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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현금 이탈 리스크에…대출금리 인상 압박 커진다


입력 2021.01.21 06:00 수정 2021.01.20 10:06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5대銀 순현금유출액 300조 육박…1년 새 50조 넘게 늘어

예·적금 줄자 은행채 발행 러시…불어나는 자금 조달 비용

국내 5대 은행 추산 순현금유출액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5대 은행에 잠재된 현금 이탈 위험이 1년 새 50조원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를 전후해 금융 불안이 커진 탓으로, 이에 은행들은 대량의 채권 발행을 쏟아내며 리스크 방어에 나선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이 같은 은행채 확대가 물 밑에서 대출 금리를 밀어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개 은행의 순현금유출액 추정치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총 295조5913억원으로 전년 동기(241조9565억원) 대비 22.2%(53조6348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순현금유출액은 30일 내에 은행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최대 현금 순유출 규모를 추산한 값이다. 이는 금융위기와 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때 고객들이 일시에 대량의 예금을 인출해가는 뱅크런에 대비하고자 마련된 은행 건전성 지표 중 하나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신한은행의 순현금유출액이 같은 기간 58조709억원에서 68조6246억원으로 18.2%(10조5537억원) 늘며 최대를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의 순현금유출액이 53조1727억원에서 64조6242억원으로 21.5%(11조4516억원) 증가하며 60조원을 넘어섰다. 또 하나은행 역시 49조6524억원에서 57조9326억원으로, 우리은행은 48조5554억원에서 57조2881억원으로 각각 16.7%(8조2802억원)와 18.0%(8조7327억원)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농협은행의 순현금유출액도 32조5051억원에서 47조1218억원으로 45.0%(14조6167억원) 증가했다.


이렇게 은행들의 현금 이탈 리스크가 커진 배경에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권의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나빠진 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당장 쓸 돈이 급해지자 갖고 있던 예금이나 적금을 깨는 가계와 기업이 늘었다. 아울러 제로금리 현실화로 예·적금에서 기대할 수 있는 이자가 크게 줄어들자 은행에서 돈을 빼 부동산과 주식 시장 등을 둘러싼 투자 열기에 편승하려는 이들도 많아졌다.


이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은행의 예금과 적금은 결국 역성장의 늪에 빠진 실정이다. 지난해 말 조사 대상 은행들이 보유한 원화 예·적금은 673조7286억원으로 전년 말(685조7160억원)보다 1.7%(11조9874억원) 줄었다.


이처럼 전통적인 현금 조달 통로가 흔들리면서 은행들은 비상이 걸렸다. 이를 메꿀만한 현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당장 유동성 지표가 악화될뿐더러, 장기적으로 대출에 제한이 생길 수 있어서다.


은행들 입장에서 이런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실질적인 카드로는 채권 발행이 꼽힌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는 여건 상 일반 고객 예금을 통해 단규모의 자금을 확보하기엔 한계가 분명한 현실이지만, 기업 채권 시장은 여전히 수요에 여유가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채 발행액은 173조7000억원으로 전년(134조1900억원)보다 29.4%(39조5100억원)나 늘었다. 여기서 채권 상환액을 제외한 은행채 순발행액 역시 같은 기간 6조9282억에서 44조41억으로 535.1%(37조759억) 급증했다. 그 만큼 은행들이 갚은 것보다 새로 발행한 채권이 많았다는 의미다.


문제는 대량의 은행채 발행이 대출 금리를 끌어 올리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예·적금보다 채권에 지급해야 할 이자율이 더 높아서다. 결국 예·적금이 축소되고 채권이 확대된다는 것은 은행의 자금 조달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는 뜻이다. 은행들로서는 불어난 자금 조달 비용만큼 대출 금리를 올릴 공산이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단기간 은행채 발행이 집중되면 대출 이자율이 상승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코로나19에 의한 경제적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대출 금리 인상 압박이 커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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