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한미, 이란의 선박 나포에 '온도차'…美 "제재 완화 시도", 韓 "섣불리 얘기 못해"


입력 2021.01.05 13:12 수정 2021.01.05 14:59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韓의 유조선 즉시 석방 요구에 동참"

고위급 접촉 앞두고 원유 대금 상환 압박?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선박 '한국케미호' ⓒ타스님뉴스/AP/뉴시스

미국 국무부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억류한 한국 국적 선박 '한국케미호'를 즉각 풀어줄 것을 요구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4일(현지시각) 이란 정권이 "국제사회가 제재 압박을 완화하도록 하기 위한 명백한 시도의 일환으로 계속해서 걸프해에서 항행의 권리와 자유를 위협하고 있다"며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이같이 밝혔다.


해당 관계자는 "미국은 이란 정권이 한국 국적의 유조선을 억류했다는 보도를 주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이 유조선을 즉시 석방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요구에 동참한다"고 말했다.


미 해군 중부사령부 역시 이날 논평에서 "이란의 한국 유조선 억류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며 "상황을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란은 한국케미호가 환경 규제를 위반했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며 '법 절차'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이드 하티브자데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한국 유조선의 환경 규제 위반을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며 "법 테두리 안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티브자데 대변인은 한국케미호 나포가 "예외적인 상황이 아니라 정상적인 사건(not an exceptional but a normal incident)"이라며 "이란과 다른 국가의 영해에서 유사한 사건이 일어난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에 대한 추가 보고서가 향후 발표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美 제재 여파…韓 은행, 이란 원유 대금 '동결'
강경화 "나포 배경, 섣불리 얘기할 상황 아냐"


이란 측이 규제 위반에 따른 통상적인 나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나포된 '시점'을 감안하면 숨겨진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언론 알아라비아 영문판에 따르면, 한국과 이란은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의 이란 방문 일정을 조율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JCPOA)' 파기 이후 미국 제재 복원 여파로 금융기관 거래가 막혀있는 상태다. 한국이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며 대금을 입금해둔 계좌 역시 제재 대상에 올라있다. 이란이 미국 제재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선박 나포' 카드를 꺼내든 게 "우연이 아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양국 간 고위급 접촉에 앞서 조속한 대금 상환을 위한 미국 설득 등을 압박하기 위해 '변칙 전술'을 활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미 국무부가 이번 선박 나포를 "제재 완화를 노리기 위한 시도"로 규정한 것 역시 같은 맥락의 접근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이란의 선박 나포 배경에 대해 상대적으로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외교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어제(4일) 1차 대응을 했고, 주한이란공관과 주이란한국대사관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계속 이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한국 시중은행 계좌에 묶인 이란 자금 동결이 선박 억류 배경이 아닌지를 묻는 질문에 "지금 그런 것을 섣불리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일단 사실관계를 먼저 파악하고 우리 선원 안전을 확인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청해부대 소속 최영함 ⓒ뉴시스

한편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으로 급파된 청해부대 최영함의 작전 수행 내용과 관련해 "우리 시각으로 오늘 새벽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도착했다"면서도 "우리 국민의 안전을 위해 임무를 수행하는 점을 고려해 자세한 설명이 제한됨을 양해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자국민 보호 차원의 대응이 자칫 군사적 갈등 사안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위 조절'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부 대변인은 미국·이란 양국과의 연락 상황과 미군과의 협조 계획에 대해서도 "관련국의 상황에 대해 국방부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강현태 기자 (trustm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