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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년] 가계·기업 빚더미…자산 거품 폭발 '경고등'


입력 2021.01.18 11:34 수정 2021.01.18 11:3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한은 총재까지 '빚투' 경고…"감내 못할 손실 볼 수 있다"

실물‧금융 괴리 커지는데 가계대출은 1년새 100조원 늘어

지난 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위). 서울 중구 한 은행 대출창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데일리안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경제 주체인 가계와 기업, 국가 부채가 일제히 역대급으로 증가하고 있다. 각각 1000조원에 육박하는 수준에 이르면서 '트리플 1000조'라는 신조어로 불리고 있다. 무엇보다 부동산·주식 투자를 위한 '영끌‧빚투'가 사회적 문제로 확산하면서 정책당국도 시장에 위험하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특히 전례 없는 초저금리 속에서 가계대출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한국은행의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88조8000억원으로 1년 새 100조5000억원이 늘었다. 증가 폭은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가장 컸다. 주택담보대출이 68조3000억원, 신용대출이 대부분인 기타대출이 32조4000억원 불어났다.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코로나19 여파와 맞물려 국가 경제 시스템을 위협하는 경고음으로 울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빚투‧영끌 문제가 금융 시스템 전반을 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제결제은행(BIS)은 우리나라 민간 부문 빚 위험도를 11년 만에 '주의'에서 '경보'로 끌어올렸다.


국제금융협회(IIF)가 발표한 '글로벌 부채 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올 3분기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비율은 100.6%로 가계부채가 GDP 규모를 초과했다. 이는 한 해 버는 국민소득을 다 합쳐도 빚을 못 갚는다는 뜻이다.


'부채경제의 시대' 1년 국민소득 합쳐도 가계부채 못 갚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시장 안정화 조치 등 정책대응으로 금융시장 불안은 대체로 진정되었으나 코로나19 전개 양상에 따라 금융불안이 재연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 부채도 1000조원에 다가섰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976조4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7조4000억원 증가했다. 2018년과 2019년 연간 증가액이 40조원대였던 것에 비하면 폭발적인 증가세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4차례에 걸친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는 등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면서 국가부채도 급증했다. 국가 채무는 846조9000억원까지 늘었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118조6000억원에 달했다.


이미 정부가 올해 편성한 예산 558조원을 조달하기 위해선 93조2000억원의 빚을 내야 한다. 국가채무가 지난해 847조원에서 올해 956조원으로 1년 새 110조원 가까이 불어난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는 내년에는 1070조원까지 늘어나 '1000조원 시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빚에 의존하다 보니 채무비율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7.3%까지 치솟는다. 이미 정부는 지난해 네 차례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해 GDP의 3.5% 규모인 67조원을 들이부으며 확장 재정 정책을 펼쳤다.


국가채무비율 50% 돌파 '시간문제'…가계‧기업‧국가부채 '트리플 1000조'


문제는 빚이 늘어나는 속도다. 전문가들도 국가채무의 총량보다 증가 속도에 우려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정부의 전망치만으로도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8.1%에서 지난해 43.9%, 올해 47.3%로 수직상승하게 된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국가채무비율 50% 돌파는 '시간문제'인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오는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돈풀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에 금융권에선 "미래세대에 떠넘길 빚폭탄을 걱정해야 할 때다", "이제 국가부채 '천조국(千兆國)'시대에 진입하게 된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방만한 재정지출로 나라 곳간이 바닥나고 자본시장이 흔들리는 부작용에 대한 정책적 방어가 필요한 순간이라는 지적이다.


유경원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앞으로 경기가 살아난다면 지금 돈을 끌어다 써도 상관이 없지만 내수는 계속 침체하고 세계경제도 안 좋아진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실물과 금융의 괴리가 너무 커서 충격이 올 수 있다"며 "정책당국이 빚투현상을 어떻게 해서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책당국에서도 이례적으로 경종을 울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코스피 급등을 버블(거품)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최근 주가 상승 속도가 과거보다 대단히 빠르다"고 경고했다. 또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는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가격이 조정될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을 유발할 수 있다"고도 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지난 8일 "위기가 남긴 상흔이 예상보다 깊을 수 있다", "회복 과정에서 어떤 리스크 요인이 불거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늘어난 유동성이 자산시장으로의 쏠림이나 부채 급증 등을 야기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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