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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부동산 실패 인정하고도 정책은 유지…"집값 못 잡는다"


입력 2021.01.18 14:13 수정 2021.01.18 14:31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투기수요 억제 성공 못했다…기조 유지 하면서 공급 특단"

"신축 공급만이 대책 아니야, 기존시장 활성화 필요"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열린 '2021 신년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대한 실패를 인정하면서도 그 원인을 정책이 아닌 '가구수 급증'과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 등 외부 요인 탓으로 돌렸다.


기존에 정부가 1인 가구 증가나 저금리로 인한 수요 증가라는 해명과 다르지 않다. 결국 현재 작동 중인 부동산 규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부동산 정책을) 투기 수요 억제에 역점을 뒀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면서도 "시중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렸다. 또한 가구수가 급증하면서 우리가 예측했던 수요가 더 초과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는 기존의 투기를 억제하는 기조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부동산 공급에 있어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공급은 하겠지만 그간의 부동산 정책 기조는 지키겠다는 의미다.


현재 시장의 불안정은 무엇보다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 많다.


그 중 임대차법은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법은 정부와 여당이 추진한 것으로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 등이 골자다. 시장은 급등한 전·월셋값에 임대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면서 집값을 밀어 올린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새 임대차 법 시행 직전인 지난해 7월 4억6932만원이었던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격은 지난달 5억6702만원으로 6개월 동안 9770만원(20.8%) 올랐다.


부동산원 조사에서는 임대차법 시행 이후 6개월간의 매매값 상승폭(2.35%)은 직전 6개월(1~6월)간 상승폭(0.5%)의 5배에 이르렀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몰아붙이면서 나온 정책의 오작동 역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초래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즉, 정부 정책의 실패가 문제가 됐다는 의미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발언은 종합해보면 규제 완화는 없을 것으로 예측된다.


대통령은 또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이 제시했던 공공재개발과 역세권 개발, 신규 택지 개발 등만 공급대책으로 언급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재개발·재건축 규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을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짚었던 점을 미뤄봤을 때 자금이 시장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완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도소득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규제도 이어갈 것으로 추측된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 없이 정부 주도의 공급만으로는 집값 안정은 요원하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이제라도 공급을 늘리겠다고 한 것은 다행이지만, 규제 완화도 없이 정부의 공급만으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기축 시장도 열어주고 신축도 공급하는 형식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 연구소장도 "문 대통령의 발언은 기존의 정책을 되풀이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공공주도의 공급은 시장에서 원하는 공급과는 다르다. 만약 공공주도의 공급만 고집한다면 시장의 불안은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당장 공급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기 위해선 기존 주택의 시장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신축 공급만이 공급이 아니다"며 "양도세나 증여세를 낮춰 시장에 매물이 돌게끔 해 시장에 안정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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