 결국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 김종인의 생각이 어떠하든 그것은 큰 영향력을 갖지 않게 된다는 의미다. 그 시민들이 안철수를 선택하면 안철수를 단일 후보로 옹립할 수밖에 없도록 경선 룰을 정해야만 서울시장 보선에서 이길 수 있으므로 그렇게 룰이 정해질 수밖에 없다.


안철수 또한 국민의힘이 대체로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선 원칙을 정한다면 흔쾌히 응해 신사적인 경기를 펼쳐야 함은 물론이다. 그는 이미 단일화를 거부, 2번이나 큰 선거를 민주당에 바쳐 오늘날 법치를 유린하는 정권이 탄생하는 기회를 제공한 장본인이다.


그는 이번 서울시장 보선 경선에서 이 원죄를 잊지 않고 그것을 보상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자세를 보여 주거나 그 헌신과 용기로 지지를 가장 많이 받아 단일 후보 출마 권(券)을 얻게 될 것이다.


안철수의 중도 팬들은 그가 이 번 만큼은 판단 착오를 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


글/정기수 자유기고가(ksjung724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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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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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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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반대순
  • 독락 2021.01.04  08:20
    국힘이 의석수를 무기화하지 않고 김종인이 초만 치지 않으면 단일화 가능, 안철수 서울시장, 박형준 부산시장, 윤석열 대통령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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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도지기 2021.01.04  11:38
    정기수 자유기고가님의 분석에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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