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3월16일 재개" 못 박아…"불법 공매도 처벌강화 등 제도개선"
선거 앞둔 여당이 밀어붙이면 버틸 방법 없어 "시장에 맡겨달라" 읍소
코스피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000선을 돌파하면서 공매도 재개 여부가 금융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오는 3월 재개되는 공매도를 앞두고 개인투자자들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정치권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치권 입김에 휘둘리던 금융당국도 일찌감치 '공매도 재개 방침'을 공개하며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공매도 재개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당초 3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던 시장조성자 제도 정비, 개인의 공매도 접근성 제고 등 제도개선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동학개미를 등에 업은 정치권의 공매도 금지 연장을 압박에 철저하게 '시장논리'로 버티겠다는 것이다.
특히 금융당국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 여파로 폭락한 주식시장을 살리기 위해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과열된 시장을 가라앉히기 위해 제도를 재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가 이상 과열되는 현상을 제어하는' 공매도의 순기능이 필요한 순간이라는 데 시장 전문가들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이미 시장 곳곳에서는 유례없는 '패닉바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실물경제는 얼어붙었는데 자본시장만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포 지수'로 불리는 변동성지수 VKOSPI는 전날 35.65로 마감하며 7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통상 VKOSPI는 하락장에서 상승하는데, 최근 주가 상승세가 이례적으로 가파르다는 것을 시장도 감지하고 있다는 결과다.
그럼에도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유동성이 끊임없이 증시로 향하고 있다. 개인투자자의 증권계좌 예탁금은 지난 11일 기준 72조3212억원을 기록해 사상 처음으로 70조원대를 돌파했다. 개인투자자의 증권계좌 예탁금은 지난해 무려 139% 급증한데 이어 올해 들어 6거래일만에 약 6조8000억원이 늘었다. 하루에 1조원 이상씩 증가한 셈이다.
당국 '패닉바잉'에 공매도 필요성 설파…정치권 파고 넘을지 관건
금융당국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까지 유동성 잔치 이후 부작용에 우려를 나타내며 경종을 울리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5일 신년사에서 "급격히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잠재된 리스크가 올해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금융위는 주식시장으로의 과도한 유동성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등 공매도 재개를 위한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는 시장원칙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또 주요 국가에서 공매도가 재개된 상황에서 우리나라에서만 공매도 금지를 이어가는 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는 논리도 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미국·영국 등 주요 국가들은 코로나19 이후에도 공매도 금지를 하지 않았고, 프랑스와 독일 등은 지난해 3월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금지했으나 5~6월 재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계 10위권인 한국 증시의 글로벌 위상과 경제 규모에 비춰 공매도 제도의 필요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매도 논의에 정치권이 끼어들면서 시장 질서를 뒤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증시의 '큰손'이 된 동학개미의 반발과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에 편승한 정치권의 입김이 공매도 논의에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여당 일부 의원들과 지도부까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금융권에선 정치권의 개입이 자본시장 질서를 뒤흔들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치가 끼어들면 일을 망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 앞에 금융권이 놓인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향후 금융위가 공매도 재개 원칙을 고수하고, 정치권이 어깃장을 놓는 줄다리기가 이어지면 결국 '최고 권력의 의중'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책당국과 여당이 대립하면, 결국 청와대에서 교통정리를 해줘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