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이상 다른 후보 지지...단일화 됐다면 낙선 가능성도
여의도 못지않은 혼탁·과열 뒤로하고 화합으로 동력 확보해야
건전한 비판 들으며 선거 때 쏟은 열정으로 현안 풀어가길
“공약을 정책에 적극 반영해 실행하겠다.”
'반(反) 이기흥' 구도를 뚫고 연임에 성공한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약속이다.
지난 18일 제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총 915표(득표율 46.35%)를 얻은 이기흥 회장은 당선증을 교부받고, 내달 19일부터 새로운 4년 임기를 시작한다. 대한체육회장 연임에 성공한 세 번째 회장이 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리도 지켰다.
2위 강신욱 후보와 400표 이상 차이의 압승이다. 그러나 강신욱 후보(507표·25.7%)와 이종걸 후보(423표·21.4%), 유준상 후보(129표·6.53%) 단일화가 성사됐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도 있었다.
50% 이상이 다른 후보를 지지했다는 것은 그만큼 변화의 요구 물결이 거셌다는 의미다.
'이기흥 vs 반 이기흥'의 프레임이 형성된 이번 선거는 여의도 정치판을 방불케 할 만큼 혼탁했다. 후보자들의 고소·고발, 반박공격이 이어졌다. 대한체육회와 관련된 이벤트에서 이렇게 활발하게 움직인 때가 있었나 싶을 정도다.
정책과 공약에 대한 정당한 비판도 있었다. 핵심은 역시 스포츠 인권 문제다.
조재범 전 쇼트트랙 대표팀 코치의 심석희 폭행 사건,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 등 이기흥 회장 재임 동안 반복된 스포츠 인권 문제가 불거질 때 낡은 시스템에 갇힌 대한체육회는 실망만 안겼다.
성폭력, 따돌림, 폭력 등 선수가 벼랑 끝으로 몰렸을 때 인권을 보호하고 대표해야 할 대한체육회는 무능과 무책임이라는 질타를 들었다. 지지하지 않았던 50%의 표심이 날카롭게 반응한 부분이다.
체육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로 암울한 현실을 겪고 있다. 한국체육은 20세기 국위선양의 ‘스포츠 강국’에서 21세기 모두를 위한 ‘스포츠 선진국’으로의 대전환을 꾀하는 중대한 시점에 서있다.
지지하지 않았던 ‘50%’를 다독이고 끌어안아 강한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분리 여부를 놓고 심화된 갈등도 봉합해야 한다.
무엇보다 스포츠 인권에서는 너와 내가 있을 수 없다. 지혜를 모아야 한다.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국가대표와 'SOS'를 외친 선수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못했던 부끄러운 사건이 반복되지 않게 치열하게 뛰어주길 바란다. 선거에서 불살랐던 열정을 빌려서라도.